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2013. 3. 29. 18:10
발헨타인 호러쇼 #1.를 치러낸 이래 한달 반 정도가 지났습니다. 사실 발렌타인 호러쇼를 치르면서 크리티컬 이벤트의 발생에 대한 실제적인,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만 동시에 기왕 돈 들인 거 3웧 1일 외종사촌 동생의 결혼식까진 버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불안불안했었는데 막상 3월이 되자 별다른 이벤트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더군요. 심지어 3월 22일에 화농이 생긴 관 하나를 바꿔 끼는 시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벤트가 뜨지 않아 중환자실에 들어가 이산화탄소를 빼준게 나름 유의미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상황은 종전 직전의 독일군같은, 희망도 없는 상황인지라 기왕 맞게 될 이벤트가 그래도 빨리 발생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과 그래도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동시에 어무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거기에 최근 이틀은 엄청난 양의 대변을 배설했는데 이런 일이 이틀 연속으로 벌어지면 이벤트 발생의 우려가 생깁니다. 어무이는 입원전 부터 변비가 있었고 예전에 항암치료후 구토억제제 사건도 그랬지만 나눠 조금씩 치르면 쉽게 갈 일을 나중에 한 번에 몰아서 치뤄내는 습성이 있는데 대변 배설도 비슷한 루트를 탑니다. 한마디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변을 보지만 일주일치를 몰아서 보기 때문에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나마 예전엔 어무이가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도 버텨냈는데 이젠 PCD 튜브가 두개 끼워져 있는데다 이제 30kg 가까이 체중이 줄어있는 상황이고 점점 체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몸을 버티질 못해서 혼자서는 기저귀 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리 과정이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절반쯤은 간병인 아주머니가 계실 때 이런 걸 해주시면 주말 휴식기간의 대타가 좀 편해지긴 하겠다는 생각이 교차하지요.

하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옵니다. 발헨타인 호러쇼 #1.가 발생하던 그날처럼 산소포화도가 부악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동맥혈검사를 위해 채혈한 혈액도 그때와 달리 지금껏 볼 수 없던, 시커먼 피가 뽑히던 상황이었던 거죠. 그렇게 이런 저런 이유가 더해지면서 1인실로 옮길 예정이니 빨리 오라고 하길래 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받은 담당의의 전화도 그런 내용이길래 아 이제 정말 이벤트 뜨나보다 하면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서 막 올라가려는데 담당 간호사에게서 다시 전화가 옵니다. 본관 원무과에서 1인실 옮기는 거 사인하고 오라는 이야기까진 알겠는데 멀티탭을 하나 사오라더군요. 음 이벤트 발생 상황인데 이런 걸 시키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멀티탭 사고, 사인하고 올라갔죠.

그런데 막상 1인실에 가 보니 산소포화도가 다시 100을 찍고 있습니다? 이벤트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준비하라고 친척들에게 전화를 돌리던 와중이었으니 조금 어이가 없더군요. 뭐랄까 맥이 탁 풀리는 느낌? 그래도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몰라 좀 더 지켜봤는데 오후 3시의 동맥혈 검사에서는 빨간피가 나오더고 4시 반이 넘어도 여전히 컨디션이 유지되길래 일단 후퇴를 했습니다. 사실 예정대로라면 부비동염의 끝자락이 아직 남아서 기침을 하는건지, 아니면 약 때문에 나가야 할 부비동염이 증상을 일으키는 건지 몰라서 24시간동안 약을 먹지 않고 지나가 봤는데 참 미묘한 상황이라 병원에 가볼까 말까 하고 있던 상황인데다 수면 부족 상태였던지라 몰려오는 피로를 더 이상 견디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 예정대로 퇴각하여 한시간 쯤 눈을 뻗었다가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어무이는 내일까지 별일이 없다면 다시 원래 있던 다인실로 옮겨갈 예정이긴 한데 그 전제조건은 오늘밤 ~ 내일 아침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죠. 뭐 이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는 얼라트는 떴으니 새벽 2시를 어떻게 넘어가나를 지켜봐야겠습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