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어머니가 퇴원하셨습니다.

우마왕 2011. 2. 14. 19:48
예상보다 24시간 빨리 퇴원령이 떨어졌습니다. 일요일 오후 4시에 CT, 밤에 X레이 찍고 하더니만 어무이가 전화를 합니다. 오늘 퇴원시킨다니 빨리 주워가라시더군요. 사실 전례에 비춰볼 때 내일 퇴원시킬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오후 2시쯤 갈 생각이었는데 아니 이게 웬일이랍니까? 부리나케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서 - 입원 이후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오늘은 다시 택시 고고싱 -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확인해보니 사실과 달랐습니다. 교수님하께선 오늘 - 오후에 TBI 검사를 해보고 결과봐서 괜찮으면 - 퇴원시킬 거라 고 했는데 어무이는 녹색 부분을 편리하게 지워버리고 오늘 퇴원...만 선택적으로 기억했다가 전화를 한 겁니다. 어이구야...

문제는 병원에 환자가 어무이만 있는 게 아니란 말이죠. 슬금슬금도 아니고 대놓고 늦어집니다. 결국 3시 좀 지나서야 TBI 검사실에 자리가 났는지 검사를 하러 오랍니다. TBI 검사는 발가락과 팔의 혈압을 동시 측정하여 하지 말초 동맥의 협착 및 허혈 상태를 평가하는 검사인데 이 검사로 당뇨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말초동맥 협착에 이은 소실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게 소실되면 해당 조직에 피가 통하지 않아 썩어들어가는 겁니다. 아무튼 해놓은 반깁스를 풀어버리고 그 침대 시트 위에 까는 대요실금 방패 커버로 싸버립니다. 그러고 검사실 보내더군요. 검사실가서 검사받은 것 까진 별 문제가 아닌데 검사갔다 와보니 레지던트들이 몽땅 수술방에 들어간 바람에 또다시 그 반깁스를 복구하지 못하고 허구장창 넋놓고 기다려야 했단 말이죠.

국방부 시계탑에도 흐른다던 시간은 병원에도 흐르지만 기다리다 지칠 무렵인 5시, 레지던트가 수술방에서 올라왔다며 모시고 오랍니다. 그래서 병동의 간이 휠체어에 싣고 처치실에 갔는데 레지던트 왈, 일단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서 염증을 잡아냄으로서 더 이상의 증상 확대없이 이제 아무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다리 혈관에도 별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오늘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 2월 21일에 그 주치의님하가 상세를 본 뒤 치료에 대해 판정할 때까지 - 당분간 이틀에 한 번은 드레싱을 위해 병원 외래에 가야 할 것 같고, 그때 이후에도 발관리 혈당 관리를 잘 해야 한답니다. 일단 퇴원은 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랄까요?

그래도 입원할 때보단 한결 여유가 있겠지요. 걱정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