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06. 6. 24. 22:36
2. 그 와중에 어머니
마약성 진통제를 드셔서 좀 몸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며칠 아주 신이 나 돌아다니시더군요. 그리고 화요일부터 수술한 발이 왕창 부었습니다. 염증이 있을 지도 모르니 인공관절 센터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인공관절센터는 화/목요일만 외래를 받으니 목요일에나 예약이 가능합니다.
목요일에 인공관절센터에 갔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하니 골수액과 혈액을 모두 뽑습니다. 그리고 금속제 인공관절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혈관에 혈전이 쌓일 수 있으니 에코를 찍어본답니다. 일정상 다음주 월요일이 가장 가까우나 월요일에는 금요일 검사를 갖고 폐암 수술에 대한 최종적인 면담이 있게 되니 밀립니다. 결국 에코는 29일에나 찍습니다. 검사비용 22만원 비쌉니다. ㅅ-;;
수술후 처치를 위해 일산병원에 갑니다. 사실 10분 처치를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면 좀 난감하지요. 그 사이 혈액검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다행히 염증은 아니라는군요. 아무튼 하루에 두 번 병원을 갖다오면 하루 일정이 아주 개판이 납니다. 아니 사실 한번만 가도 개판 일분전이 됩니다만...두번쯤 되면 수습이 안되죠.
3. 감기모오도
자 이쯤되면 심신이 모두 지칩니다. 날도 슬슬 더워지지만 척추를 풀기 위해서는 따뜻해야 하고 몸이 식기 위해선 바람이 필요하지요. 화요일 무렵부터 목이 간질거리더니만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옵니다. 목감기의 시초입니다. 인트로와 메인스테이지입니다.
목요일이 되서야 왜 감기로 콜록대면서 병원에 안 갔다왔냐는 소금이 쉴 소리를 합니다. 아니 한 주 동안 병원에 출동시켜놓고서 나 병원갈 시간 따위가 난다고 생각합니까? 정말 저럴 때는 부모님이 아니라 웬수"들"입니다.
허리 아파서 전전긍긍하던 작년 11월이 생각납니다. 디스크 초기 판정날 정도로 허리아프다는데 헬스 다니라고 회원권 끊겠다는 발상을 하시고 실제로 끊어오시는 분들인데요. 어쩌면 정말 전생에 뭔가 안 좋은 원한관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4. 금요일
그런 와중에 금요일에는 수술경과 검사를 위해 암센터에 갔다 왔습니다. 목요일에 동대문병원과 일산병원에 갔다가 금요일에 새벽부터 깨서 병원에 가려니 아주 짜증 만땅이군요. 거기에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결국 병원에 갔습니다. 주사 한방맞고 나흘치 약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님, 토요일 밤에 결혼식 두 곳을 모두 갔다 오랍니다. 하나는 사촌형님 딸 여위는 거고, 두 번째는 우리집 행사에 생전 와보지도 않던 육촌 누님이 딸을 여윈다나 어쨌다나....라는데 거길 가라는 겁니다. 더 웃기는 것은 사촌형님네 식장 확인하는데 빨리 와서 축의금 받아줄 수 없느냐고 하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전달되는 겁니다.
정말 머리 뚜껑이 열리더군요. 아무리 개념이 없기로... 정말 인생 헛산걸까요? 사람을 부리고 싶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서 의사를 타진해야 하는게 순서 아닌가 싶더군요. 미리 날짜를 잡을 수 없는 상이라면 몰라도 미리 날짜를 잡은 혼례라면 말입니다. 그것까지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감기약 먹고 일찍 잔 다음에 그거 하라는 어머니 이야기가 더 짜증스럽더군요. 정말 내 어머니가 아니라 큰어머니 아닌가 싶더군요.
결국 직접 사촌형님에게 전화해서 거절했습니다. 나갔다 오니 이런 소리가 있는데 식장을 세 군데 가야 하므로 안된다고 했지요.
5. 토요일
감기로 해롱대면서 세 군데 식장을 헤맸습니다. 장마가 발전한다고 하더니만 날이 더 더웠던 건지 아니면 여러모로 열이 더 오른건지 정신이 없습니다. 대충 갔다가 중간에 낀 친구의 결혼식은 봉투만 전달하고 피로연은 개념없는 육촌누님네 가서 상황보고 가겠다고 했습니다만 결국 지쳐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도저히 못 움직이겠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난감무쌍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이제 6월 26일에는 폐암센터장 조 박사의 수술 최종결과를 통보받을 것이고, 29일에는 에코까지 찍어서 혈전여부 확인하게 되며 7월 4일에는 아버님 발뒤꿈치 티눈제거 수술의 실밥을 풀게 될 것이고, 26일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7월 6일에는 어머님 혈액검사후 항암치료 1Round를 하게 될 겁니다.
솔직히 정말 부모님은 형제자매 안 낳고 뭐하셨나 싶을 정도로 짜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