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8시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1라운드 수면을 하고 화장실에 갔다 와서 잠이 오지 않아 그대로 깨어 있었다...가 정확한 서술이겠고, 그 덕에 버스를 타고 한 200미터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어도 늦지 않았습니다. 몇 번인가 포스팅도 했지만 집과 병원은 직선거리로는 얼마 안되는데(알맵에 의하면 직선 1.2km 정도, 실제 기동로를 따라가면 약 2km 정도 됩니다. 걸어서 약 25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죠.) 병원에서 집에 오는데엔 선택지가 5~6가지 있지만 집에서 병원에 가려면 선택지가 딱 세가지 뿐입니다. 그 중 택시나 차를 이용한다라는 선택지를 빼면 반드시 200미터 이상을 걸어야 합니다. 혹여 운동은 될 지 몰라도 분치기를 할 때는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인 거죠.
병실에 도착하니 심장 조영검사를 위해 신장내과에서 순환기 내과로 전과한다는 서류를 쓰고 오라 하더군요. 그래서 재빨리 서류를 쓰고 왔습니다.....그런데 젠장 어제까진 조낸 급한척 하더니만 한시간이 넘어 시간반이 다 되가는데 갈 생각을 안 합니다? 9시 20분쯤 되서야 이동식 병상에 환자를 올렸고, 그러고도 20분이 더 지났는데도 안 내려가는겝니다. 그런데 참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온 사이에 이송반이 와서 내려갔답니다. 쓰바 하는 심정으로 본관 1층의 심장센터로 내려갑니다.....만 얼마나 늦었는지 병상이 들어간 흔적조차 없습니다. 아 나중에 두고두고 한소리 듣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5분쯤 지났나? 그제사 병상이 내려옵니다. 으응? 하는 심정도 잠시 우마왕은 늦었다 생각하고 격층으로 서는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병상용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서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훨씬 더 걸렸던 겁니다. 아무튼 심장센터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별일 없을테니 잘 하고 오시라고 말해준 뒤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듣기로 검사는 1시간 정도 예정되어 있으니 심장센터 앞에 있었는데 혹시나 카테터를 4개 이상 끼워넣어야 하는 상황은 아닐까 싶은 우려감도 약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10분이 더 지나자 졸음이 쏟아집니다. 잠을 설친 피로와 무료함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잠을 잘 수도 없던 것이 말이 좋아 본관 1층이지 외래동에 붙어 있어 이래저래 검사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각 방의 병리사들이 환자들을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맘놓고 졸 수도 없습니다. 물론 그저 긴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10시 30분이 조금 안된 시간, 즉 생각보다 빨리 문이 열리고 교수님하로 보이는 양반이 보호자시죠? 안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합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병원, 특히 수술장이나 검사실에선 예정보다 빨리 부르는 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예상외의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아 씁 카테터써야 한다거나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려나보다... X대따...라 생각하면서 일어나 들어갑니다. 들어가보니 실시간으로 심장 영상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가 그런가 심장의 박동이 뭔가 이상해보입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교수님하의 야그는 다르네요. 일단 심혈관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는 거 같지만 심장의 수축력이 매우 낮으니 약으로 치료를 할 것인데, 심박 능력이 낮아 중풍이 쉬 올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폭탄을 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문제지만 그래도 터지진 않았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병상과 함께 올라갔습니다.
다시 신관 14층의 병실에 올라가자 본관 1층의 원무과에 가서 순환기 내과에서 신장내과로 전과한다는 서류를 다시 작성하고 오라더군요. 멍멍이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거참스러운데 절차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죠. 내려가 수정하고 올라와 기왕 새로 전과하는거 병상을 창가로 옮겨줄 수는 없냐고 한번 뻗대봤습니다....만 안된다 하더군요. 이제 10일에 종양의 상태에 관한 CT, 그리고 신장의 혈류상태에 대한 검사가 새로운 페이즈가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