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아카데미에서 4호전차 Ausf.H가 발매되면서 국내 메이커들에서 디테일업 세트가 발매되거나 예고된 상황이다. 오늘 소개할 것은 두어 시간 전에 택배로 도착한, KA Model제 Idler Wheel For Panzer IV Late ver, 번역하자면 후기형 4호전차용 아이들러휠 세트 정도 될 것이고, 실제로는 1943년 9월부터 1944년 11얼까지 생산된, 4호전차 Ausf.H와 J에서 사용하는 주조제 아이들러 휠이다. 그런데 이걸 왜 새삼 별매로 내놓았느냐고? (이하 길어지니 가립니다. 더보기 클릭해주세요.)
위쪽 사진은 폴란드의 어느 박물관에서 4호전차 Ausf.J를 리스토어하면서 찍어둔 바퀴부품이고, 가운데에 있는 것이 문제의 아이들러 휠이다. 이걸론 잘 안보이실 분도 계실테니 아래 사진을 보시라.
또다른 박물관에 전시중인 4호전차 Ausf.J의 아이들러를 부분확대한 모습이다. 이것을 보면 인데 휠 안쪽에 틈이, 다시 말해 휠의 단면이 "ㅁ"이 아니라 "ㄷ"자처럼 한쪽이 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주조제 휠은 구판 4호전차 Ausf.H부터 줄기차게 내려오던, 그리고 타먀의 구판 (브룸베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슈투파 중기형에도 들어있던 유서깊은 물건이고 이제는 근 2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인데 (이 또한 어쩌면 개발을 결정한 뒤의 프로모션을 위한 시도였을지도 모르지만) 모델그래픽스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린 2편짜리 단편만화, 한스의 귀환이 인기를 끌면서, 4호전차, 특히 Ausf.J의 인기가 상승하자 타미야에서 급거 MM181로 신금형 4호전차 Ausf.J를 내놓던 시절만 하더라도 이 틈의 부분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아무래도 자료가 부족했고, 인젝션 금형 제품이 갖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으니 주조제 아이들러 휠의 외륜쪽 단면은 실물은 "ㄷ"자 였으되, 여전히 키트는 "ㅁ"자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1세기가 되었다. 제2차세계대전 발발 50주년을 맞아 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참전 당사자들의 유품들, 특히 사진들이 공개되기도 하면서, 그리고 모형계에도 새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마왕의 경우로 한정하자면 타먀와 용가리에서 제품화했던 구판 (브룸베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슈투파 들을 타먀 신금형 키트들의 차대를 이용하여 재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초기형은 사실상 전투실과 주포의 자작이 필요하고, 중기형은 전투실만, 후기형은 전투실 자체의 디멘전은 틀리지 않고 일부 재현상의 오류는찌머리트 코팅으로 덮어주면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런데 유일한 문제, 주조제 아이들러 휠의 외륜측 단면이 키트처럼 "ㅁ"자가 아니라 "ㄷ"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타미야 키트 Ausf.J에 들어있던 주조제 휠 안쪽을 아트나이프로 경사지게 깎아내어 가공한 뒤 안쪽에 0.3mm 프라판을 재단한 뒤판을 덮는 식으로 재현했다. 그 결과물이 아래 사진의 것이다.
1차적으로 그럴듯 하게 보이긴 해도 외륜의 단면이 완전한 "ㄷ"자 향태가 아닌지라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것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우선적으로 이 주조제 아이들러 휠은 43년 9월부터 44년 11월까지 생산되어서 Ausf.H 배리에이션의 절반 정도, (브룸베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슈투파 중기형, 후기형, 4호 구축전차 일부, 그리고 4호 Ausf.J 등등 사실상 4호 Ausf.H/J 전체에 걸쳐 아주 폭넓게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품을 얻을 수 있던 키트는 MM181 4호전차 Ausf.J와 비르벨빈트, (오스트빈트는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에만 들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걸 달아주고 싶은 걸 만들어도 달아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2009년에 발매된 용가리의 6300 Pz.Kpfw.IV Ausf.H (Late Production) 이후의 제품들에는 에칭으로 뒤판을 재현하고 레이저 조각기로 금형에 단면을 더 "ㄷ"자에 가깝게 새겨준 훌륭한 퀄리티의 부품이 들어 있지만 타먀로 만든 것들을 위해 이걸 또 살 수는 없는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작년에 나온 타먀 (브룸베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슈투파 후기형 키트에는 이 주조식 아이들러가 아예 들어있지 않았다. 올해 발매된 아카데미의 4호전차 Ausf.H에는 다행히도 주조식 아이들러 휠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 퀄리티는 1990년대 중반에 나왔던 타먀 Ausf.J와 전혀 다를 바 없이, 꽉 막히게 재현되어 있어 경량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조식 아이들러 휠을 달아줬다는 기분을 내기가 어렵다. KA Model의 이 주조제 아이들러는 이 부분을 적은 수고와 비용으로 정확히 재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아주 간단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존재의의가 있다. 비록 아크릴 계열 수지라서 순간접착제로 접착해야 하겠지만 드래곤 키트처럼 어려운 에칭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휠의 안쪽을 확대한 사진, 용가리처럼 에칭질을 하지 않아도, 2008년의 우마왕처럼 휠에 톱질하고 아트나이프로 깎지 않아도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사출색이 검정색이라서 도무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는 것. 그래도 적극 추천할만한 퀄리티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