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오전 2시에 온 전화밸 소리로 시작되었다. 예감이 그리 좋지 않다. 이 시간에 오는 전화라면 역시나 잘못 온 전화가 대부분이고, 정말 용건이 있는 전화라면 뭔가 급박한 일이 생긴 상황인 것이다. 기침감기에 시달리며 막 잠을 자려던 우마왕이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살펴보니 병원이다. 받아보니 간호사기 아니라 무려 어무이의 담당의다. 어무이가 1시간 전 부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게 나와서 중환자살에 들어가 최악의 경우, 기도삽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환자실에 기관삽관이라..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솔직히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만일 중환자실을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산소를 최대압력으로 주입하면서 환자가 버티기를 바랄 수 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어무이의 가슴에 꽂아놓은 PCD의 배액상태가 그저 그랬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빨리 진도를 뽑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잘 아시다시피 중환자실이라는 곳은 응급상황에 대해 가장 빨리 대처할 수 있는 곳이지만 어무이의 현재 상황에선 들어가면 정상적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보호자의 면회가 통제되는 곳이니 최악의 경우, 임종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일 PCD 관을 하나 다시 꼽아보겠다는, 아직 해볼 게 남아있는 상황이고, 아직 의식을 갖고 있었던데다 입원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아직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었다. 먼역 본인이 그런 경우 어떻게 해달라고 말을 했다면 그 뜻에 따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러니 포기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예전엔 중환자실 면회시간은 7시 20분이었는데 이제 내부 규정이 바뀌어 오전 면회는 9시 30분에서 10시이다. 아무튼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간병인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간병인 비용을 찾아 정리하고 중환자실 앞으로 간다. 시계를 보니 9시. 시간이 좀 남았길래 상황설명을 듣고, 병실 이동에 대한 후속조치응 준비하기 위해 애초의 병동에 올라갔는데 우마왕을 본 간호사가 담당의에게 연락해보더니만 지라에서 기다려달란다. 시간이 지난다. 이제 증환자실 면회가 시작되는 9시 30분이 다 되어가는지라 안오시니 중환자실로 가겠다고 하자 간호사가 중환자실 간 게 아니라 엑스레이 찍으러 가셨단다. 중환자실 앞에 계신 아버님에게 전화를 해서 병실로 올라오시라고 말씀드린 뒤 전공의를 기다린다. 곧이어 나타나신 교수님하의 설명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과 맞지 않는 거 같다. 담당의는 예정대로 PCD를 하나 더 꽂아볼 거고 그게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테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10시가 되자 아버님이 전날 종부성사를 신청해뒀다며 신부님과 수녀님이 오셔서 종부성사를 진행한다. 종부성사를 하니 아버님, 또 횡설수설하시는 게 정신줄을 놓으셨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일단 상황을 정리했다. 만일 돌아가신다면 어디서 장례를 치를 것이냐부터 해서 장례 방식, 그외 기타 등등에 대해 정라룰 하자고 했다. 상황이 다급하니 옵션은 병원 또는 성당인데 우마왕은 개인적으로 매장보단 화장을 고려중이었지만 시간 내에 화장 이후의 안치 장소를 구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다. 그래서 성당의 장례를 담당하시는 분에게 성당의 장례절차에 대한 대략적인 아웃라인을 듣고 싶었는데 성당 묘지는 굳이 영안실을 성당에 모시지 않더라도 매장이 가능하단다. 비용 자체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기초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들, 즉 묘지비용과 영안실 사용비용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지만 나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거기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시는 사무장이 아직 출근을 안 해서 그 이상은 자신도 알 수 없으니 사무장이 출근하는 오후 2시 이후에 다시 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귀가하여 시계를 보니 막 정오가 다 된다. 병원에서 감기 주사를 맞고 조금 잠을 잘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러나 다시 병원에서 전화가 온다. 새 PCD를 설치해야 하니 와서 동의서를 쓰라는 게다. 안 쓸 수도 없기에 병원에 다시 가서 동의서를 쓰고 병상에서 이동식 병상으로 어무이를 옮긴 뒤 시술을 기다리는 사이에 병원 장례식장에 대한 안내를 듣고 왔다.
\ 시술은 대략 3시에 끝났고 몸에 꽂힌 관이 하나 더 늘었으니 병실로 올라가 병상으로 넘기기엔 간호사나 간병인의 악력을 믿을 수가 없다. 결국 병상으로 어무이를 옮기고 다시 성당으로 가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하지만 성당 사무장의 말도 아까와 그리 다르지 않다. 아직 돌아가신 것이 아니니 뭐라 말은 할 수 없고 돌아가신 이후에 성당의 연령회장이란 분과 연럭해서 상의해보는 게 빠를 거라고 한다.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해결되겠지....라는 마인드와 그러면서도 정작 비용자출은 최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겹친 아버님의 얄팍한 생각에는 머리가 흔들어지지만 그러면서도 성당이 알아서 잘 해줄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어이가 없다.
다행히 저녁이 지나 밤이 되면서도 별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당장 비상이 걸릴 거 같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건진 아잍템이 장례식장 견적서라는 건 뭔가 참 그런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