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모형의 4호전차 시리즈도 역시 연결식 궤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4호전차 Ausf.D는 그냥 접착 연결식, 나머지에는 반 가동식 36cm 궤도가 들어있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독일전차 연구가 Jentz옹은 초기형 4호전차(Ausf,A~E)에서 사용된 궤도가 기존의 36cm 궤도 Kgs 61/360/120이 아니라 38cm 궤도인 Kgs6110/380/120라고 주장했다. 그 전까지 알려졌던 38cm Kgs6110/380/120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자면 Kgs 61/360/120를 쓰던 돌격포와 일부 3호전차에서 주포 교체와 장갑 강화에 따른 중량 증가로 발생한 접지압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38cm 궤도인 Kgs 6110/380/120를 사용했는데 큰 효과가 없어서 나중에 등장한 보다 넓은 40cm 궤도인 Kgs 61/400/120로 바뀌었다는 정도의 땜질용 아이템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Jentz옹의 주장에 의하면 38cm 궤도 Kgs 6110/380/120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땜질 아이템이 아니라 실제로는 4호전차용으로 개발된 것이며 4호전차외엔 3호전차보다 무거운 돌격포(Ausf.A) 일부에서 쓰이다가 40cm 궤도 Kgs 61/400/120로 바뀔 때까지 사용되었다고 한다. Jentz옹의 이러한 주장은 초기의 3호전차가 15t 전차로, 4호전차가 20t 전차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접지압 문제에 더해 이 시기 독일 전차들이 대량생산을 고려할 정도로 많이 생산된 것도 아님을 감안해 볼 때 중량에 따른 별도 궤도의 사용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면 대량 생산이나 실전부대의 3/4호전차 혼성 운용문제를 고려해 볼 때 36cm궤도 Kgs 61/360/120로 통일하는 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문서상으로는 양자가 구분되지만 아래 그림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적어도 사진상으로는 36cm 궤도나 38cm 궤도를 외형적으로 거의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거기에 40cm 구형 궤도를 사용한 차량이라도 주의깊은 사진 관찰이 있기 전엔 어떤 궤도를 신었다고 단언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해상도까지 나쁘다면 구분은 더욱 요원해진다. 이렇게 외형적으로 구분이 어려운 경우, "(4호전차 Ausf.A의) 시작차량에서는 38cm 궤도 Kgs 6110/380/120을 썼지만 실제 양산차량들에서는 36cm 궤도 Kgs 61/360/120을 썼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라는 주장을 제기한다면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는 잠정적으로 양자를 모두 쓰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Jentz옹의 주장에 의거하여 모델카스텐에선 38cm 가동식 궤도를 SK-57의 코드로 매우 싼 가격에 출하한 바 있으며 못지 않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프리울이나 드래곤, 삼성모형의 4호전차는 36cm설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어쨌거나 우마왕은 옌츠 영감님의 38cm설쪽에 무게를 두고 있고 모델카스텐의 가동식 38cm 궤도, SK-57을 복수개 구매한 상태이고, 삼성모형의 4호전차를 만들 때는 이를 사용할 예정이다. 덤으로 4호전차에서 남는 반가동식 36cm 궤도는 36cm 궤도를 사용하는 용가리의 9032 및 9040으로 만드는 초기형 3호전차에 쓸 수 있다. 물론 용가리의 키트에 원래 들어있는 36cm 궤도 또한 꽤나 우수한 품질을 갖고 있지만 접착제를 사용하는 연결식 궤도가 반가동식의 편리함을 따라오기는 어렵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리하여 9040을 바탕으로 만들고 있는 3호전차 Ausf.G(37mm kwk 장착형)에 신기기 위해 트라이스타의 36cm 궤도를 헐었다.
사건의 시작은 여기부터다. 궤도를 몇 토막 끼워서 3호전차에 대보니 뭔가 약간 크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36cm 궤도와 대보았다. 과연 실제로 대보니 트라이스타의 궤도가 모델카스텐의 36cm 구판 궤도나 용가리의 36cm 궤도보다 컸던 것이다. 갑자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예감에 따라 모델카스텐의 38cm 궤도를 트라이스타 궤도에 대보았다. 예삼대로 양자의 사이즈가 같았다. 자 이쯤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 마련이다. 좀 더 나가보자.
우선적으로 모델카스텐의 3/4호전차 궤도 리스트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모델카스텐도 그 전에는 36cm를 만들었다. 하지만 SK-57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36cm를 절판시켰다. 36cm와의 병용설을 고려하자면 굳이 SK-26IV를 절판시킬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서 4호전차 SK-57, 즉 Kgs6110/380/120 궤도의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SK-57은 다른 4호전차용 궤도에 비해서 1000엔 이상 싸다. 물론 대량으로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기존의 형식에 비해 특별히 더 팔릴 이유를 갖고 있진 않은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엔이상 싼 이유는 뭘까? 우마왕은 SK-57 궤도가 삼성모형 4호전차 D형에 들어갈 예정이 아니었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개발비의 일부를 삼성모형이 지급했기에 모델카스텐은 저렇게 염가의 판매가 가능하단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째서 양 사가 별도의 제품을 내놓았을까? 관계자가 아니니 각자가 별도로 제품을 내놓은 이유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삼성모형측이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수준의 궤도를 독자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모델카스텐과의 계약을 파기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계약무산이 먼저인지, 38cm 궤도 금형을 만든 것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38cm 궤도에 굳이 36cm라는 이름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자적으로 궤도를 팠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생산자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삼성모형이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수준의 궤도를 팠다고 해도 소비자가 모델카스텐제보다 들어있을 때보다 낫다고 생각할 리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모형이 할 일은 독자 궤도를 넣고도 기존의 소비자들을 그럭저럭 납득시켜 가급적 이탈시키지 않으면서도 비용을 떨구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고, 이럴 때 가장 좋은 명분은 자료 조사를 해보니 역시 36cm 설이 맞는 것 같다...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모델카스텐의 38cm가 틀렸기 때문에 계약을 파기한 거다...라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실제로는 38cm 궤도인 정품 궤도에 36cm 궤도라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만일 독자 궤도가 그럭저럭 소비자들에게 인정된다면 우선적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고, 이후 생산수량이 늘어나도 모델카스텐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생산수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금형 개발비를 포기하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손해로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이와 비슷한 예를 삼성모형이 최근에 내놓은 1호전차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모형은 최근 모델카스텐 가동식 궤도가 들어있던 기존의 1호전차 A형 라인을 절판시키고 그 대신 이미 개발된 1호전차 차대의 2cm 대공자주포에 들어있던 독자 궤도를 넣은 1호전차를 새로 내놓았고, 모델카스텐도 1호전차용 가동식 궤도를 SK-70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것이다.
결론을 안건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3호전차는 36cm 궤도를 신었을 가능성이 높다.
2. 4호전차와 3호 돌격포는 38cm 궤도인 Kgs 6110/380/120 궤도를 신었을 가능성이 높다
3. 삼성모형의 36cm 궤도는 말로만 36cm이고 실제로는 38cm 궤도인 Kgs 6110/380/120일 가능성이 다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