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시 50분 되서야 간신히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약간 피로가 쌓였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교수님하의 치료 일정에 대한 견해를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병원으로 갔습니다....만 병실에 올라가보니 문제가 생겼더군요. 어무이가 밤부터 심심찮게 토했다는 겁니다. 처음 투석을 해본 사람들의 후유증으로 구토라던지 기타등등이 있는데 거기에 직격으로 걸렸던 거죠.
어제 말한대로 간병인이 검사를 하러 가느라 자리를 비워서 보호자가 없었다고 간호사들이 궁시렁댔나 봅니다. 환의와 시트 교환때문에 좀 짜증이 난 듯 한데 보호자가 있다고 그 과정이 줄어드는 건 아닐 거란 말이죠. 더하여 아침에 X-레이를 찍으러 가는 와중에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어서 계속 토했다던가 어쨌다던가......
어쨌거나 안정이 되야 할 거 같아서 스테이션으로 가 계속 토하는데 구토억제제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전공의님하에게 물어보고 조치하겠다답니다. 그 사이 토사물이 들어있던 봉투를 오물 처리실에 버리고 우유를 담아갔던 새 봉투를 건넸더니 다시 좀 더 토하더군요. 구토가 일단 멈추길래 토사물을 세척하고 오니 주사를 놔주더군요. 조금 지나 안정화된 걸 확인한 뒤 일단 옷을 갈아입히고 시트를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어무이를 일으켜 세워 휠체어에 태워야 하는데 어무이가 최근 무게가 무거워서 혼자 할 수 있나가 의심되더군요. 다행히 투석의 효과 때문인지 몸무게가 좀 줄어있는데다 다행히 때마침 들어온 간호사님하가 그 광경을 보더니 도와주더군요. 어쨌거나 시트를 벗기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새 시트를 씌우고 보니 아 씁 고정을 못하겠더군요. 어쩌나 하고 있는데 다른 간호사가 그 광경을 보더니 자기가 묶어주겠답니다. 다음 단계는 환의 교환, 가장 큰걸 받아왔지만 사이즈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좀 걱정했는데 투석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옷 바꿔 입히기는 어렵지 않더군요.
한숨 돌린 기분으로 시계를 보는데 이제 교수님하 나오면 일정을 들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메이데이였던 겁니다. 교수님하 오늘은 안나온답니다. 어무이가 좀 어지럽다면서 눕습니다. 돌이켜보면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제대로 수면을 못 취했으니 피곤할만도 합니다. 주무시는 틈을 타 휴게실 PC로 포스팅을 수정하는 사이 사촌동생님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딸내미 학교간 사이에 오겠다더군요. 혼자 봐야 하는데 둘이 보니 조금 편하기는 하더군요. 이래저래 보면서 여러가지 야그를 하다보니 정오가 다 되어가는데 간병인이 오지 않는 겁니다. 뭐 어쩔 수는 없죠. 사실 병원 검사라는 게 맘처럼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수면내시경일 가능성이 있는데 마취에서 깨도 사실 정신이 멍 하거든요. 환자를 맡겨도 되려나 싶은 일말의 불안감이 있습니다...만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이니 조금 낫겠다 싶은 마음도 들더군요.
문제는 간병인이 아니라 어무이고, 주사는 다 뽑은 상태로 상태를 개선시키려면 약을 먹어야 하니... 밥을 먹긴 해야 하는데 메슥거려서 아침도 못 드셨던 분이 점심을 잘 드실수는 없죠. 아침 반찬을 더해 1/2씩 먹여보려 했으나 얼마 먹지 못하고 결국 1/4 정도 먹다가 포기했습니다. 그 사이 조카님하가 하교를 하는지 전화를 했고, 간병인 아줌니도 1시 30분 정도에 도착하길래 사촌동생은 귀가했고 우마왕은 상황을 보다가 저녁때 오기로 하고 - 이번에는 반드시 전화기를 갖고 오기로 하고 - 귀가하여 가사질을 좀 했습니다. 걱정인 것은 그 사이에 잰 산소포화도가 다시 낮아졌다는 거죠. 거기에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게 문제였고요.
저녁에 가봤을 때도 역시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투석을 마치면 이론적으론 8시간 안에 소변을 적정량 봐야 하는데 여전히 소변을 못 보는 건 문제가 되는거죠. 사실 기저귀 교환할 때 좀 젖어 있긴 했는데 그렇게 많은 양이 나온건 아니라서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여전히 몸을 잘 못 가누시고 산소포화도도 그렇게 좋은 거 같지 않았지만 재촉한다고 나올 것도 아니고 아버님 저녁 식사 문제로 귀가했습니다...... 10시 반 정도에 가져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그때까지도 소변을 보지 못했는데 전화를 끊고 1분도 못되어 소변을 좀 봤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조금씩 정상을 찾는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