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06. 7. 18. 21:37
예전에는 기상특보가 해제되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장마, 태풍. 그외)이 소멸되거나 더 이상 피해를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며칠 만에 드러난 태양의 얼굴이 반갑기도 했지만 곧 대지에 뿌려졌던 비가 증발하면서 느껴지는 눅눅함 때문에 비가 다시 오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21세기들어서 장마가 거의 힘을 못 썼다. 마른 장마라고 한 하루 이틀만 비를 뿌려놓고 스리슬쩍 사라졌다.대신에 홍수를 불러야 할 태풍이 말라붙은 하천과 댐에 물을 채워주는 바람에 외려 효자, 혹은 효녀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장마가 장마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길치 에위니아 땅이 엉뚱하게 사라졌지만 중국갔던 다른 태풍이 장마에 힘을 보태주고 다른 비구름도 세력을 규합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압박을 밀어내고 비를 뿌리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올해 태풍은 효자취급받기는 어렵지 싶다.

어느 사이엔가 다시 낙숫물 소리가, 그리고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래된 우마왕의 집은 서늘하게 식어 난방을 해봐야 하나 할 정도로 으슬거리고 있고 빌어먹을 청계천은 아직 넘치지 않아 물난리의 도시에 살게 되는 것이 아닌가를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