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새로 인공혈관 수술을 했습니다

우마왕 2012. 9. 19. 15:02
시작은 일요일일 겁니다. 투석을 마치고 병실로 올라온 다음날 아침, 입원 17일차의 수술로 연결한 어무이의 인공혈관에서 피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처음 잡아본 사람은 놀랄 정도의 피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이 인공혈관인데 전혀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게 헉스한 일입니다. 일단은 전주 목요일에 왼팔 어깨 근처, 상완근 윗부분에 뭔가가 생겨 항생제 투약의 효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부실한 하체 때문에 일어나거나 서지 못하는 건 여전하지만) 지난주 목요일에 보험과에서 장기 입원에 따른 퇴원을 요구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회복중이었던 와중에 생긴 문제였단 말이죠. 아무튼 간호사에게 말은 했습니다만 교수님하가 나오지 않는 일요일의 일이니 보고만으로 끝났단 말이죠.


그런데 월요일 새벽부터 전화가 옵니다. 전에 젠장맞을 월요일 #1.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흉부외과는 정말 부지런하단 말이죠. 교수남하가 보호자를 찾고 있으니 빨리, 7시 30분까진 와주셔야겠다는군요. 그래 병원 가보니 교수님하 말씀이 팔을 구부리고 자거나, 그외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공혈관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스탠트를 써서 좁아진 곳을 늘려볼 생각인데 만일 이게 터지면 건보 적용이 되서 비용이 적게 나오지만 터지지 않으면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 비보험 수술이 될 수 있답니다. 크게 위급한 건 아니지만 내일 투석을 해야 할테니 오늘 5번째로, 아마 오후 늦게나 저녁 무렵에 수술을 할 거랍니다. 그래서 동의서에 싸인해주고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전 8시 업무 시작을 기다렸다가 신장내과에서 흉부외과로 전과수속을 밟고 돌아왔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단 월요일이고, 수술하는 날이니 겸사겸사 아마 7~8시 정도면 수술이 끝날 거라며 침인지 물리치료인지 받고 오신 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6시가 지나도 수술방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하는 겝니다. 7시 좀 안 되서 연락이 왔는데 중간에 수술이 길어져서 바로 전 환자가 이제사 수술방에 들어갔다네요. 그 말은 8시에서 9시쯤 되야 수술이 가능해진다는 야급니다. 그래서 아예 밥을 먹고 기다려야 할 거 같다고 밥을 먹으러 갔다 왔습니다....만 여전히 들어가지 않는 겁니다.

그제사 따지러 가보니 마침 수술하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며 수술실로 모시고 가랍니다. 이송반과 함께 어무이를 옮겨 수술실에 모시고 간 뒤 그 앞 대기실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밀린 작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만 뭐 사실 이게 잘 될리는 만무하겠죠. 그런데 수술이 점점 길어집니다. 인내가 바닥을 칠 무렵인 거의 자정쯤에 교수님하가 나와서 파김치가 된 모습으로 지금 수술을 하고 있는데 접힌 부분의 혈관이 줄어든 게 아니라 상완부 피하 정맥 자체가 쭈글어들어서 몇 군데를 늘렸고, 그 와중에 세 군데쯤이 터져서 인공혈관으로 교체를 했는데 이것으로 끝내기엔 지금 남아있는 정맥의 기능을 믿을 수 없다며 아예 깊은 곳에 있는 정맥에 인공혈관으로 바이패스를 뚫어 피하 정맥이 말라붙어도 투석이 가능하게 수술을 하고 싶은데 인공혈관이 2개까진 보험이 되지만 3개 이상이 되면 심평원에서 비보험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또 수술을 하는 거보단 갈라놓은 김에 아예 좀 더 깊이 연결하는 게 낫겠다는 야그니 어쩌겠습니까? 한 김에 그냥 하자고 해야죠. 또 가를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부분마취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네시간이 넘은 1시 20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수술이 끝났고, 이런 저런 걸 정리하고 오니 새벽 2시입니다. 사실 오늘이 (왜 음력으로 세는 건진 모르지만) 이모님 기일이었는데 이래저래 같이 밤을 밝히고 있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다음날 투석을 하러 가보니 투석은 가능했던 게 수술은 별 문제없이 잘 된 모양입니다.....만 투석실에서 만져보니 피의 흐름이 좀 약하게 느껴지더군요. 지금까지는 좁아지던 정맥을 흐르다가 이제 통로가 좀 늘어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처음 수술할 때만 해도 낙관적이었는데 이렇게 원치 않는 사이드이펙트가 생기고 보니 이젠 낙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거 같습니다. 그래도 잘 될 거라 믿어야겠죠.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