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2013. 9. 18. 13:34
20XX년 들어 해외 출판계에 새로이 생긴 흐름을 꼽아보라면 단연코 위키를 퍼블리싱 소스로 하여 만든 책일 것이다. 물론 위키피디아로 책을 낸다는 게 반드시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 혹은 레퍼런스급 학자가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겠다는 훈늉한 발상으로 위키의 참여자로 나선다면 집단지성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니 말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현실에선 참여자가 자신이 본 책을 저자의 승인없이 개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지식과 정보는 돈이라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위키의 정보 퀄리티라는 것은 해당영역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 퀄리티 자체가 그리 높을 수 없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일정 가격 이상을 제시하는 책이라면 최소한 위키 이상의 퀄리티를 갖는 정보 혹은 지식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와중에 우마왕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다룬, 제법 그럴듯한 가격을 제시한 책이 하나 나타났다. 서지 정보가 좀 부족하고 (심지어 주문페이지엔 표지 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자의 이름 또한 생소하지만 능력있는 저자가 처음으로 낸 책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울러 출판사가 제정신이라면 저 가격을 매겨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주문을 때렸다. 그리고.....

도착한 책의 포장을 풀어 나온 책의 표지를 보니 뒤통수가 띵해졌다. 표지에는"High Quality Content by WIKIPEDIA articles!"라는 인장이 자랑스레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국내 모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했다는 것. 20%의 차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그 가격에 이따위 종이뭉치를 샀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에 환불을 요구했다. 다행히 환불은 별다른 문제없이 이뤄졌고, 환불받은 비용으로 그 책에 밀렸던 다른 책들을 지를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처음 본 곳이 해외 온라인이었다면 서지 정보를 제대로 확인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시작이자 끝일 것이다. 그리고 윅키로 만든 책을 $50달러 이상의 금액으로 파는 만행은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하기야 해외 출판사라고 모두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곳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저자라던 사기꾼 작자들의 개인 소유 업체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