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전차의 주포에는 발사 반동을 줄이기 위해 머즐 브레이크가 달려있는데 포스터의 부품도와 제품의 조립 사진으로 판정해 볼 때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가장 가까운 형태로 파악되는 머즐 브레이크입니다. T-34 궤도를 덮은 실제 차량의 사진을 보더라도 이쪽일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게 좀 고증이 맞지 않아요. 백문이 불여일견 실차 사진을 보도록 하지요.
위의 사진에 나오는 차량은 전형적인 4호전차 Ausf.H 중/후기형입니다. 지금은 머즐 브레이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포구 끝을 보세요. 간단히 말해 Ausf.H 중/후기형에선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의 머즐 브레이크를 달고 있고, 위의 실차사진에서도 이것이 달려 있음이 확인됩니다.
정작 웃기는 건 포스터, 즉 박스 아트의 4호전차 Ausf.H는 정상적인 중후기형 머즐브레이크가 달려 있다는 게지요. 사실 T-34 궤도를 덮은 실제 차량의 사진도 해상도가 낮고, 교묘하게 그림자가 졌기 때문에 반드시 초기형 머즐 브레이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즉 후기형 머즐브레이크일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각도의 사진이 없으니 판정을 보류하기로 하지요.
위의 실차 사진은 전형적인 4호전차 Ausf.H 중/후기형의 뒷모습입니다.
실차 사진과 같은 각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차체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례 사진입니다. 그런데 차체 중간에 있어야 할 에어필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이 에어필터가 Ausf.G 후기 부터 Ausf.H 중기형까지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붙어있을 필요는 없다고 할 수는 있지만 아래의 T-34 궤도로 덮인 실차사진 차체 우측(정면에서 보면 좌측)을 보면 에어필터로 의심되는 것이 붙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후방에서 잡은 작례 사진입니다. 비록 차체 우측면은 쉴첸으로 가려져 있지만 이번에 볼 것은 뒷 부분, 리어페널이고, 그쪽은 이 사진에서도 잘 보이니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먼저 썼던 후방에서 본 실차 사진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봅시다. Ausf.H까지는 견인 볼트 좌우로 격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작례 사진을 보면 격벽이 생략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Ausf. H가 아니라 Ausf.J의 특징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한가운데 앙증맞게 달려있는 Ausf.H 초기형 일부에서나 보이는 견인 고리가 거참스럽습니다. 실차 사진처럼 저 고리가 빠져 있어야 정상이지요.
우선 현재까지 내린 중간 결론은 실제 키트를 보지 않고 포스터와 작례만으로 판정한 성급한 것일 수 있으므로 어떤 단언은 할 수 없다는 점을 보는 사람들께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멋진 4호 Ausf.F, G와 괜찮은 브룸베어 중기형을 만들었던 설계팀의 물건치고는 뭔가 어설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뭐랄까 마치 해당 기획/설계팀에서 제안한 것이 아니라 메이커의 어설픈 기획팀이 기존 부품을 적당적당히 모아 Ausf.H 후기형이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작례의 구성 제품으로 볼 때 그 실상은 Ausf.H 후기형이 아니라 규격외 머즐 브레이크를 단 Ausf. J 초기형으로 보는 쪽이 더 합리적이겠지요.
따라서 작례대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이 키트는 4호 Ausf. J 초기형과 T-34 궤도를 둘러쓴 4호 Ausf. H 중/후기형의 두 가지로 나눠서 발매하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이 경우는 4호 Ausf. J 초기형의 판매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결론이 성급한 것이기를. 혹시라도 그대로 나온다면 불필요부품이라고 표시하더라도 기존 Ausf.G의 부품들이나 리어패널, 정상적인 후기형 머즐 브레이크가 함께 들어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전반적인 모형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