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왕의 눈2013. 4. 24. 19:28
장례 사흘이 지나 매장을 하고 오는 날 초우, 다음날 재우, 그 다음날 삼우라는 걸 하던데 보통은 초우, 재우는 넘어가고 삼우만 치르는 경우가 일반적이죠. 사실 삼우라는 것 보다는 묘에 석물을 가져다 설치하는, 소위 묘지의 완성을 보는 날이라는 의미가 강했습니다...만 성당 영안실이라는 데서 장례를 치르고 보니 삼우 미사라는 걸 해야 한답니다. 10시 무렵에 시작해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더군요.

바꿔 말하면 9시 이전에 일어나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10시까지 성당에 도착하여 미사라는 것을 봐야 하는 거고 실질적인 삼우, 즉 묘택의 방문은 그만큼 늦어진다는 겁니다. 준비를 마친 뒤 정장을 입고 성당으로 향합니다. 다행히 전날에 추적추적 뿌리던, 일기예보에 따르면 정오까지 뿌린다던 비는 어느 사이 물러가고 파란 하늘을 이따끔씩 보여주더군요. 멘탈의 분위기상으로는 비가 뿌려주면 좋겠다 싶기도 하지만 묘택이 평지가 아닌 언덕인지라 비가 오면 이래저래 문제가 있을테니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차라리 낫겠죠. 지형 여건을 고려해서 신발은 등산화로 바꿔 신었습니다.

1시간을 풀로 채울 거 같던 미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성당의 할 일 없는 노교우들이 오늘도 따라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잠시, 홀가분하게 묘택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가다가 길을 몰라 끼어들기를 하던 멍청한 운전자 덕에 우리까지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을 좀 허비했지만 미사에서 벌어놓은 여유시간 덕에 12시 이전에 묘택에 도착했습니다. CAM-X 사업 소요제기되다.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대로 처음 자리를 잡았던, 찌푸린 채 눈까지 뿌리던 2월 26일과 달리 맑은 하늘에 그나마 따뜻한 햇빛에 석물이 갖춰진 묘택은 장례 사흘차의 흙구덩이와 달리 그럭저럭 묘택같은 분위기를 냅니다. 뭐랄까 긍정적인 시각으로 아 이제 돌아가셨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만약 겨울에 장례를 치렀다면 발이 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나마 따뜻하고 좋은 날씨에 치를 수 있던지라 조금이니마 마음의 여유가 생기더군요.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라는 마음보다는 이런 저런 의식에 쫓기고, 그걸 치렀다는 생각이 좀 더 강합니다. 그렇기에 장례라는 것을 치르고 보니 확실히 가족 관계, 대인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깨달음도 생기고, 그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도 하게 되더군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전에는 공허한 개드립이 날아와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제대로 받아치지 못하던 부분들을 이제는 명확히 받아칠 수 있게 되었다...고 헤야 할까요?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어찌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것들에만 생각이 미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삼우는 잘 치르고 왔습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