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이셨습니다.

1943년 이후 덕국 육군의 Panzerkampfwagen을 시작으로 하는 여러가지 지상 장비들은 시대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넘어 시대를 뛰어넘는 현대적 개념을 선보였다. 또한 각 메이커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현존 장비들에서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시도했다. 이들이 Entwicklung series로 대표되는 여러가지 페이퍼 플랜 차량들이다.

기존 차량의 탁월함과 신뢰성에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더해진 이 계획 차량들의 참신성과 예상 성능은 이들이 실제로 완성되었다면 덕국이 전황을 일거에 뒤집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으로 발전했고, 아래 제시된 링크의 사이트 또한 이러한 주장의 한 사례인 양 심심치 않게 소개되곤 한다.

Heer´47 - Zeichnungen
이러한 페이퍼 플랜들은 분명 참신하고 그럴듯 해 보이지만 이들에 대해 살펴볼 때는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계획의 현실성이라는 관점의 검토가 필요하다. 대략 다음 사항들을 살펴봐야 한다. 해당 기획은 정말로 실현 가능한가? (이에 대해 충분한 검토없이 일단 질러 만들기부터 하면 개한의 개투 룻묘처럼 모에아가레....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기획이 실현되었을 때 기존 차량보다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개선 요소들을 기존 차량에 어레인지 하는 것이 가능한가? 마지막으로 새 기획의 결과물이 기존 차량에 개선요소들을 어레인지한 것보다 궁극적으로 나은 결과물이 될 수 있는가..등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검토는 언젠가 - 출판사가 낚이면 -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이렇게 제시된 구상들이 정말 덕국의 당시 구상이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Entwicklung series를 시작으로 하는 덕국의 여러가지 페이퍼 플랜 차량 구상들이 일반 대중에 노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패전으로 인해 국가가 붕괴되면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까발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구상들은 발견 및 정리 즉시 공표된 것이 아니라 냉전이 시작되면서 기밀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오랜 기간, 정확히 말해 30~50년 정도 기밀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공개된 이후 검증될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다.

그 사이 병기 개념은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며 설계의 기본 개념 또한 시대의 경과에 따라 달라졌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계획을 기초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70~80년대 병기에 panzerwaffen을 어레인지한 개구라적 물건을 만들어내는 잡놈들이 생겨났고, 기밀로 묶여 있었다는 핑계를 바탕으로 상상력의 산물을 실존했던 차량이라고 개구라를 치는 경우가 생겨났다.

바로 위에 제시된 Heer´47 - Zeichnungen에서 제시한 E10 Hetzer II, E50 Büffel, E90, 그외 다수의 차량들이 이러한 개구라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 하다. 물론 진실을 아는 사람은 디자인과 어레인지의 참신함과 멍청함을 즐길테지만 해당 영역에 대한 지식도 없고, 외국어 능력도 없어 자료의 진실성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그림만 보고 실제로 저런게 존재했다고 믿고 이런 초딩 수준의 개그에 낚여 파닥파닥 거리며 여기저기 퍼나르는 물고기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덕국 기갑장비의 설계 개념이 선진적이라 하더라도 30년을 뛰어넘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대략 아무 낚시나 물어 머리가 비었다는 티를 내지 말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다.... 랄까? 그렇긴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나팔수나 모 완구회사같은, 연구가 모자라는 회사들이 실력을 발휘하여 이런 개구라를 모형화하는 것도 볼만한 일일 듯 하고..... (하긴 모 완구회사는 실감나게 재현할 실력도 안되긴 하겠다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