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럭셔리(?) 납골함

우마왕 2008. 9. 12. 22:59
일주일 하고 하루 전, 이모님을 벽제에서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셨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납골함. 병원 영안실 대여과정에서 듣기로는 병원에도 납골함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화장장에서 찾는 것이 더 나을 거라며 그쪽을 권하길래 화장장쪽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관을 임시로 안치한 뒤 처음에 가 본 곳은 화장장 내부의 판매점. 의외로 아이템이 적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대로 설명해주던 직원이 자기네는 시영이라 아이템이 별로 없지만 외부로 나가면 좀 더 여러가지 (라고 쓰고 비싼 상품이 있는..이라 읽는다)를 파는 곳도 있다 한다. 그래 화장 전에 시간이 남는지라 밤을 새서 약간 멍한 정신에 더위도 쫒을 겸 한번 보러 가보기로 했다.

외부 매장의 물건들은 야~악간 더 고급스럽다는 느낌의 모델도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화장장에서 파는 것과 유사한 모델이 일단 2배쯤 비쌌고, 진공 보관 운운하는 건 자릿수가 달라졌다. 대략 이야기되는 건 옥으로 만든 70~80만원 정도... 사실 진공 보관 운운하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내가 결정할 일은 아닌지라 가만 놔두고 다른 것들을 구경했다.

가게 오른쪽 진열장에 놓여 있던 유리 비슷한 재질의 납골함이 눈에 들어온다. 유리 비슷하게 맑으면서도 반짝이는 커팅의 조금은 요란스러운 뚜껑이 덮여 있고 함 자체는 그냥 묵직한 유리 그릇 같은. 조금은 얄팍해보이는 디자인의 납골함이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975000원. 옥으로 만든 함보다 비싼게다. 거기에 간단히 100만원이면 이해가 쉬울텐데도 998000원짜리도 아닌 것이 뭔데 이렇게 가격이 복잡할까? 라고 생각했다. 그래 흥미는 생겼겠다 가까이로 다가가 가격을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허걱하고 놀랐다. 975000원으로 보였던 가격이 무려 9750000원이었던 게다.

뚜껑을 들어봤다. 보기와 달리 묵직하니 잘 빠지지도 않는다. 뚜껑을 들어올리던 손에 힘을 더 준다. 마침내 뚜껑이 빠진다. 빠진 뚜껑은 유리와 비슷해보였지만 더 무겁다. 예전에 어디선가, 아니 정확히는 랩에서 만져본 기분의 소재, 바로 수정이었다. 그것도 단결정을 통짜로 깎아 만든.... 통짜 수정 단결정이라니 그 가격이 이해가 가긴 했다. 오오하는 기분도 잠시, 수면부족으로 둔해진 손이 사고라도 칠까 무서워 다시 조심스럽게 뚜껑을 내려놓았다. 지탱하는 손의 힘을 잃은 뚜껑은 중력의 힘으로 빨려들어가듯 털컥이 아니라 에어쿠션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한번 허공에 멈췄다가 천천히 미끄러져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탈칵 소리를 내며 닫혔다. 사실 불탑 유물중에 사리넣는 용도로 수정을 깎아 만든 보관함을 보긴 했으니까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긴 힘들겠지만
뭐 불사리가 나올 것도 아니니 그런것 까지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조금....

사촌동생들과 작은 이모님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주변 공기가 더워진 게 느껴진다. 어차피 나에게 선택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말 그대로 진기한 걸 본 기억만 간직한 채 화장장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