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7일에 포스팅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에 관련된 논쟁에 참가하고 있는 당사자중 한 양반의 블로그에 T-34/85는 포만 바뀌었는가?라는 제목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아마도 영문 윅히의 T-34 프로필을 참고로 작성한 것 같은데 해당 당사자는 포스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럼 해당 주장들은 사실일까?
우선 우마왕은 배경 그림이 겹친 텍스트를 아주 싫어하는데 같은 취향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 텍스트만 정리하도록 하자.
위키백과만 봐도 주포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는걸 알수 있습니다.
장갑이 더 강화되었거든요.
그리고 무게가 늘어난 만큼 탑재 연료량도 늘었지 말입니다.
그리고T-34/76의 문제점이던 전차장이 포수까지 겸해야 했던 2인실 포탑이 T-34/85에 가면 3인실 포탑으로 변경되었지요.
전차장이 포수까지 겸할 경우 상황변화에 대한 대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고 이때문에 3인실 포탑으로 변경된건 큰 변화입니다.
그외 시야때문에 원시적인 큐폴라가 추가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그래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M_먼저 고민해볼 일 : 과연 윅히는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나?|접기|이 주장을 검증하기에 앞서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다. 정상적인 학부과정을 통과해보시거나 그에 준한 학력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익히 아시겠지만 레포트, 텀페이퍼, 혹은 에세이를 써보신 분들이라면 Reference 목록을 작성하게 되는데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는 요즘의 학부생들께서야 네이년지식KIN을 당당하게 레퍼런스 목록에 처박는 세태라지만 일반적으로, 아니 우마왕이 학부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교수님하 보시는 글에 백과사전 같은 것을 Reference로 들이밀면 웃으면서 내년에 다시 보자거나, 군대갔다와서 다시 보자는 멘트를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요즘은 한 술 더 떠 강의 평가와 취업 문제가 맞물리며 A폭격을 안해주면 다음 학기엔 폐강이라는 웃지 못할 개그가 시전되는 시대라곤 한다지만....) 따라서 언어를 불문하고 윅히같은 수준 이하의, 그것도 언제라도, 누구나 수정가능한 미디어를 Reference로 한다는 것은 해당 주장이 사실상 학술적으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다시 말하면 당당하게 무지를 과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사실 러시아어 윅히만 되었어도 좀 나았을거 같기도 한데 영문 윅히는 대략 30년전, 냉전시기에 나온 스쿼드런 인 액션만도 못한 심도인 게 문제의 출발점이고, 해당 윅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상태라 하겠다.
무게가 늘어난 만큼 탑재 연료량도 늘었지 말입니다.
이 햏 또한 T-34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드는 서술이다. T-34/76은 차체 내부구조가 한 번 바뀌면서 1942년형이 되었고, 이후 T-34/85에 이르기까지 차대 자체는 바뀌는 게 없기 때문이다. 즉 1940/41년형 차대의 차내 탑재 연료량은 460리터, 1942/43년형의 차내 탑재 연료량은 610리터로 대폭 늘어났으며 T-34/85에선 주포가 커지면서 포탑도 같이 커졌지만 그것만으로는 필요 용적을 해결하지 못해 차체 내부배치에 약간의 조정을 했음에도 연료탑재량은 결국 540리터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무게가 늘어난 만큼 탑재 연료량도 늘었지 말입니다....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T-34/76 1941년형을 기준으로 하면 늘은게 아니냐고 말꼬리잡기를 시전할 수도 있겠지만 생산수량에 기반한 T-34/76의 대표성은 1942/43년형에 있는 바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말꼬리잡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영문 윅히에서 T-34/85의 연료탑재량으로 제시한 810리터라는 경이적인 수치는 차체 외부에 장착 가능한 원통형 연료탱크 6개를 모두 장착하고, 이를 연료로 채운 경우에나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실전사진을 살펴보면 연료탱크를 달고다니는 경우에도 3개 정도가 고작이며, 그 중 하나는 윤활유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전투 상황에 따라 차체에 이런저런 것들을 싣고 다니기 때문에 달지 않고 다니는 경우는 더욱 많다. 무엇보다도 이 외부 연료탱크는 T-34/76 1943년형에서 이미 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게가 늘어난 만큼 탑재 연료량도 늘었다는 주장은 사실과 무관한 뇌내망상이라 하겠다. 마찬가지로 T-34/76 1943년형의 연료탑재량으로 제시한 790리터는 1943년형이 되면서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기본 차내 연료량 610리터에 차체 후방의 대형 연료탱크 2개(각 90리터)를 장착했을 때의 용량이다. 그나마도 이 차체 후방의 탱크 또한 1942년형에서 이미 장착이 가능했으며, 1943년형은 이것 대신 T-34/85와 마찬가지의 원통형 연료탱크를 장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T-34/76의 문제점이던 전차장이 포수까지 겸해야 했던 2인실 포탑이 T-34/85에 가면 3인실 포탑으로 변경되었지요.전차장이 포수까지 겸할 경우 상황변화에 대한 대처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고 이때문에 3인실 포탑으로 변경된건 큰 변화입니다. 그외 시야때문에 원시적인 큐폴라가 추가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그래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3인용 포탑으로 바뀐 것은 T-34/76 1942년형에서 이미 이뤄진 일이다. 만일 전차장용 큐폴라가 장착된 것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T-34/76 1943년형에서 이미 이뤄진 것이다. T-34/85의 포탑이 대형화된 것은 주포가 바뀌면서 보다 큰 용적의 전투실이 필요해졌기 때문이지 전차장 기능의 분리 때문이 아니다. 다시 말해 3인실 포탑으로 변경된건 큰 변화입니다라는 서술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나마도 T-34/76 1942년형에서 이미 이뤄진 사항이다. 따라서 T-34/85에 가면 3인실 포탑으로 변경되었지요.라는 서술 또한 사실이 아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해를 돕기 위해 각 형식별 측면도를 함께 올리니 참고하도록 하자.
[#M_T-34 각 형식별 측면도|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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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이 더 강화되었거든요.
대전중 전차의 방어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Hull과 Super Structure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해당 용어들을 잠시 설명하자면 Hull은 바퀴로 가려지는 부분, 즉 현가장치와 주행기구가 실리는 부분이고, 수퍼스트럭처는 흔히 우리가 차체 장갑으로 간주하는 부분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보아온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설계된 전차들은 절대적인 크기 자체가 대형화되면서 수퍼스트럭처와 차체가 일체화되고, 포탑 또한 보다 큰 주포를 탑재하기 위해 대형화하면서 차체, 포탑으로 양분되지만 절대적인 크기가 작았던 대전중의 전차들의 장갑 구조는 수퍼스트럭처, 차체, 그리고 포탑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중 수퍼스트럭처는 그 표면적때문에 가장 많은 피탄이 일어나는 부분이다.(그 다음이 포탑)
이제 아래의 표를 보자. 이 표는 T-34의 장갑 두께와 피탄경사각을 각 형식별로 정리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T-34는 형식을 막론하고 Hull과 Super Structure의 장갑 두께가 같다는 점이다. 물론 T-34/85에 이르러 85mm 전차포를 운용하기 위해 포탑이 대형화되었고 포탑 장갑의 두께도 늘어났지만 이것은 방어력 향상이라는 목적보다는 포탑의 표면적 증가와 더러븐 덕국 대전차 화기들의 관통력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전차는 포탑이 뚫리지 않더라도 Hull과 Super Structure 부분이 관통되면 포탑이 아무리 멀쩡해도 요단강을 건너는 건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장갑이 더 강화되었다는 서술 자체는 포탑에 한정하면 사실이지만 Hull과 Super Structure의 장갑 두께는 형식을 불문하고 일정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34/85의 방어력은 T-34/76에 비해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증가했는데 이는 알량한 포탑 장갑두께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주포가 85mm로 바뀌어 교전 가능거리가 확대되면서 생긴 증가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다.
물론 애초 토론의 출발점이 된 양반의 논거가 그리 훌륭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반대측에서 현재까지 제시한 논거 역시 오류가 제법 많다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보이진 않는다는 것이 우마왕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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