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07. 9. 7. 11:18
5일은 온 몸이 비명을 지르더니 나가려고 샤워를 하고 나온 순간 싸한 기분이 들면서 머리가 핑 돌더군요. 1년 정도만에 맞이한 감기몸살의 시초단계였습니다. 역시나 이틀분 일을 4시간에 했더니만 무리가 온 겁니다. 발열을 제외하면 감기파트는 아직 공세를 시작하지 않은 듯 하여 동네 병원으로 달려가 감기몸살쪽 주사를 맞고 약을 탔습니다. 그래도 삼성병원엔 갔어요. 뭐랄까 아버님때문이라기 보단 식욕은 없는데 뭔가 먹을 필요가 있을 때는 죽이 좋을 거 같았는데 병원앞에 죽집이 있거든요. (적어도 집 근처 죽집보단 가깝게 말이지요.) 그리하여 하루를 푹 쉴 생각을 하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었더라지요.

그랬는데 6일, 퇴원이 결정되었다고 아버님이 아침부터 전화를 하더군요. 문제는 이전부터 이야기했듯 어무이가 당신이 볶이지 않는 일은 무척이나 서두른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 아직 핑 도는 머리를 들고 아침부터 비를 뚫고서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과 달리 종합병원이란 건 그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어요. 즉 삼성병원의 경우, 퇴원은 점심을 먹고 최종 계산서가 나와야 내보낸단 이야기죠. 그런데도 황망히 볶아대니 거기에 정상이 아니라 머리가 핑 돌고 있으니 더 짜증스러운 겝니다. 거기에 아침에 종이쇼핑백을 들고 나오시길래 비닐 쇼핑백 하나는 어쨌냐고 물어보자 병실에 있대서 비오니 비닐 쇼핑백으로 갖고가자고 했지요. 그런데 정작 병원에 가보니 쇼핑백이란 게 아예 없는 겁니다. 대신 언제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깜장 비닐 봉투만 있는 겝니다. 보아하니 쇼핑백은 집구석 어디엔가 처박혀 있겠지요. 대충 싸서 가면 된다는 맹박스런 정신의 어무이보고 뭐라 하기도 그래서 비닐 쇼핑백 하나를 더 사왔습니다. 퇴원 수속을 밟고, 짐을 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데 고집스럽게 비닐봉투에 짐을 조금이나 나눠담고 걸어가시는 옹고집을 한심스런 마음으로 바라보다 쇼핑백에 넣으라고 했지요. 간신히 짐을 모두 싸고 오후 2시쯤에 퇴원해서 귀가했습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집안에서 제일 건강한 사람은 아버지인 셈이죠....

-ㅅ-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