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07. 1. 22. 06:23
처음엔 신기해서 촛점도 맞추지 않고 찍던 사진이라는 찰나의 기록은 시간이 지날 수록, 사진을 알아갈 수록 점차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사진 실력이 늘수록 좋은 필름, 좋은 기계를 구하게 되고 렌즈를 바꾸려다 보면 결국 SLR 카메라를 쓰게 된다. 다시 말해 필카 시대의 카메라란 결국 사진찍는 실력과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말엽,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사진업계에서 필름을 퇴출시키는 상황이 되었다. 아시다시피 필름과 인화된 사진은 그 자체로도 보관 비용이 들어갈 뿐더러 그 결과물의 한계상 수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자 정보 상태의 디카 정보라면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한 오랜 시간동안 일관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디카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필카와의 벽이 거의 허물어진 상태에 이르게 되자 디카는 사진영역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완전한 대체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남은 길이 있지만 말이다.

기술의 발전은 예전에는 320만 화소급의 DSLR이 300만원대로 팔렸지만 지금은 30만원짜리 똑딱이도 700만 화소급이 되었고 심지어 500만 화소급 폰카도 등장하고 있으니 DSLR, 혹은 디카란 이름만으로 살아남기는 힘든 시대가 되고 있다. 거기에 DSLR 업체들도 타겟을 둘로 나눠 성능 우위의 플래그쉽 모델과 성능을 좀 줄이고 낮아진 가격으로 비용대 효과를 살리는 보급형 DSLR로 성능을 고려하는 하이엔드 똑딱이 유저를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핸드폰에 달린 폰카조차도 기술의 혜택을 입어 프로필만으론 웬만한 똑딱이 뺨치는 성능을 보이는데다 본연의 핸드폰 기능을 바탕으로 MP3도 즐길 수 있는 다용도 엔터테인 능력으로 디카 유저의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더욱이 포토샵이 일반화되면서 "포토샵만 잘해도 사진빨을 살릴 수 있으므로 굳이 특별한 일 아니면 무거운 DSLR이 굳이 필요없다."라고 말하는 시대가 된데다 심지어 진짜 고수들은 똑딱이를 갖고도 포샵 리터칭없이도 DSLR을 능가하는 내공을 보여주기도 하니 굳이 DSLR이 필요하냐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하여 일부 똑딱이 유저는 "DSLR이나 똑딱이나 마찬가지다. 둘 다 디카 아니냐?"라고 강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말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