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07. 1. 9. 12:20
(부제 : 선동의 범위, 비판의 범위.)

이 글은 순면대제가 포스팅한 우리에겐 왜 한미연합사가 필요한가?라는 김재창 예비역대령 대장의 인터뷰에 대한 히요님의 군국주의적 사고방식의 극치라는 글로 촉발된 전작권 논쟁에서 출발했다.

글을 쓰기에 앞서 이 글에 필요한 단어들의 개념부터 다시 한 번 규정해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이를 위해 엠파스 국어사전에서 제시된 해당 단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제시하고자 한다.

이론 : 어떤 현상을 일정한 원리와 법칙에 따라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식 체계.
논설 : 시사적인 문제 등을 설명하고, 그 시비에 대하여 자기의 의견을 말함, 또는 그 글.
토론 : 그 형태를 차치하고 두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문제에 대해 대립되는 견해를 뒷받침할 논거를 제시하면서 대결하는 것.
비판 : 비평하여 판단함,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따져 말함.
선동 : (어떤 행동 대열에 참여하도록 문서나 언동으로) 대중의 감정을 부추겨 움직이게 함.

이상의 단어들을 유념해주시고 해당 글을 읽어주시기 바란다.

우선적으로 히요님의 글을 다시 한 번 검토해보자. 논설이란 단어 자체의 사전적 의미에서 볼 수 있듯 누구라도 의견을 말할 수는 있다. 물론 시각에 따라서 히요님 자신의 비판적 의견을 뒷받침할 배경 지식/자료들 같은 논거 제시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지만 히요님의 주장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시점까지는 특별한 논리적 비약이나 억지를 쓰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하자. 아울러 순면대제가 언급한 김재창 예비역대령 대장의 한미연합사론 또한 소위 보편타당한 이론의 단계는 아니란 점도 고려하자. (우마왕 개인의 시각으로 볼 때 김재창 예비역대령 대장의 해당 주장은 스스로 질타하신 전작권 환수론자들과 마찬가지의 안이한 현실인식에 기반하거나 적어도 그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히요님은 이 사실을 전혀 캐치하지 못하고 있다.) 어쨌거나 자신의 견해를 타인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보편타당한 논거가 필요하다. 논설이나 토론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서 보듯이 대상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객관적인 논거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배경 지식/자료들 같은 논거의 제시야말로 토론을 토론으로 만들어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히요님이 이후 지속적으로 올린 글들로 미뤄볼 때 히요님은 이러한 토론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뭐 이 주제에 관한 한 모르기로 했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작통권 환수 논쟁에 관하여라는 글에선 "올바른 주장을 하면 설득되는 게 옳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sonnet님이나 sonnet님의 관점에 동조하며 말씀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옳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설득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반론을 아끼느냐고요? 그거 반론하자면 미국이 세계적으로 수십년간 해온 전쟁들을 모두 다시 훑어보고 그 전쟁들이 어떤 결과를 남겼으며 미군수산업이나 미국경제에 어떤 이득을 줬고 전쟁을 겪은 해당 나라들의 실태는 현재 어떠한가를, 제가 이런 저런 자료를 보면서 읽어왔던 모든 것들을 모두 재확인하고 제시해야 되거든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이루는 논거조차 제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랬기에 순면대제의 의견을 논파하는 것은 고사하고 새로운 글 히요씨의 주장에 답하다 #4에선 "안보, 외교, 군사 문제에 관해서는 선인들의 수많은 경험과 연구를 집대성해서 학생들이 단기간에 섭취할 수 있도록 풀어써 놓은 좋은 교과서들이 있다. 나는 기본개념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절정고수들이 쓴 교과서에 기가막히게 해설해 놓은 이야길 왜 내가 짧은 글빨로 재탕을 해야 하나 환멸을 느낀다. 내가 한 이야기들의 많은 부분은 사실 교과서를 한번 읽어 보았으면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사족이었다. 지금 토론이 늦게 진행되는 이유는 상대 토론자의 개념이해 부족으로 기본개념의 복습과 토론을 병행해 나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는 토론 상대방에게 토론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지적되고 있는 지경에 이른다.

이쯤 되면 이 논의에 관한 한 히요님의 의견은 토론이 아니라 선동이라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애초 글을 올린 의도에 대해 의심받게 된 지경이 된데다 순면대제께서는 히요씨의 주장에 답하다 #4의 말미에서 친절하게도 "결국 이렇게 살펴보면 "정치/경제적인 합리적 접근으로 될 상대가 아닌, '비합리적인 상대방' 이라고 간주한다면, 남은 건 군사적으로 쳐 쓰러뜨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란 히요씨의 이야기는 문제를 평화와 전쟁의 양자택일인 것 처럼 포장해 제시함으로서, 잘 모르는 독자로 하여금 유화책을 택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전술임을 쉽게 알 수 있다."라고 선동이라고 정의하기까지 한 상태다. 거기에 현 시점에서 순면대제의 비판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미친고양이님의 선동가의 글쓰기, 이론가의 글쓰기는 이 건에 관한 적절한 비판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친고양이님의 글에 트랙백된 AWACS님의 선동이란 단어에 대해서라는 글을 보고 있노라니 굉장히 불편해진다. 이 글은 크게 두 블럭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도입부부터 ~ 선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까지로 선동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부분이 그 하나이며, "2007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줄어들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부분이 다른 하나다. 그리고 선동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앞부분과 달리 뒷부분은 시각의 방향만 틀릴 뿐 자신의 정치관에 의한 선동적 요소를 나열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은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저 상황은 선동과 비판이란 개념 자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건지, 아니면 소위 한국의 보수(라고 쓰고 수구라 읽는)집단의 필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비판의 탈을 쓴 교활한 선동으로 봐야 하는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물론 우마왕 역시도 선동가의 정치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AWACS님의 주장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만일 빨간애들의 정치적 선동이 문제가 된다면 보수적 시각에서의 정치적 선동은 별 문제가 없는가를 되묻고 싶고, 만일 보수적 시각의 선동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행위를 하면서도 빨간애들의 정치적 선동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울러 묻고 싶다. 설마하니 AWACS님 자신의 글이 어째서 선동이냐고 생각하실 정도로 선동과 비판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신 거라면 사전을 펴놓고 개념을 다시 배우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을 따름이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