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눈을 붙이고 깨보니 6시반이 약간 안되었더군요. 세수는 병원가서 하기로 하고 끄아 늦었다...는 심정으로 옷을 줏어입고 뛰어나와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시간은 이미 6시 40분이 다 되어 있더군요. ICU라는 곳이 면회시간이 정해진데다 교수님하 면담을 신청해야 하니 마음이 더 급합니다. 급한 마음이라 그런지 짝수층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5층을 올라 구름다리 지나 간신히 ICU에 도착했습니다.
ICU 문앞에 도착하니 6시 55분. 면회시간이 5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급한 맘으로 호출기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면회 조금 있다가 7시부터 시작하니 그때 들어오랍니다.
(읭?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오전 면회는 7시부터 30분간, 오후 면회는 6시30분부터 7시까지였는데 수면부족 상태였던 메모리가 오전/오후 시간을 착각했던 겁니다.)
약간의 여유를 갖고 기다리자 시간이 되길래 손 세척하면서 세안하고 들어가봤습니다. 역시 투석의 힘은 위대하더군요. 수치를 확인해보니 110~120을 찍던 심박수는 20 이상 떨어졌고, 산소를 2mol/L 정도 나젤로 주는 중인데도 산소포화도가 96을 찍었으며 심지어 누워계시더군요. 이 추세면 내일쯤 ICU에서 나갈 수도 있겠다 생각을 했지만 생살을 째놨으니 아프다고 하시더군요. 분명한 것은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거란 말이죠. 그쪽에서는 교수님하 보고 가라는 말도 있었고 하여 교수님하를 만나 상황에 대한 야그를 들으면 되는데 멍하니 기다리다 보니 졸음이 찾아옵니다? 보통 8시부터 회진을 하는데 이 교수님하는 원래가 약간 느긋하게 나오는 성향이 있는지라 결국 9시 반 다 되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상황보면서 11시쯤 투석을 한 번 더 해보겠다더군요. 어차피 안한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서 그러자고 하고 귀가하기로 했습니다.
귀가하려는데 피로감으로 발이 잘 안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병원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10시차를 타고 나왔는데 집으로 귀가하는 버스에 올라 멍하니 있으려니까 핸폰 벨소리가 들립니다. 1시에 투석이 끝나면 일반 병실로 2시쯤에 옮길 거라나요? 원래 생각으로는 내일쯤 되어야 ICU에서 나올 분위기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일반 병실로 넣네요. 병세만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헉 하는 심정이 들더군요. 간호사가 24시간 붙어있는 ICU와 달리 일반 병실은 보호자가 반드시 필요하단 말이죠.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가야죠.
ICU에서 나오니 확실히 호흡 관련은 괜찮아보이더군요. 두번의 투석으로 그 동안 폐와 순환기에 무리를 주던 물이 빠지니 한층 호흡이 가벼워진 겁니다. 그런데 일반 병동에 도착하니 문제가 조금씩 생깁니다? 2월까지만 해도 괜찮던 환자복이 봄맞이로 디자인을 바꿨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습니다. 예전의 XXL 사이즈도 없어지고 숫자 105로 바뀌었는데 이게 잘해봐야 XL 사이즈쯤 되더란 말이죠. 이것만으로도 헉 하는 심정인데 그간 몸이 불었던지라 혼자서는 축축 늘어지는 어무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겠더란 말이죠. 특히나 오른쪽 어깨에 여전히 약간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선 그 몸무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죠. 더욱이 여자환자 병실이라 주변이 모두 여자라서 좀 더 불편합니다.
보다 큰 문제는 오늘부터 기온이 팍 올라가 더위에 약한 우마왕으로선 버티기가 쉽지 않았던 겁니다. 아버님 모시고 저녁에 다시 방문하는 동안 옷이 땀으로 범벅이 될 지경이었으니 말 다한거죠. 그래서 어무이가 거동이 가능할 때 까지 간병인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길래 간호사에게 간병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죠.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몰라도 마침 내일 퇴원하는 환자를 맡았던 같은 병실의 간병인이 괜찮으면 자기를 써달라고 합니다. 사실 퇴원할 때까지 간병인을 쓴다면 모르겠지만 추세로 보아 사나흘, 길어야 닷새 정도를 하게 될 거 같은데 간병인보고 중간에 그만두라고 하기가 애매해서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저녁 무렵에 일단 사흘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기간이 짧아도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니 그래도 좋다고 OK 하더군요. 단지 그 간병인이 새로 환자를 맡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병원에 내시경 검사 예약을 해놔서 9시부터 12시 정도까지 자리를 비울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면 무리가 없을 듯 하여 그 시간에 제가 보기로 하고 OK 했습니다.
간병인도 정리가 되었고, 어무이도 상태가 안정된 것 같기에 오후 8시 무렵에 병실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