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3. 2. 20. 18:11
2월 19일 아마도 오전 10시가 좀 못된 시간 일겁니다. 핸드폰이 울립니다. 병원 간호사실이군요. 지난 번에 박아뒀던 PCD의 배액이 좋지 못해서 위치를 조정하고, 아마도 다른 위치에 새 PCD 관을 꽂을 것이니 와서 동의서를 쓰라더군요. 조금 의이했던 것은 전날의 컨디션이 믿을 수 없이 좋았다는 겁니다. 잠들만 하면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졌다며 삑삑대고 울어서 기침 감기에 시달리던 우마왕의 잠을 끼우던 모니터링 기계가 가리키는 수치는 98~100을 찍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맥박이 평소보다 10에서 최대 20까지 줄어든 분당 73~76을 찍고 있더란 말이죠. 문제는 발렌타인 호라쇼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낮에는 컨디션이 좋다가 밤에 컨디션이 팍 떨어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절대 안심할 상황은 아니란 거죠. 그래서 오늘은 병원에 오후에 갈 거 같으니 투석 일정에 방해되지 않게 일단 시술을 하고 추후 동의서를 작성하자고 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채 십분, 아니 5분이나 지났던가? 갑자기 간병인 아줌니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어무이가 시술하러 갔다가 응급실 거쳐서 갑자기 중환자실에 들어갔다는 겁니다. 뜨악한 기분으로 알겠다고 전화를 끊고 병원으로 달려갔죠. 마침 담당의가 나와 상황을 설명하더군요. 상황을 들어보니 시술 자체는 잘 된 거 같은데 시술을 하기 위해선 제 정신에는 맨살에 뭔가를 박아넣을 수는 없으니 고통을 최소화 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사용하면 신체 감각과 기능이 떨어집니다. 문제는 어무이의 폐 기능이 그 동안 별로여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잘 안되어 축적된 게 있었는데 그게 리미트를 넘어가 의식을 잃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해독제를 쓰고 응급실에서 기관삽관을 해서 벤틸레이터를 달아 인공호흡기로 이산화탄소를 빼내는 중인데 이산화탄소는 많이 빠져서 정상수치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의식이 혼미하고. 또한 자가호흡 기능에 약간 문제가 있으니 상황을 봐서 뇌 MRI를 찍어서 봐야 할 겉은데다 지금 상황에선 언제 인공호흡기를 뺄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는 겁니다.

5분 정도 기다리면 자리 정리하고 처치를 마치면 어무이를 보여주겠다더니 반응이 없네요. 좀 더 지나니 교수님하가 오셔 담당의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바이탈이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서 오래 갈 거 같진 않은데 그래도 아직 모르니 지켜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만일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되는 상황이라면 그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의도는 알겠고, 당장 그런 방향으로 갈 거 같진 않을 거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시간은 더 흘렀는데 부르지도 않고 병실을 그냥 놔둘 수도 없어서 정리를 하러 올라갔습니다. 아무이가 중환자실 내려갔으니 간병인 아줌니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짐 싸고 집에 갈 준비를 하시더군요. 만일 중환자실이 오래 길어지면 모를까 내일이나 모레 병실로 올라온다면 그냥 맡아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리 이야기를 하고 짐을 정리하고 내려왔습니다.....만 반응이 없네요.

어느덧 시간은 흘러흘러 12시가 넘어갔는데 부를 생각릉 안합니다. 오늘 감기 약을 받으러 병원에도 가야 하는데 참,... 거기에 더해 12시 쯤에 갑자기 솔의관이 신의손 니퍼가 네이년이 입하되었다는 뮨자를 날립니다. 사실 신의손 양날 니퍼는 우마왕이 수입좀 해보라고 찔렀던 건데 병원애서 시간을 측정해보니 귀가해서 온라인으로 지르는 시간이나 직접 네이년으로 날아가 집어오는 거나 소요 시간이 비슷할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네이년에서 신의손 니퍼를 집어오고 감기약을 받으러 동네 병원에 들렀다가 어무이 병원으로 오는 방향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계획대로 마치고 짐을 내러놓기 위해 집에 들렀다가 다시 병원으로 가려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지금 밖에 나왔다가 다시 골아가는 중이라고 하니 오시는대로 어머니을 보여드리겠다더군요. 그래서 드디어 중환자실을 들어가 봤는데 투석중이고, 기관을 삽관한 거 말고는 전반적으로 의식도 많이 회복한 거 같고 큰 문제가 보이진 않습니다. 예전에 폐 CT를 설명해주던 의사님하 설명이 많이 회복되긴 했는데 간헐적으로 마치 수면무호흡처럼 호흡을 하지 않는 시간이 짧게 짧게 니티나는 현상이 있어서 호흡 절차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 뇌 MRI 검사를 검토중이랍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투석을 하고 있음에도 상태가 그리 나빠보이진 않더군요. 확실히 폐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빠지다보니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무이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해보고 대략 어차피 저녁은 밖에서 먹어야 할 듯 하-고 기침이 나올 거 같아서 감기약도 먹어야 하겠-기에 정식 면회시간에 오겠다고 하고 중환자실을 나섰습니다.

저녁을 먹고 정식 면회시간에 맞춰 중환자실에 들아가보니 정말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있더군요. 5시에 봤을 대는 간헐적으로 마치 수면무호흡처럼 호흡을 하지 않는 시간이 짧게 짧게 보였는데 그게 굉장히 줄어있었고 부르면 반응하는 빈도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단지 눈을 아직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더군요. 이 추세로 가면 내일이나 모레 병실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다고 하길래 다행이라며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한 뒤 중환자실을 나섰습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