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이야기2012. 10. 22. 22:03
서브컴 활동정지라는 이벤트에 직면한 우마왕이 i3 CPU와 메인보드, 그리고 RAM을 지를때 까지만 해도 상황이 그렇게 꼬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물론 약간의 안 좋은 느낌같은 게 있긴 했다. 물건을 받아 열어본 박스에서 나온 P8B75-M LX PLUS는 원래 생각한 노말 ATX 보드가 아니라 미니 ATX 모델이었으니까..... 케이스라던지, 현재 주어진 상황에 다소나마 안 맞는데다 우마왕과 미니 ATX 보드는 이상하게 궁합이 안 맞아서 가급적 회피하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연이 작렬했기 급한 마음에 적절한 가격과 성능만 우선했기 때문에 정작 사이즈에 신경을 쓰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아주 잠깐 메인보드의 교환여부에 대해 고민했지만 조립 및 운용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불편한 수준이므로 그냥 조립하기로 했다. 바꿔 말하면 이때까지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꼬일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야그다. 아무튼 집에 돌아와 조립을 시작했는데....

앞서도 말했듯 이 시스템은 우수한 퍼포먼스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XP SP3을 돌리는 데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의 모델을 최소비용으로 만들어내는 게 목적이므로 CPU, RAM, 마더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디바이스들은 기존의 물건들을 그대로 유용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CPU 쿨러도 기존의 잘만 CNPS-7000을 쓸 예정이었는데 분명히 하나가 남아있다고 생각한 고정용 디바이스 ZMCS-5B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렸다, 아마 급한 김에 사용해놓고는 보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더욱이 다른때처럼 물건을 좀 더 일찍 받아왔다면 당일수령으로 쿨러까지 받아와 조립을 마쳤을텐데 오늘은 부품을 늦게 찾아온지라 그러지도 못했다. 아무튼 케이스는 구형이라도 빅타워이므로 케이스 쿨러의 풍량은 문제가 없으니 팬레스 방식의 구리제 방열핀을 사용해보기로 하고 그것을 주문했다.

다음날 아침, 주문한 물건을 수령하러 오라는 문자가 도착했기에 물건을 받으러 갔더니만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면서 업체에서 언제 줄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헉스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시점에서 약간의 멘붕을 느꼈던 모양이다. 평소같았으면 미니 ATX 보드를 사용할 것이므로 그에 걸맞는 사이즈의 쿨러를 질렀을 텐데 어차피 4기가램 하나 꽂을 XP 머신이니 사이즈가 좀 더 커도 괜찮을 거 같다는 오판을 해버린 것이다. 거기에 잘만의 신형 쿨러, CNPS14X를 싸게 팔더라는 옵션까지 붙어버리면서 상황은 서서히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기존에 쓰던 CPU 쿨러 CNPS9900 NT와 달리 라운딩처리된 좀 더 두터운 냉각핀이 조립/정비시 손에 자질구레한 부상을 입게 되는 불상사를 최소화해줄 거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CPU 내장 VGA보다는 외부 VGA쪽이 발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팬이 븥어있는 쿨러라면 소형을 쓰는 것이 낫다는 팩트를 하늘 저멀리로 날려버리면서, 악화되었다 물론 모든 사건사고가 그러하듯 그때는 그것이 오판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도구는 갖춰졌고 까먹은 하루를 벌충하기 위한 손놀림은 바빠졌다. 잘만의 신형 쿨러, CNPS14X는 성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상대로 조립과정은 분명히 CNPS9900 NT보다 쉬웠다. 하지만 P8B75-M LX PLUS 마더보드에 붙이기엔 너무나 크고 무거웠다는 문제가 있었다. 덤으로 미니 ATX 보드라 그런지 몰라도 파워 LED 연결핀이 ATX 보드에서 흔히 보이는 3핀식이 아니라 2핀식이다. 신형 케이스들은 양 모두에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 서브컴의 케이스는 앞서도 말했듯 마닉의 인피니온 케이스라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거기에 더해 조립과정에서 나름 심대한 실수까지 저질렀다. 물론 그 때는 모든 실수가 그러하듯 그것이 심대한 실수임을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조립은 마쳤으니 전원을 넣어보기로 한다. 보드에 전원을 넣으면 당연하게도 아래처럼 바이오스 세팅 화면이 나와야 하는데....


나와야 할 위의 화면이 아니라 부팅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을 때에서만 보이는 화면이 뜨고 있었다. 문제는 당시에는 어떤 짓을 해도 이 바이오스 화면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입사의 AS를 통해 새 보드를 받아다가 조립했음에도 증상은 변화하지 않았다. 뭐랄까 전혀 원인을 알 수 없던지라 방법이 없었기에 결국 새 보드를 지르기로 결정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