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10. 9. 19. 17:02
자정 무렵에 화장실의 샴푸나 기타등등을 놓아두는 4단 선반 아래에서 뭔가 기묘한 절지동물의 다리가 눈에 띄었다. 좀 굵긴 한데 밝은 갈색의 색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곱등이류는 아닌 듯 하다. 그래서 샤워기를 가장 뜨겁게 틀어놓은 뒤 그 기묘한 절지동물의 다리를 향해 분사하고 선반을 치워봤다.

하수구 마개 위에 뒤집혀 있는 그 동물의 정체는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바로 사마귀다. 그러니까 요즘들어 이런저런 새로운 곤충들을 보게 되는 일이 많아졌지만 집에서 사마귀를 보는 것은 처음(학교나 기타 장소에서야 종종 봤지만)이다. 더 놀라운 것은 예상외로 살아 있었다. 바퀴벌레나 곱등이, 혹은 그리마가 뜨거운 물에 아주 약한데 비해 대략 5~7cm 정도의 몸집을 가진 이 사마귀는 그 정도의 뜨거운 물에는 끄떡없다는 듯 앞발을 건방지게 까딱대고 있는 것이다. 풀색 사마귀일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갈화된 사마귀는 20여초의 뜨거운 물 세례 정도는 당당히 버틸 수 있다고 앞발을 까딱대는 것이다.

사실 우마왕은 미국 바퀴로 불리는 대형 바퀴벌레나 지네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방에 들어오지 않는 한 웬만하면 살려주자는 주의이긴 하지만 사마귀라는 녀석은 당랑거철의 고사대로 크기 상관없이 날아올라 덤벼드는 습성이 있는 바 그냥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뜨거운 물을 다시 틀고 샤워기를 사마귀를 향해 분사. 한 2분여를 버티던 사마귀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래 하수구 트랩의 뚜껑을 열고 하수구 속으로 흘려보냈다. 집에선 다시 볼 일 없길 바랄 뿐이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