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09. 7. 25. 03:39
지난 7월 중순 양대인 놀이터에 M60에 대한 슈트라우스의 평이란 제목의 글이 포스팅되었습니다. 뭐 원문 자체의 취지에는 큰 불만이 없지만 포스팅에 붙은 답글들은 상당한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당 서술을 보면 소비에트제 전차포가 서방의 전차포보다 나았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불행히도 사실과 매우 다릅니다. 우선 M60에 T55에 대한 사거리 우위를 안겨준 전차포, 105mm L7 자체가 1956년 헝가리 사건 당시 등장했던 T54/55의 주포 100mm D-10T2S에 놀란 서방, 특히 영국에서 그간 자신들이 쓰고 있던 20pdr (83.4mm)를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포로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해당 포스팅의 배경이 된 1960-61년에는 서방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가졌다고 착각할 수 있었지만 소비에트는 다음해에 115mm 활강포와 BM-3/6 APFSDS탄을 장착한 T62를 등장시켜 잠시나마 우위를 가졌다는 서방의 착각을 떡실신시킵니다. (1970년대 이색렬의 IMI가 105mm APFSDS탄 M111의 개발에 성공하면서 독일을 시작으로 서방 각국이 라이센스를 받아 생산에 나섰다는 사실이야말로 당시 서방 각국이 소비에트 전차포에 대한 열세임을 느끼고 있었다는 반증이지요. 그랬기에 당시 서독도 레오1에 만족하지 못하고 MBT/KPz70 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이지요.)

그럼 실제로 서방 전차포가 소비에트 전차포를 밟아버린 시점은 언제일까요? 실질적으로는 더러운 덕국이 레오파트 2와 Rh120을 앞세워 서방 전차의 첨병으로 나선 이후죠. (일부 텍스트를 보면 그 이후에 개발된 포탄들을 그 포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서방 전차포가 항상 소비에트제보다 나았던 양 역사 왜곡을 합니다만....역시나 문제가 있는 서술임이 분명하지요.). 참고로 APFSDS가 HEAT나 HESH보다 관통력이 올라간 것도 이 시기 이후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방의 핵심국가, 미 - 영 - 프가 자력으로 개발한 전차포로는 (동등한 수준이 된 적은 있습니다만) 소비에트를 넘어본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에트 전차포를 확실하게 넘어선 것은 독일이 개발한 전차포뿐인 셈이랄까요?

만일 저 댓글들의 주장대로 레오2 이전의 서방 전차가 전차전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었다면 대 WTO 방어전술은 아마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전차의 전투력에 분명한 우위를 갖지 못했기에 1980년대까지도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지상군을 막기 위해 공격 헬리콥터와 전술핵을 조합한 방어대책이 거론되었던 게고 80년대 중후반, 아니 사실상 90년대 초반까지도 서방 각국, 특히 미국이 T72의 존재에 부담을 느끼던 이유가 단순히 프로파간다 때문이었을까는 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지요.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