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혹은 고증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우마왕 2011. 3. 16. 12:36


출발점은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마왕이 돌격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는 것....일 것이다. 아마도 그 원인은 돌격포를 처음 접했던 어드밴스드 대전략의 잘못된 - 혹은 게임적 재미를 위한 약간 비틀린- 묘사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이 키트 하나를 선물로 받았던 거 같다. 문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나온 그래픽 액션에서 Hugo Primozic에 대해 보게 되었다. 돌격포로 66 Kill이라는 놀라운 전과에 백엽부 기사십자장은 하사관에게 수여된 적이 없다는 전례 때문에 소위로 승진하고 탑승자 전원이 1급 철십자장... 뭐 이쯤 되면 선물받은 키트로 Primozic의 탑승차량들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기에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돌격포라는 게 1942년까지는 많이 생산된 물건이 아니라 하지만 티거처럼 각 부대별로 수령 및 보충 현황이 추적되는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 장비도 아니다. 단지 Primozic가 아무리 대단해도 T-34를 하루에 20대씩 잡으려면 장포신 75mm, 즉 StuG III Ausf. F 이후의 차량이어야 가능했을 것이다. 형식별 생산 및 배치 상황과 그가 백엽부 기사십자장을 받은 날짜가 1943년 1월 25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당시 그의 실제 탑승차량이 StuG III Ausf.G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기사십자장을 수여받기 위한 전과를 세울 무렵에 탔던 차량이라면 Ausf.F였을 것이고, 기사십자장을 목에 건 이후로는 StuG III Ausf. F/8를 탔을 가능성이 높다. (단 제667돌격포대대가 나름 전과가 좋았던 엘리트 부대였다 하더라도 차종이 종종 바뀌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혹은 계속 Ausf.F를 탑승했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그렇다면 마침 갖고 있는 키트로 최소한 전반부 탑승차량의 제작은 가능하다. 단지 용가리 3호 섀시에는 이래저래 문제가 있으니 타미야의 StuG Ausf.G의 차대와 모델카스텐의 디테일업 세트를 스카웃하자...는 큰 틀을 잡았다.

문제는 이 어레인지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정확히 말하자면 작업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가 맞는 이야기겠지만) 우선 해당 키트가 용가리가 하나의 금형으로 이런저런 형식을 만들어라...라는 초창기적 마인드를 가진 시절에 만들어진 데다 우마왕이 작업하려던 차종은 Ausf.F였는데 StuG Ausf.F는 Pzkpfw III Ausf.H 이전의 차대를 사용하므로 Ausf.J~L 차대를 사용하는 타미야의 StuG Ausf.G로 작업하려면 아무래도 추가 공작이 필요했다. 보다 큰 문제는 StuG III Ausf. F는 StuG III Ausf. G에 비해 이래저래 휑해서 해치를 열어놓으면 차량 내부가 훤히 보이는데 타미야의 StuG Ausf.G는 적극적인 인테리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시절에 만들었기 때문에 들여다 보이는 부분이 영 신통치 않아 작업 의욕을 떨구기에 적당했다. 덤으로 자료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겹쳐지면서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졌는데......

2005년 연말에 타미야가 35281 Sturmgeschütz III Ausf.B (Sd.Kfz.142)를 발매하면서 상황이 조금 웃기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35281 Sturmgeschütz III Ausf.B (Sd.Kfz.142)의 차대는 StuG Ausf.G보다 StuG Ausf.F를 만들기에 적합했으며 인테리어 부품들도 추가되어 있었다. 이걸 잡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와중에 다시 한 번 일이 터졌다. 용가리가 "Fucking Tamiya, I'm Draon"을 외치며 6320 StuG.III Ausf.G Early Production을 키트화했는데 이 녀석, 인테리어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었다는 거다. 거기에 에칭질이라는 단점은 있지만 타미야조차 뭉갰던 디테일들을 살리고 있으니.... 이래저래 작업의욕이 확 꺾인 것이다.

그러던 와중 2010년 7월 18일에 포스팅한 용가리 7월 신상품에서 소개한 6644 StuG.III Ausf.F/8 Late Production w/winter track가 나왔다. 이로서 Ausf.F/8을 제작할 당위가 사라졌고, 이를 검토한 결과 Ausf.F가 새로 나오는 걸 기다리거나 6644 StuG.III Ausf.F/8 Late Production w/winter track를 뜯는 쪽이 빠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6033 재생계획은 시작 10여 년만에 확실히 리젝트되었다는 알흠다운 이야기..... 그나마 다행한 일은 오렌지박스를 사는 멍청한 짓 까지는 저지르지 않았다...정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