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08. 11. 20. 13:54

소위 소중화를 운운하는 교조적 유교 광신(무슨 교조적 광신이냐고 반문할 민족주의자들도 계시겠다만 조선조의 유교 그 자체가 종교 학문적으로 발전되면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정당의 당헌처럼 우리 유교믿어염....에 가깝게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다.)에 한자 문화권이며 사실상의 섬나라였던 조선에서 역사적 고사란 주로 천년도 더 된 춘추 전국시대 당시 중국의 사례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책에 쓰여있는 사례들이 워낙 예전의 이야기인데다 외국의 사례다 보니 오기나 오역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시험에 등장하여 항상 우리를 골탕먹이는 경우도 종종 생겨납니다. 우마왕의 지인인 호부후의 포스팅에 보면 임페리움의 번역자가 합종연횡을 합종연행이라 일관적으로 오기한 듯 한데 호부후의 매서운 눈이 이를 놓치지 않고 포스팅한 듯 합니다.

합종연횡을 정확히 표기하면 合縱連橫이 아니라 合縱連衡입니다. 종의 경우에 從이라는 글자를 쓰는 것을 용인합니다만 衡자는 바꾸지 않지요. 왜그럴까요? 사실 이러한 오해가 발생한 이유는 현재 우리가 이 합종연횡을 같은 성격으로 보아 가로 세로로 씨날처럼 엮어 똘똘 뭉치자는 의미의 合縱連橫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고사가 생긴 원인을 생각해보자면 결코 合縱連橫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합종은 당대의 세가 소진이 우선 연에게, 이어서 다른 5국에게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하여, 6국을 종적()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동맹을 맺자고 한 데 기인했습니다. 

하지만 연횡(連衡)의 기원은 좀 다릅니다 위나라 장의()가 진을 제외한 6국을 돌며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니 다른 6국은 오히려 진과 개별적으로 저울대처럼 튼튼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데 기인했기 때문이죠. (아마도 장의의 시대엔 저울대가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단단함의 상징이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동맹이 체결되면서 합종은 깨졌고 진에 모두 먹히는 불상사를 낳았습니다. 

단지 형이나 횡이나 중국어 발음이 유사했기 때문에, 혹은 고사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가로세로가 엮어 하나가 되자 쪽이 더 그럴듯했기에 이쪽으로 전달되면서 합종연횡이라고 바꿔서 오늘에 이르렀던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분명한 것은 저 고사성어의 발음은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이야기고 원 표기에 맞추자면 合縱連衡입니다. 단지 그 발음까지 합종연형이라 부를 수 있는가는 좀 의문이지요.

발음에 대한 것은 신라의 왕성, 金을 금이 아니라 왜 김으로 읽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