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06. 6. 2. 10:11
1. 폐암 치료과정의 세가지 고비
폐암의 수술적 치료에는 세번의 고비가 있답니다. 가령 기기 계측시에는 지금 당장 다른 곳에 암세포가 없이 암세포가 1개인 1~2기로 나왔는데 실제로 열어보니 더 번져 있는, 3B 이후의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러면 손을 못 대고 바로 닫을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암 수술은 예정보다 빨리 나온다고 좋은 게 아니랍니다.

우선은 수술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고비. 또 하나, 많은 암 환자가 연세가 있는 노인인지라 암과 상관없는 이유로도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가령 동맥경화라던지 그외 여러가지 다른 변수들이 수술이라는 강력한 외부자극을 견디다 못해 터지는 경우지요. 그래도 환자를 잃는다는 것은 같은 겁니다.

두 번째, 수술이란 고비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해당 조직을 절제하는지라 수술 이후의 조치도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내부장기와 달리 폐는 신체 내부기관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외기에 노출되는 기관이라서외부 세균에 오염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농을 외부로 분출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인데 이를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 기침입니다. 즉 기침으로 가래의 형태가 되어 있는 농을 뱉어내 고름이 쌓일 틈을 주지 않으면 건강하게 아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만일 가래를 제대로 배출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폐렴으로 발전하여 암수술 잘 해놓고도 폐렴으로 환자를 잃는답니다. 그러니 가래의 배출이 중요하지요. 또한 폐 운동이나 호흡법, 운동등도 비슷한 정도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은 가래의 배출, 즉 기침입니다.

세 번째, 앞서 지속적으로 말했던 예방차원에서의 화학적 요법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이야깁니다. 암의 완치는 5년 후에도 암의 재발이 없이 무사히 살아있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2. 병실에서 수술실로
5월 30일, 드디어 오늘 수술입니다. 예정대로라면 2시 반에 수술이 시작되어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끝난답니다. 수술이란 항상 위험을 수반하고 있습니다만 잘 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부족한 수면시간 때문에 그 이상을 하라는 건 무리였지만요.

3. 병실 이동
다인실 환자가 상당수 퇴원해서 자리가 났는지 병실도 1인실에서 다인실로 옮겼습니다. 물론 생각같아서는 수술기간 내내 1인실에 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만 하루 15만원씩의 추가비용도 만만한 금액은 아닌지라 마음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갭이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다인실은 5인실인데 의보의 적용으로 추가적인 병실 비용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만 5인실(플러스 보호자 1명)을 기준으로 하자면 분명히 좁습니다. 암환자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러네요, 뭐랄까 4인실 정도라고 보면 딱 맞을 넓이입니다. 거기에 다른 병원에선 공용냉장고와 병실 공용 냉장고를 같이 쓰는 거 같은데 여기는 공용냉장고 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병실이 조금 더 넓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이 이상과 현실의 벽이더군요.

4.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수술이 끝날 무렵이 되니까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처음에는 그 사이를 이용해서 교보에서 책을 받아올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만 막상 병실 옮기기라던지 그런 걸 해놓고 보니 그럴 여유가 안 생기더군요. 핸드폰도 연세가 되셔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바람에 전화를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뭐 조바심친다고 될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짐을 옮겨둔 뒤에도 이리 저리 돌아다닌 것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긴 했던 모양입니다. 특히나 수술 예후가 좋지못한 환자가 셋이나 있었던 지라 그 걱정이 더했습니다. 그 와중에 연락이 오지 않으니 슬그머니 걱정이 되더군요.

여섯시 좀 지나니까 마침내 기다리던 연락이 오더군요. 수술이 끝났고 중환자실로 옮겨진답니다. 중환자실에서 가족면회라는 것을 하기 전에 원무가 하나 있더군요. 원칙적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간다는 의미는 일반 병실에선 퇴원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을 때 일반 병실이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는 병실 하나를 홀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병실을 홀드하기 위한 수속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들어가니 마취로 정신을 못차리는 어머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뭐 일단 수술 그 자체는 성공적이랍니다. 암이 다른 곳에 번진 거 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물론 그것은 나중에 검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문제긴 하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