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07. 1. 16. 02:36
부제 : 전직 교수, 고법 부장판사 석궁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반응을 보며.

전직 교수, 고법 부장판사 석궁 테러 (본문읽기)
처음 이 뉴스를 본 것은 TV였다. 임용탈락에 불만을 품은 전직 교수 김모씨가 고법 부장판사를 석궁으로 테러했다는 내용이었고, 이어 석궁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이야기되었다. 전직 교수라는 작자가 얼마나 찌질하길래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석궁으로 테러를 하냐 싶었다. 아울러 당연하게도 법조계에선 팔짝 뛸 수 밖에 없었다. 재판에 임한 법관의 신상은 보호되어야 한다. 그래야 법적 양심에 따라 사건을 법에 맞춰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법조계가 실제로 그렇게 양심적인 조직이었는지는 차치하기로 하자.) 그리고 당연하게도 아래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大法, 법관 보호대책 강구키로 (본문읽기)
法ㆍ檢 "충격ㆍ경악…사법부 권위 세워야" (본문읽기)
하지만 좀 더 생각을 해보니 문제가 간단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찌질해도 조폭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판사를 테러하는 미친 행위를 할 정도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뉴스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말초적 영상뉴스와 사실은 좀 다르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법관 테러' 김명호씨 누구인가" (본문읽기)
위의 뉴스에 해당 사건이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사건의 내역이 궁금하면 위의 내용을 보시면 될 테지만 한 마디로 대학의 삽질에 엄한 학자 하나 작살난 꼴이다. 그것도 국제적인 캐망신을 당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위의 글에서 나온 사이언스지의 반응, "The High Cost of a Right Answer -- 277 (5331): 1441 -- Science"은 1997년 9월 5일자 포스트로 생각해보면 한국은 그 전부터 사이언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사법부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법관은 어떤 사건에 대한 법해석에 있어 제3자적 입장에서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단순히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법 앞에 공정할 수 있어야 할) 사람이고, 법에 관한 권위를 가진 전문가다. 다시 말해 법관이란 법률 그 자체의 권위자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엄정한 법적 해석을 할 수 있는 권위자란 이야기다. 그렇기에 법관의 신상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법조계의 이야기는 맞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풍토를 시급히 조성해야 하며 이것이 유일한 대책이다."라는 법관의 발언과 "사법부는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인데 사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라는 검사의 발언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물론 법치국가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국민 권리의 최후의 보루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사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느냐 라는 발언은 솔직히 글쎄요 되겠다. 한국군을 믿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랄까? (이젠 쿠테타를 하지 않는다고 혈변을 토해봐야. 쿠테타를 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을 살해했다는 점, 그 자체는 국가가 망할 때 까지 붙어다닐 낙인이 될 것이다.) 법관이 다루는 문제란 논쟁의 가장 가파른 칼날 위에 있는, 어떤 사건에 대해 양쪽 주장이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법적 판결을 위해 법원에 오는 것 아닌가? 양자 모두 일리가 있기에 법논리적으로 판정하는 것이 사법부의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저 말에는 판결을 위한 심리 과정이 객관적이고 충분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사법부가 보여준 심리 과정이 그다지 타당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또 다른 본질아닐까? (솔직히 판결문을 구해보았지만 글쎄...스러웠다.)

물론 이것은 김명호 전 교수가 석궁을 쐈다는 행위 자체를 변호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행위 자체는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에게 석궁을 쏘았다는 사실을 우선할 일이지 "부장 판사"에게 석궁을 쐈기 때문에 처벌되어선 안된다는 것이 우마왕의 생각이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