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2013. 4. 7. 18:04
약사 옹의 Tiger im Schlamm을 길찾기에서, 그것도 새로나온 독일어판을 기반으로 하여 번역서를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약간의 기대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역자의 이름을 듣고 보니 기대만큼의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과연 그에게 그것을 소화할 역량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마왕이 그런 의문을 갖게 된 이유는 첫 번째 메이저 역서에서 보여준 그의 역량 부족이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다른 양산형(?) 역자들에 대한 역량부족을 날카롭게 비판하던 그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물론 이후의 저작들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준이긴 했어도 그가 내놓은 결과물 또한 평소 역자 자신이 다른 역서들과 역자들에게 해오던 비판을 넘어설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기다리던 번역서가 마침내 나왔을 때 그것을 훑어본 뒤 서평을 쓸 생각을 접었다. Tiger im Schlamm는 해당 저작의 원서를 다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흔히 번역의 문제점으로 중역이 빚어내는 오류를 드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물의 퀄리티는 도저히 중역을 운운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번역서가 나오기 전 어느 지인이 그의 첫 번째 역저가 보여준 퀄리티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을 환기시키며 하필 그 사람이 번역을 맡았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던 적이 있는데 최근에 하던 건 그것보다는 나으니 그 정도로 망역은 아닐거라고 말했던 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 들었는데.... 사실 어머니때문에 시간을 따로 내기가 어려워서인 이유도 있었고...결국 어차피 번역서는 이미 나왔기에 굳이 비판적인 서평을 쓸 필요가 없다 판단되기에 별도의 서평이나 오류지적은 쓰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약간의 면식이 있던 네이버 블로거가 해당 역서의 번역 퀄리티에 대해 진흙 속의 호랑이 오역 문제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강렬한 비판을 남겼다. 비판이 나오자 이런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M모Q에도 링크가 올라갔고, M모Q도 오역 이래도 좋은가와 해당 역자의 열정 운운하면서 쉴드를 치는 의견으로 양분되었다. 역자의 열정을 운운하며 쉴드 치는 의견도 나름대로 의의는 있는데 열정은 모든 일의 시작이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열정"만"으론 이뤄지지 않으며 일을 이뤄내는데엔 실력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쉴드는 그저 쉴드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그렇긴 하더라도 결과물의 측면까지 시각을 확대한다면 비판의 범위와 의도에 다소의 의문이 남기도 한다 .역자가 출판사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네이버 블로거가 마지막 포스팅에 남긴, "보수가 적어 유능한 인재가 번역을 차마 생업으로 선택하질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결국 신생 출판사의 재정이 아주 튼튼하지 않는 이상엔 양질의 역서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건 불가능할 듯합니다."라는 구절의 의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날세우기에 대한 변호인지 몰라도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의 꿈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 쓰는 이상론의 냄새가 느껴지기 때문이랄까? 물론 그의 말대로 양질의 역서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연 그 양질의 역서가 얼마나 팔릴까? 그의 말대로 이름만 보고도 누구든지 번역된 내용을 아주 안심하고 믿고 읽을 수 있는 출판사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뤄지지 않은 꿈일 뿐이다. 즉 현 시점에서 가져다 쓸 말이 아니란 말이다. 어쨌거나 해명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도 아니한만 못한 사족이기에 차라리 쓸 데 없는 사족은 빼고 오역 지적만 했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있다.

공식 출판 1호 번역서였던 보급전의 역사가 나올 무렵, 시장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도 가지시 않는다. 퀄리티는 과연 만족스러운 정도일까? 과연 얼마나 팔릴 것인가?라는 양립이 가능할 거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질문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앞으로 적지 않은 번역서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아니 낼 생각인,그러면서도 역자가 출판사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마왕의 입장에선 저 질문들은 앞으로도 여전히 맞서야 할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이겨내려면 그저 이러한 비판을 우마왕에게 적용해도 부끄럽지 않을 열정과 실력을 연마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겠지만 말이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