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13. 9. 16. 06:27


건담의 무대라 하면 지구 궤도상의 중력 중화점이라는 라그랑주 포인트에 설치했다는 인공구조물, 스페이스 콜로니를 빼놓을 수 없겠다. 길이 32km, 직경 6km 정도 되는 원통의 절반에 거주구, 다른 절반에 채광창이 설치된 소위 개방형 콜로니가 대부분이고 사이드 3, 지온의 경우에만 같은 구조지만 채광창이 존재하지 않는 폐쇄형 콜로니를 쓰고 있다고 설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개방형 콜로니라는 것이 가능한 물건일까 싶은 의문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과연 어떨까?

다른 기술적 문제를 차치하고 물리적 환경문제부터 고려해보자. 태양계를 비롯한 항성계는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주변에 워낙 뭔가가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고, 그에 따라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대기가 있는 지구나 금성에서는 진입하다 타오른다거나 표면의 70%쯤을 차지한다는 바다에 빠지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높기 때문에 실시간 추적이 아닌 이상 그 흔적을 추적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달이나 화성같은 암석형 천체에서는 충돌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음을 상기하라.

이러한 충돌은 지구 궤도상에 있는 한 개방형 콜로니라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나마 그 대비책이라고 제시된 것들은 현실적으로 위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프로펠란트를 사용한 자세 제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되야 하겠다.) 따라서 채광부 - 흔히 유리로 만들어진 것으로 설정되는 - 의 강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느 정도의 구조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께가 필요한 법이다. 문제는 유리라는 것이 구조적, 조성적 문제로 인한 광흡수가 발생한다는 것. 만일 실리카 - 나트론 조성의 유리라면 녹색 계열의, 납이 들어가면 보라색 계열의 색을 띄게 된다. 그리고 그 두께가 약 200밀리만 되어도 인지 가능한 정도의 색을 느낄 수 있다. 하다 못해 물 조차도 미터급이 되면 색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이를 개방형 콜로니의 유리층에 적용해본다면 몇 미터 급에 달할 구조재로서의 유리 투광층의 존재는 그 투광도 저하만으로도 외부의 빛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선 사실상 나가리. 바꿔 말해 만약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거주를 위한 인공구조물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건담에서 제시된 개방형이 아니라 콜로니 건조에 소요되는 광물채굴을 위해 끌어온, 아울러 건조 이후에는 카운터메스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암석형 소행성에 (아마도 유니콩의 팔라우가 그러하듯) 구멍을 뚫어 생활공간을 만들게 될 가능성이 높고, 채광 또한 어떤 형태가 되었던 인공 조명에 주로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강화해주는 것이 mars colonization라는 기사다. 인류가 화성에 진출하게 된다면 만들어질 거주공간의 형태라는데 결국 지하생활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돌이켜보면 지상 생활은 단순히 운석이나 기타등등의 충돌 위험 외에도 태양 방사선에서의 보호, 온도 유지 및 기타등등의 문제가 겹칠테니 결코 추천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일러스트를 보면 0083의 폰 브라운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닐것 같기도 하고.....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