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그랬지만 입원이 길어지거나 하면 하루에 두개, 심하면 세 개의 병원을 다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문병이더라도 거리가 멀다면 좀 그렇겠죠. 뭐 작년에는 하루동안 이대 동대문병원과 일산의 의보공단병원, 안산의 고대병원을 패키지로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거의 죽음이었지요 -ㅅ-;
그리고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지만 바로 어제도 그렇게 두 개의 병원을 가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당뇨때문에 1달에 1번 가는 이대 동대문 병원과 아버님이 여전히 입원하고 계시는 삼성병원이죠. 그런데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밤에 전화를 하셔서는 10시에 초음파 검사가 있어 금식을 하신다고 하시더군요.
크게 위험한 일도 아닌지라 이대병원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침, 아마 8시 무렵에 전화를 해서 핸드폰 배터리의 충전이 위험하니 갖고 오라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아버님께선 뭐랄까 이미 알고 있는 스케줄이 있다 해도 당신이 귀찮은 일이 있으면 잘 기다리시지 못합니다. 우마왕이 막내 신드롬으로 이야기하는 현상중 하나죠. 그래서 반드시 상황을 확인하면서 조정을 해야 하죠. 문제는 그걸 우마왕이 아니라 어머니가 받으셨다는 게고, 어머니는 요즘은 일의 중요도나 우선 순위를 혼동하시는 경우가 잦습니다. 심지어 상황을 확인하거나 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이게 아침에 당장 갖고 오란 이야긴지 이대 동대문병원에 갔다 오면서 갖고 오라는 건지 헷갈립니다. 거기에 어머니는 당신이 끼지 않는 일에는 완벽주의자시지요. 당신이 직접 하는 일이 아니면 주변사람을 달달 볶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외조모님이 젊으셨을 때 딱 이런 타입이셨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외조모님에 대해 불평하시던 게 기억나는데 뭐랄까 미워하면서 닮는다...인지 요즘에는 그 불평하는 모습들을 스스로 보이신다는 이야기예요.
결국 삼성병원에 들러 배터리를 충전기째 들고가 갖다드리고 이대병원을 가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집앞 차도에서 당장 택시가 안 오자 횡단보도만 건너가서 서부역쪽에서 택시를 잡자는 겁니다. 거기에 어머니도 이상한 시간관념이 있으신데 당신의 의지로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신달까? 어머니는 평소에도 걷는 게 빠르시지 않은데다 인공관절 수술을 한 이후로 걷는 속도가 더 느려졌습니다. 즉 시간이 널널하게 남을 때야 어머니 의지대로 하는 게 큰 문제가 아닌데 어제 이맘때는 바로 그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되던 때였단 말이죠. 덤으로 그렇게 걸어다니던 시점이 빗발이 가장 심난하게 쏟아지던 아침 9시 무렵의 바로 그 때였다는 겁니다. 즉 10분만 일찍 나오거나 비가 잦는 걸 확인하고 좀 더 늦게 나왔다면 외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던 바로 그 때 15분동안 걸어갔단 이야기죠.
빗발이 잦아드는 걸 보며 OTL스러운 기분으로 어머니를 길가에 세워둔 채 삼성병원에서 내려 병동으로 올라갔습니다. 막 병동에 도착하니 초음파 검사를 보내더군요. 그래 본관 초음파실에 모셔다 드리고 나와 이대병원에 갔습니다. 아침에 워낙 엎어놓고 보니 이대병원에 도착한 게 9시 40분인 겝니다. 그래서 사람이 없길래 바로 새치기를 했습니다. (원래 예약시간 10시 30분.) 어머니는 3월 무렵부터 이런 저런 집안 일들의 영향으로 당뇨 조절이 잘 안되셨습니다. 뭐 그리고 어제도 여전했습니다. 조절이 안되었다고 할 정도의 높은 혈당치를 보이신 겝니다. 인슐린을 5월에 2단위, 7월에 다시 2단위를 높여 맞기로 했는데 당뇨가 조절이 안되니 의사도 약간 당황하더군요. 문제는 어머니가 2 + 2, 4단위를 높여맞으란 지시를 듣고도 그걸 까맣게 잊고서 예전에 조정한 대로 맞았던 겝니다. 그러니 당뇨 조절이 안되죠. 그리하여 아예 프린트 아웃을 해서 붙여놓기로 했습니다.
이대병원을 나와 다시 삼성병원으로 갔습니다. 아까 잠시 올라갔을 때도 보였는데 격리물품이란 게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균배양검사에서 뭔가 접촉성 세균이 나왔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직접 접촉을 막기 위해 물품을 따로 쓴답니다. 격리판정이니 상처부분을 드레싱하는 것을 보고 샤워하는 것을 도와드린 뒤 일찌감치 병원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