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보니 10년전쯤의 일이 생각납니다.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물론 SKCs같은 대형 포털이 아니라 몇몇 무능한 사이트였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본질을 보건데 사이트의 사이즈에 관계없이 개한민국의 사이트 및 그 운영자와 개발자들의 마인드는 여전히 얄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 www이나 인터넷이라는 그다지 익숙하지만은 않은 단어가 화두로 등장한 시기는 아마도 1995년 정도일까요? 대충 10년이 조금 넘은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PC 통신이라는 VT 기반의 가상사회가 있었을 뿐이었고 그 때의 상황을 표면적으로나마 보여주던 것이 1997년에 개봉된, 지금은 유치해보이는 전도연의 스크린 데뷔작 "접속"이었지요.
하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인터넷과 www의 등장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브라우저만 있으면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의 출현은 정보에 목말랐던 그 시기엔 해외의 고급정보를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엄청난 메리트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해외 원서가 필요할 때라도 아니 그런게 나와 있는지도 몰랐던 게 현실이고, 설사 그것의 정보를 알아내어 교보에 주문해도 3개월이나 걸려야 책을 손에 쥘 수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을 필두로 몇몇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한달 만에 바라는 책을 주문할 수 있다는 엄청난 메리트가 주어졌고, 이런 식으로 인터넷의 잠재력은 서서히, 아니 빠르게 현실화되었습니다.
거기에 IT Korea의 (허구적)신화를 쌓아올린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CATV용 케이블 라인 혹은 ADSL로 대변되는 초고속통신망의 출현입니다. PC통신사 서버의 중계없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사이트도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은 PC통신사의 도태와 몰락을 가져오면서 가상사회의 중심은 VT에서 www로 빠르게 바뀌어갔고, 정부의 전폭적 지원하에 국내 이너넷 회사는 폭발적인 외형성장을 가졌고 유저는 폭발적으로 유입되었습니다. 혹자는 이 때를 IT 버블기라고도 하더군요.
우월적 개인에 의한 정보제공이건 다수의 사람이 모이게 만든 포럼이건 인터넷의 중심에 있는 것은 사이트입니다. 그리고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책을 만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를 묶는 영역과, 그 내용을 써가는 영역입니다. 다시 말해 전자는 인쇄소 및 출판사의 영역, 후자는 작가의 영역이지요. 하지만 한국은 빡뇌제의 영향을 받아 종이를 묶는 영역만 발전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책의 내용, 작가의 역할은 부족하거나 심지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게 현실입니다. 문화환경을 극장"건물", 도서관"건물"을 얼마나 지었는가로 판정하는 병진스러운 현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문화 또한 포럼에만 천착하는 기형적인 발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또 한가지 간과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유저의 무차별적인 유입이지요. 유저가 대량 유입된다는 것은 통신사에겐 분명히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좋은 현상만은 아닙니다. PC통신 시대, 90년대 초반까지는 실명을 걸고 활동하며 성인이 아니라면 개인 아이디를 만들기 힘들었습니다. 덤으로 최소한의 서버명령어를 익히기 전에는 제대로 활동하기가 힘들고 그나마도 텍스트 위주였습니다. 때문에 PC통신을 한다는 이야기는 성인이고 최소한의 통신 예절을 익히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는 정직과 상호존중의 분위기가 쉽게 형성되고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소위 VT 마인드라 할 만한 이런 분위기는 성인으로서 실명으로 활동한다는 상황에서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시기까진 Anonymous에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그들 또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기 때문입니다. 글을 퍼갈 때는 적어도 글을 만든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메일을 보내고 작성자가 거부한다면 올리지 않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져 있었으니까요. 때문에 Anonymous라 해도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진입장벽없이 말 그대로 한글만 알면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Anonymous는 어느 사이 익명의 가면을 쓴 채 상호비방이나 하는 부정적 의미가 되었고 열심히 작성된 귀중한 텍스트 조차 클릭만으로 긁어버릴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합쳐지면서 어느 순간엔가 펌 문화로 변질되었습니다. 퍼가요 한줄만 달랑 달면 작성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퍼져나가는 그런 비존중의 사회로 바뀌기 시작한 거죠.
아니 애초에 얄팍했던 개한민국의 문화에서 개인에 대한 존중이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음성적인 현상이 오피셜화된 단초는 MBC의 일밤 PD가 일본에서 카피해온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였을 겁니다. 속이기와 무조건 들이대기로, 그리고 그것을 돈으로, 혹은 기타등등으로 무마하여 방송한다는 이지메 마인드와 관음증 마인드가 섞인 그런 느낌이 일반화되어 확대재생산되었을 때. 글을 만든 사람의 권리는 법정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변질되었으니까요. 결국 사이트는 앞다투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개발자조차 자신(자기 회사)의 권리는 주장하면서"도" 타인이 만든 컨텐츠에 대한 권리를 캐무시하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종이묶기뿐이니 그 내용을 채울 역량은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하지요. 하지만 시간도, 역량도 모두모두 부족하니 엄한 작성자의 컨텐츠를 물어다가 자신들의 컨텐츠인 양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대충 이런 프로세스일 겁니다. 일단 남이 작성한 글을 다짜고짜 메인에 올린다. 그리고는 나중에 문제될 거 같으니 메일은 보낸다. 단 그 내용은 협조를 구하는 게 아니라 사후 통보에 가깝겠지요. 그리고 그것이 좋건 말건 상관은 없는 겁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컨텐츠를 만든 작성자가 내려달라고 요청하면 죄송하단 소리 일절없이 내립니다. 심지어는 모든 블로거나 컨텐츠를 만드는 놈들은 유명해지고 싶어서 만든거 아니냐...등등 인격적인 모욕을 줘가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다가 결국 자신도 감정이 상했다는 식으로 마무리짓기도 하지요.
물론 이러한 개비지스러운 행위는 한국에서 인터넷 문화가 정착하는 초기의 Teeth pain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10년이 지났습니다. Teeth pain을 말하기엔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한민국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개한민국의 어른들은, 국민들은 "니 권리를 주장하고 싶으면 타인의 권리도 지켜야한다"는 원칙조차 모르는 얄팍한 싸구려라는 이야깁니다. 생각해보면 저 개발자는 10년전엔 미성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러한 마인드는 미성년자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는 이야기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개한민국은 미래조차 암울하단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