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의 서유기를 처음 본 게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너무나 실망하여 "대략 이걸 영화라고 찍은거냐??" 라고 화르르 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니까 지금이야 그렇게 실망하지 않았을 게다. 그것이 월광보합편이란 것을, 스토리는 이후에 나올 선리기연편으로 매듭지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작영화의 경험이 제법 생겼기 때문이다. (반지라던가 그외 다수의...) 하지만 그러한 스토리 구조를 알지 못했던 당시에는 주성치의 서유기란 완전 난삽에다 스토리조차 채 끝나지 않은 영화였던 것이다. 심지어 여배우조차 안 이쁘더라...쳇. 그리고 그 실망으로 이후의 선리기연을 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그러고보면 선리기연을 보게 된 계기도 참 우스웠다. 비디오로 처음 봤는데 (만일 내가 빌리러 갔었다면 절대로 빌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사촌동생이 빌려온 것을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된 것이다. 잘 아시겠지만 선리기연은 완전 이쁘장한 여인네(朱茵 꾸냥!!!! +_+)가 이쁜 척 하며 나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바람에 그것이 주성치의 서유기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아무튼 이번에는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느낌은 있는데 저게 왜 서유기인지 도대체가 전후 관계가 헷갈리는 게다. 솔직히 보기는 괴로웠지만 1500원의 압박이 있었던 지라 계속 앉아서 봤다. (당시엔 내 방에 TV와 비디오가 있었기 때문에 피할 방법도 없었다.) 닥치고 화면을 보다 보니 스토리는 중반을 지났고, 그제서야 이것이 예전에 본 주성치의 서유기와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감동의 절정을 지나 결말로 치달았을 때 뭐랄까 천사의 나팔소리가 들리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며 감로수가 뿌리는 도다...의 경지는 아니었지만 갑자기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이해되고 주성치의 서유기가 그렇게 멋진 영화였음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힐랄루야!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주성치의 서유기를 갑자기 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성치의 서유기는 DVD건 고화질 동영상이건 구하고 싶어도 이상스레 구해지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월광보합은 어떻게 구했는데 선리기연은 굉장히 난감한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녀석만 구해졌던 게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 지나갈 무렵 선리기연의 고용량 동영상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시리즈를 대략 DVD로 구우려 할 때 주성치의 서유기가 DVD로 나온다는 엄청난 뉴스를 듣게 되었다.
서유기는 DVD로 갖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주성치 사후에 대표작을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서 가뿐한 마음으로 갖고 있던 동영상 파일들을 날려버렸다. 아마도 일주일 뒤에 질렀단 소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글래디에이터하고 탑건 정도만 구하면 되려나? 대체 언제 재판될까나? 상국에선 여전히 잘 팔리더만... 역시 한정판의 왕국, 개한민국에선 C급 문화생활 하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