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좀 늦게 잤고, 오늘은 교수님하 안나오는 초파일이니 병원에 좀 늦게 갈 - 아시는 분 아시듯 스퍼스 - 썬더 컨파고 국내 중계를 해주니까.... 보고 갈 - 예정이었는데 아침 9시에 핸폰이 우짖습니다. 번호를 보니 간병인이더군요. 어제 아침에 자기가 필요한 거를 새벽부터 문자로 보내서 아침잠을 설치게 하더니 오늘은 아침댓바람부터 전화질이네요...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죠.
"우마왕입니다."
"안녕하세요. 간병인입니다. 아침부터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미안한 건 아는 모양이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그만둬야 할 거 같습니다."
어라? 님 이게 뭔 소리야? 이럼 안되지!
"예? 아니 오신지 얼마나 됐다고? 더구나 초파일에 그러시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친한분의 부고가 와서 상가에 가야 할 거 같아서요."
"아 예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대체해주실 분은 어떻게? 간병인님이 연락을 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고 연락을 다시 드리지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군요. 좀 지나 연락이 옵니다.
"혹시 직접 연락하셨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부탁까지 드렸는데 굳이 연락까지 하겠습니까?"라고 하자 "연락을 해보니 초파일이라 당장 오실 분도 없다네요."
"그럼 몇 시까지 봐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1시 정도까진 가능할 겁니다."라더군요.
이 뭐 C8스러운.... 일이 갑자기 왜 이리 꼬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병원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해도 갑자기 막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던 일들은 마무리하고 가야죠. 간병인이 1시까지는 봐주겠다고 하니 짬짬이 컨파는 보면서 일을 정리했죠.... 일이 꼬이려는 날이라 그러나 컨파도 3Q까진 스퍼스가 썬더에 질질 끌려가더군요. 다행히 3Q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더니 스퍼스가 역전에 성공하여 1차전을 가져옵니다. 할 일도 끝나고 컨파는 기분좋게 끝났으니 병원 고고싱을 합니다. 날은 초파일이요 시간이 시간이니 과감히 택시질을 했죠.
병원에 도착하니 막 점심 시간입니다. 간병인이 점심 시중을 들어주고 있더군요.
친한 지인의 상이라 어쩔 수 없이 가야겠다고 하길래 수고하셨다고 한 뒤 일당을 드렸습니다. 다른 곳에도 알아보는 게 좋겠다길래 연락을 했는데 초파일이라 모두 절에 가서 사람이 없다더군요. 거듭 죄송하다면서 간병인은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반전은 그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려면 부가적인 몇몇 등장인물들을 더 설명해야 할 듯 한데 옆 병상에 아주 깐깐과 자아도취의 극을 달리는 할머니 - 할머니라는 표현도 아깝다 할망구가 적당하겠다... 이후 할망구로 표기합니다 - 환자가 있습니다. 대략 5월 7일인가? 어무이보단 좀 뒤에 당뇨로 입원한 환자입니다. 이 할망구는 간병인을 안 쓰고 혼자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와보는 거 같지도 않더군요. 들어보니 꽤 오래된 환자고, 자기 말로는 혼자 거둥을 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간병인을 일부러 두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덤으로 처음 일했던 - 일못해서 자른 - 간병인과 한번 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예전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에 있던 형님뻘 되는 양반 -, 이 사람은 나이에 맞지 않게 외래로 왔을 때 병원에서 환자복 입고 있는 걸 자주 본 적이 있어서 젊은 양반이 병원 자주 오네...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엔 너무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요- 이 드나들어 호오 하고 있었는데 그 형님뻘 되는 양반하고 큰딸이 초등학교 친구고, 일본에서 사업하던 사람인데 혈당 문제로 입원한 건데도 젊은 사람이 자주 입원해서 담당교수가 빨리 퇴원시키고 다시 입원하던 환자였다나요? 그러던 걸 국내도 아니고 일본에서 죽을 거 같다고 온 환자를 너무 빨리 퇴원시킨다고 교수님하에게 말해줘서 그 이후로 자주 오는 거라더군요. 뭐 그렇게 말이 트였고, 어쩌다가 자기 며느리 야그가 나왔는데 자기 아들은 9년전에 결혼했고, 며느리는 지금은 모 병원 수간호사랍니다. 자기 아들 잘 내조해줄 타입이 아닌 거 같길래 아들이 결혼하는 걸 5년간 반대하다가 결혼을 했는데 결혼전엔 건장하던 자기 아들이 지금은 살이 쫙 빠져 다른 사람이 못 알아볼 지경이라며 며느리 험담을 하더군요. 뭐 고부사이에 안 좋은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며칠 전에 그 할망구의 큰 딸내미가 와서 이래저래 문병도 하고, 식사도 하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아들 안 와보냐...고 하자 며느리가 그런데 오겠냐고.... 뻔질나게 전화만 오더니 연휴라고 여행간다고 전화가 왔다던가 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날 맞은편 병상에 그 할망구가 아는 환자가 다시 입원을 한 겁니다. 그러고 그 언니하고 이런저런 야그를 하면서 자기는 휴일에 아들 며느리 오는 거 달갑지 않다... 걔들도 지 가정이 있고.... 라는 쿨드립을 듣게 되니 이 할망구 야그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란 말이죠.
맞은 편 병상의 간병인 아줌니는 예전, 2009년 11월이던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를 포스팅할 당시에 잠시 어무이를 간병해주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아까 그 할망구가 이 아줌니 일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 간병인이 아닌데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넘어갔는데 오늘 이 간병인 아줌니가 아주 깨는 야그를 해준 겁니다. 사실은 막 간 간병인이 상을 당해서 간 게 아니라 옆 병상 할망구가 일하는 데 시끄럽다고 멍X랄을 떠는 바람에 뚜껑이 열려서 친한 사람 상 핑계대고 갔다고 하더군요. 그 어이가 없더군요.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후 이 간병인 아줌니가 새 간병인들 - 세 사람인가 소개해줬는디 그 할망구 옆자리라는 걸 안 간병인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못 하겠다는 겝니다. 결국 6시 지나서라도 연락해주겠다던 협회도 사람이 없다고 오늘은 힘들겠다 하는데 아무래도 악명이 업계를 떨치는 모양인게죠. 아 C8 싶은게 어무이가 진상짓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쩔 수 없는데 옆의 할망구가 진싱이라 올 간병인이 없다는 건 납득하기가 쉽지 않죠. 이 할망구가 자리를 비우자 이 간병인 아줌니 말씀이 지금 위치에 있으면 저 할망구 퇴원할 때 까지 절대 간병인 못 쓴다. 자기가 맡은 환자가 수요일에 요양병원으로 간다고 퇴원한다니 병실은 옮기기 어렵지만 수간호사에게 말해서 저 할망구에게서 떨어지기라도 해야 다음번 간병인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란 말이죠. 알겠다고 하고 잠시 다른 전화를 걸기 위해 나왔는데....
더 깨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이 할망구가 우마왕은 좋게 봤는지 앞서 말한 맞은 편 병상의 간병인 아줌니가 일은 정말 잘하고 맡은 환자는 모레 퇴원한다니 우마왕이 직접 하루 봐주고, 그 간병인을 쓰라는 겁니다. 자신만 남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남도 자신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혹은 알면서도 무시하는 진상의 포스가 과연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세리프였습니다. 그래서 그건 좀 어렵다. 간병인 쓰는 걸 보면 아시듯 오늘이야 휴일이라 그렇지만 평일엔 나도 할 일이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죠. 결국 옆 병상 간병인 아줌니가 추천한, 내일 아침 10시부터 해줄 수 있다는 간병인을 쓰기로 했습니다.
저녁이 나와 저녁을 먹고 어무이를 휠체어에 싣고 병원 몇 바퀴 돌린 뒤 오늘은 별일이 있을 거 같지 않아 아버님이랑 귀가를 했습니다. 하얀 수건을 골라 갖고 오라고 했더니 하얀 색이라고 새 행주를 두개 갖고 오셔서 잠시 귀가하여 널부러진 집을 정리하고, 수건을 갖고 병원에 다시 가서 기저귀 교체 타이밍을 물어보니 젖으면 하긴 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거 같다길래 일단 귀가했습니다. 어차피 집에 널부러진 이런저런 가사질도 해야 하고, 부족한 수면에 기인한 피로 문제도 있는데다 내일 병원에서 알아볼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일찍 가기도 해야 하니 말입니다. 조금 여유가 있을 거 같았던 입원 한 달째의 하루는 이렇게 사라져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