책 이야기2009. 9. 22. 20:10
전쟁사, 군사사, 병기(혹은 병기사)에 취미를 가지고 있다면 영어만으론 불충분하며 유럽 각국의 언어를 해독할 필요가 심심치 않게 생긴다. 물론 그 제2, 제3의 외국어 독해능력이 모국어 수준 (우마왕의 능력이 그럴 수준이라면 벌써 멀티랭귀어로서 스카웃되어 취미와 무관한 삶을 살고 있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범재스러운, 혹은 범재만도 못한 (다시 말해 천재적 언어실력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수준의) 언어 능력에 호기심만 많은 우마왕으로서는 자료를 구할 때 가급적 영어나 일어로 된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가령 2008년 초에 한국어판으로 발간된 전격전의 전설 서평을 보시면 알겠지만 독어판을 어느 정도 보다보면 영어판이나 일어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해독속도가 늦으니 영어나 일본어를 지르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 된다.

하지만 영어나 일어 자료는 조금 문제가 있다. 언어장벽을 넘을 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가령 저 유명한 DRZW 시리즈 같은 경우 원어판으로 지르자면 권당 50유로가 약간 안되는 금액으로 지를 수 있지만 영문판을 지르기 위해선 권당 최소 300 달러,(혹은 좀 더 비용이 덜 드는 파운드를 기준으로 해도 150~200 파운드 내외)를 투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엔 일단 리만 시발라마 이펙트는 잠시 치워두도록 하자.)

그런데 상황을 더욱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일반 출판사 라인과 별개의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전문지가 내놓는 특별판 저작의 존재다. 전쟁사, 군사사, 병기(혹은 병기사) 분야에서는 이러한 존재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들은 일반적인 출판사 라인이 아닌, 독자적인 유통망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일반 서점망, 그것도 재고를 직접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되고, 해당 저작이 비영미어권에 속하는 경우, 저작물의 실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독일에 Tankograd라는 출판사가 있다. 출판사의 이름인 Tankograd는 잘 아시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비에뜨 러시아가 레닌그라드를 필두로 국내의 전차공장을 이전시켜 T34를 필두로 전차를 개떼같이 찍어내던 우랄의 산속에 있는 도시, 첼랴빈스크(Челябинск : Chelyabinsk)의 별칭인데 해당 출판사는 그 이름에 걸맞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전차들에 대한 흥미로운 저작들을 찍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초 이 Tankograd에서 Kampfpanzer LEOPARD 2 : Entwicklung und Einsatz in der Bundeswehr라는 이름으로 레오파트2에 대한 Special publication를 내놓았다.

따라서 해당 저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좀 더 비주얼하면서도 Motobuch에서 나온 Walter J Spielberger의 저작, "Militärfahrzeuge, Bd.1, Waffensysteme Leopard 1 und Leopard 2" 에 준한 가장 최신의 Leopard 2 관련저작이라고 판단되었다. 즉 지름 최우선순위에 놓일만했지만 유일한 문제는 독일어판일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이다. 물론 독일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나 일본어에 비해 읽는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뭐 49 유로짜리 사진집은 좀 비싸단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거기에 해당 저작이 독일어판이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또 있었다. 아래의 아마존 닷컴 캡쳐처럼 Kampfpanzer LEOPARD 2 : Leopard 2 Main Battle Tanks - Development and German Army Service 란 식으로 영어판의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그것도 250달러라는, (앞서도 말했듯 Kampfpanzer LEOPARD 2 : Entwicklung und Einsatz in der Bundeswehr는 49유로 였음을 상기하자.) 환율을 감안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별도의 영역판이 있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독일 아마존의 서지정보 캡쳐에서도 양자가 같이 있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이 헷갈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맹인 돌다리 건너는 수준의 영어로 서지 정보에 대한 메일을 보낼 생각까지 하면서 출판사 사이트에 가보기로 했다. 출판사 사이트의 서지 정보는 기타 서점들과 다르게 상당히 정확할 것이고 독일 출판사의 경우 동아시아 어느나라의 출판사들과 달리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Tankograd 사이트(위의 그림을 클릭하면 사이트로 고고)는 이따끔씩 가보긴 하지만 직접적인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 쇼핑카트가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 결제의 인크립트 시스템 설치 비용이 아까웠는지 방호를 위해 주문을 국제 팩스로 처리하며, 굳이 빠른 입수를 원하면 각지의 독자 판매점망을 이용하라는 식이기 때문에 전자상거래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는 도무지 익숙해지기 힘든 곳인지라 애써 찾아갈 이유가 없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출판사 사이트까지 가는 경우는 신간을 좀 더 빨리, 보다 낮은 송료로 얻기 위해서인데 Tankograd 사이트는 그런 용도에서조차 지역대리점이나 온라인 서점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출판사가 제공하는 서지 정보를 알기 위함이니 뒤져본다. "Kampfpanzer LEOPARD 2 - Entwicklung und Einsatz in der Bundeswehr"를 살펴보면 책의 사진정보들을 차치하고 우선 영독 병기, 가격은 49 유로였다. 이것만으로도 주문 의욕이 상승할 일인데 무엇보다도 후속작인 "Kampfpanzer LEOPARD 2 - Internationaler Einsatz und Varianten"가 다음주에 나올 것이고, 선주문까지 받는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팩스 주문이고 나발이고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닥치고 주문을 때렸다. 사이트의 쇼핑카트를 이용해 주문하면 아래 그림처럼 나온다.


카트 아래쪽의 "print your order"를 클릭하면 주문서가 프린트되는데 프린트된 주문서에 주소, 카드정보등의 정보를 적어서 팩스로 보내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