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투석이 있고 교수님하가 등장할 예정이라 간만에 좀 더 빨리 병원에 갔습니다. 사실 아이폰 5의 발매를 기다리느라 새 폰을 장만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임대폰의 임대만기 기간이 도래하고 있었는데 처리 시한이 오늘이라나요. 생각해보건대 병원에서 투석하는 걸 보고 교수님하의 이야기를 듣고 하면 정오쯤 끝날 것이고, 그 사이에 임대를 연장하거나 폰을 교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또 한가지, 아침에 받은 문자에 의하면 지인의 직계 가족 하나가 돌아가셨다 하니 톰과제리 회원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조문가능한 분들에게 함께 가자 통보해야 할 상황입니다. 덤으로 옆집에서도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바로 옆 병원(응?) 장례식장이랍니다.
조금 앉아 있으니 교수님하가 등장하시어 회진 설명을 시작했는데 사실 오늘 투석은 정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토요일 / 일요일 병원 교수님하들이 돌아가지 않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하는 예방적 조치랍니다. 그래서 지난번 투석과 달리 2시간여 정도로 진행될 예정이라네요. 그래서 만난 김에 가장 궁금한 사안, 다시 말해 차후 투석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 영구적인가, 아니면 일시적인가 - 에 대해 질문했더니 그 문제는 현 시점에선 확실하지 않고 월요일쯤 되어 전체적인 스케일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군요. 알겠다고 하고 투석실로 내려갔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투석은 굉장히 지루하게 진행됩니다. 해야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그 지루함을 견디기가 말처럼 쉽지 않아요. 이래저래 투석기에 묶여있지 않은 보호자라는 이름의 관찰자는 투석을 보게 되기보단 밖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거나 문제점들을 고민하게 되는 이죠. 더욱이 몸의 혈액을 모두 교환(?)하기 때문에 투석치료를 받는 사람은 쉽게 추위를 느낄 수 있어서 공기가 좀 더 따뜻하게 유지되지요. 바꿔 말하면 아직은 정상적인 신체상태에 더위에 약한 우마왕에겐 이 공기가 덥고 답답하게 느껴지니 아무래도 안에 들어가 있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바깥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신장내과 전문의님하가 와서 심장조영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내밉니다.
그래 서명을 해주고 투석실로 돌아와 보니 어무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옆으로 누운 어무이의 입 근처에는 음식 찌꺼기들이 붙어있고 올려다본 투석기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혈압 수치는 80 이하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투석실의 간호사에게 상황을 말했죠. 늘상 있는 일인지 간호사들이 몰려와 상황을 확인해본 뒤 토사물을 치우는 와중에 한명이 투석시 혈압 저하가 있을 수 있고, 구토는 그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겠다네요. 토사물의 체액으로 젖어버린 시트는 당장 교체할 수 없으니 베게 거시기로 젖은 부분을 가리는 등의 정리작업을 합니다. 교수님하에게도 문의가 갔는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며 투석으로 유체를 더 제거하지 않고 그냥 돌릴 것이고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자세를 바꿔놓고서는 일단 조치를 취했지만 투석을 마무리하사이에 혹시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환자를 지켜봐달라는군요. 다행히 오늘 투석은 짧은 시간안에 끝날 예정이라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한 40분 정도이기도 했고 애초에 투석이 끝나고 처리한 뒤에 갈 생각이었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 혈압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는디 이 과정을 보노라니 심장조영검사를 과연 어무이가 견딜 수 있겠나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병실로 올라와 임대 기간 연장 혹은 단말기 교환을 위해 병원을 나가려는데 오늘의 병실 담당 간호사가 순환기 내과(심장내과)에서 심장조영검사를 설명하기 위해 곧 올라온답니다. 아울러 어무이 신체의 균검사에서 항생제 내성균 한 가지 나와서 격리조치를 해야 한답니다. 조치 자체는 별건 아니고 환자와의 접촉시 손을 잘 씻고 뭐 그런 야그들이죠. 어디서 나왔나를 물어보니 코에서 배양한 세균에서 나왔다는 거 같습니다. 아무튼 순환기 내과 의사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팍팍 지나고 있는데 올 생각을 안 합니다. 차라리 그냥 나갔다 돌아온 다음에 만나자고 하는게 낫겠더군요. 그래서 1시까지 와주지 않으면 3시 지나서 보자고 전해달라고 했는데 5분도 안되어 병실로 들어옵니다. 원인 설명은 들으셨냐고 물은 뒤 심장의 수축력이 일반인 대비 1/3을 약간 넘는 수준이니 심혈관 상태를 체크하여 원인을 찾고 혈관이 좁아진 부분이 있다면 스탠트를 넣어 혈관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답니다. 따라서 만일 이것이 바로 시작되면 병원에 빡 묶여있게 되죠.
문제는 방금 말한대로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검사를 하면 어무이가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는 겁니다. 더욱이 다음 날인 토요일은 어린이날이라는 압박이 강렬하죠. 그래서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나, 저렇게 발생 하나 비슷할 거 같아서 지금 당장 급한 상황이라면 해야겠지만 아니라면 차라리 환자를 안정시킨 뒤 월요일에 하는 쪽이 낫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전문의님하가 교수님과 상의를 하겠다더니 사라집니다. 이야기가 끝난 것인지 확인이 안되서 일단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를 확인해보니 가능하답니다.
병원을 나와 KT플라자에 가서 임대를 연장하고 나오려니 신장내과 전문의님하가 다시 전화를 하더군요. 혹시 오늘 하지 않을거라고 했냐고... 아니 그저 환자가 상태가 좋지 않은데 진행해도 괜찮냐고 물었고, 가능하면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죠. (나중에 확인하니 결국 검사는 월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귀가하여 다른 일을 확인하고, 문자를 돌리고 했습니다.
병원에 복귀해보니 검사는 취소되어 월요일에 하게 될 것 같더군요. 옆 건물의 상가에 잠시 들렀다가 귀가하여 이런저런 가사노동을 하고 빨래를 꺼내려 하니 아버님이 다 빨아서 유연제만 돌릴 상황에 새 빨래감을 넣어놓아 냄새가 뱄더군요. 아 씁하는 심정으로 빨래를 다시 해야 했습니다. 빨래를 마치고 모두 널어놓으니 무려 1시입니다. 일찍 귀가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피로로 작용하는지 잠이 쏟아집니다. 그래 잠자리로 고고싱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