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06. 6. 3. 12:35
병원의 일정은 오전 12시, 3시의 체온측정으로 시작되는 환자의 상태 점검에 이어 5시부터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1. 기관지 내시경
아침이 됩니다. 여전히 기침은 안하고 있습니다. 하도 기침을 안해서 그런지 기관지 내시경으로 상태를 보겠답니다. 아침 9시에 1층에 가서 기관지 내시경을 찍었습니다. 기다리는 사이 병실에 잠깐 올라왔다가 집도의였던 조재일 박사에게 보호자가 환자 기침 안 시키고 뭐하냐고 한 소리 들었습니다. "원수가 될 각오로 기침시켜요. 그래야 삽니다."

내시경을 찍고 올라오는데 다행히도 가래라던가가 없이 제법 깨끗했던 모양입니다. 그래 병실로 올라오는데 아픈데도 기침시킨다고 불만이 대단하시더군요. 기관지 내시경을 하던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죠? 그러나 지금 가래가 없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날 저녁에 석션해서 가래를 뺐기 때문이었거든요. 그게 어무니가 건강해서 그런게 아니잖냐.. 그럼 석션했을 때도 가래가 안나와야지...라고 하자 꿍한 표정으로 입을 다뭅니다.

2. 간병인, 오늘도 못 구하다.
원고 피라밋은 무서운 겁니다. 필자의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조직홍보지 원고는 6월 2일 아침까진 넘겨야 합니다. 그래서 애초의 계획은 31일에 간병인에게 맡기고 가족들은 일단 철수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는데 어제 간병인을 하나 돌려보냈으니 적어도 하루를 디펜스해줘야 하는 겁니다. 아무튼 피로에다 말 안듣는 어머니 덕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하나 남아있던 사랑니가 깨지고, 코피도 좀 흘렸습니다. 대략 이 추세로 하루만 더 나가면 제가 입원하게 될 듯 하더군요.

그런데 간병인을 구해주겠다던 다른 간병인을 아침에 복도에서 만났는데 오늘 올 간병인이 없다는 겁니다. 31일에 돌려보냈던 간병인이 꽤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써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붙이는데 참 그렇더군요. 물론 기본적으로 사람이 없어서 였지만 아무래도 까다로운 환자라는 낙인이 찍힌 모양입니다.

말도 안 듣고 간병인 언제 오냐는 어머니한테 답답한 마음을 담아 간병인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덤으로 같은 병실에 있던 좀 더 거동 잘하는 환자들이 듣고서 한 마디씩 더하니 기분이 좋지 않으신 듯 합니다. 물론 어머니도 나름 생각이 있으셨겠지만 어차피 세상사는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마음에 드는 재화를 찾고 싶으면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어머니는 그 점을 자꾸 잊으시는 듯 합니다. 뭐 서운하시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사실은 사실로 직시해야 하니 말입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