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09. 2. 5. 18:40
일찌감치(라봐야 2시 반에) 자리에 누웠지만 이런 저런 책을 들추다 보니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잠이 깼다. 아마도 7시 좀 넘어서 일 것이다. 아버님의 목소리 때문이었던 거 같은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더 들어보니 보일러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옷을 대충 입고 나가 보일러를 테스트해봤다. 아버님은 당신이 자다가 덥다고 생각하면 닥치고 보일러를 꺼버리시는 양반이라 또 보일러 꺼놓고 불평하나 했다.

나가서 살펴보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방의 온수 온도가 가장 낮은 (40도 이하) 상태로 표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일러를 조작해 방의 온도를 높이고 껐다가 켰다. 보일러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다시 나가 온수를 틀어봤다, 그런데 온수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인은 하나, 물부족이다. 그런데!!! 물부족 램프는 반응이 없었다. 이쯤 되면 상식선에선 통제가 안된다. 내가 손댈 수 없는 고장인게다. 잠은 다 달아났고 시간을 보니 마침 9시가 다 되었길래 AS를 신청했다.

그런데 전에는 운이 좋았는지, 사안이 위중했는지 기사님하가 금방 오더니만 오늘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바빴는지 당최 오질 않는다. 시간은 11시 30분이 가까워졌고 온수는 필요했기에 다시 한 번 AS 센터에 독촉 전화를 했다. 12시까지 와준단다.

마침내 기사님하가 도착했다. 어떤 문제가 있으십니까?라는 기사님의 질문에 난방은 되는데 온수가 나오지 않네요. 수도를 틀면 당연히 보일러가 작동해야 하는 데 안 되구요. 온수가 안나오니 물부족인가 싶은데 램프는 또 멀쩡하단 말이죠. 우마왕의 설명을 듣고 이것 저것을 점검하던 기사님하가 온수를 틀어보란다. 그래서 화장실의 수도를 돌려 온수를 틀었다. 당연히 안나온다. 그런데 기사님하가 다시 한 번 해보세요....라고 하길래 수도꼭지를 돌렸더니 이번엔 거짓말같이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어 물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당연히 뜯고 부품을 교체할 것이라 생각하던 우마왕은 다소간의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급수 밸브가 잠겨 있었습니다라며 밸브를 올린다. 과연 물이 나오면서 보일러가 다시 작동했다. 물이 부족하면 물부족이 생겨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난방도 문제가 없던걸요. 최소한의 용량은 차 있었던 거겠죠. 별 문제는 아닌 거 같으니 쓰시다 문제 생기면 다시 연락주세요. 예 안녕히 가세요. 당황해서 그랬는지 음료수 하나 드리지 못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새벽에 아버님이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뭔가 쓰러뜨렸다가 다시 세우면서 그게 밸브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별 문제는 아니었는데 소동을 피운, 뭔가 바보가 된 기분이 든다.

p.s... 헛걸음한 기사님하와 속절없이 날아간 내 잠에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