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Phase 2주차.에서 언급했던 대로 4월 14일부터 혈압이 꾸준히 떨어졌고, 수요일 무렵부터는 95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더군요. 사실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사망확인 선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금요일에 반짝 산소포화도와 혈압이 개선되더군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주말을 넘겨 다음주까진 버틸 수도 있겠다 싶긴 하더군요.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했으니 이번주 내내, 즉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어무이가 지속적인 빈번한 배변으로 간병인 아주머니를 고생시켜서 체력의 한계까지 몰고 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아무튼 간병인 아주머니의 24시간 휴식을 위해 간병 대타를 들어간 토요일 오후 4시, 간병인 아줌니가 체력의 한계를 느껴서 더 간병을 해드릴 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길어야 다음주일텐데 새로 간병인을 구하는 게 쉽진 않을 듯 하더군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한 주만 더 해달라고 부탁들 드려 일단 일요일 오후에 오셔서 상황을 봐서 해보는 걸로 합의를 했습니다. 한편 그 사이 그간 종종 에러를 내오던 산소포화도/혈압/심전도 모니터기기가 오늘도 예러를 내더군요. 그것을 본 간호사가 다른 기계를 가져와 확인하는 한편 케이블을 연결하여 심전도를 확인하려 하더군요.
그런데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뭐랄까 기계의 문제가 아닌 거 같다랄까요. 눈치가 이상했는지 간호사들이 침상을 처치실로 빼겠다고 하더군요. 10여분 정도 확인이 이뤄지고 결국 담당의가 사망 확인 선고를 냅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고 어머니에 관한 Hospital Story도 끝이 났습니다, 선고, 아니 확인 절차를 보며 들던 기분은 차라리 좀 더 크리틱 이벤트를 때리던 와중에 돌아가셨으면 좀 더 평온한 기분일지도 모르겠는데 어찌 생각하면 그런 크리틱들 다 넘기고서 너무 어이없이 돌아가셨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성당에 연락을 하고 아버님과 여타 친지들에게도 전화를 하고, 문자를 돌렸습니다. 사실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르는 게 이래저래 편리한데 아버님의 고집으로 장례식은 성당 영안실에서 치르기로 했던지라 성당에 연락하는 과정이 또 번거롭더군요. (그리고 그 멍청한 결정은 24시간, 아니지 단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버님이 얼마나 생각이 없으셨는가를 그대로 반증해주는 증거가 되어 돌아와 뒤통수를 후려갈기더군요.) 더욱이 혼배가 있으니 7시 이후에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덤으로 붙습니다.
장례식장에 들어간게 오후 7시 정도? 영현을 임시로 보관하고 장례물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7시 30분쯤 되었는데 접객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던 겁니다. 심지어 방명록이라거나 테이블에 까는 비닐보 같은 걸 구해올 방법이 없어서 강북삼성병원 부속의 편의점에 가서 구해오는 불상사까지 빚었습니다. 거기에 더욱 허걱한 일은 저녁 시간을 넘어 돌린 문자였던지라 오더라도 내일쯤 오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돌린 문자에 몇몇 분들이 벌써 오시는 바람에 접객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토요일에 오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접객의 소홀함에 대해, 그럼에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다행히 더 많은 친척들이 온다거나 하지 않았고, 그 덕에 일요일에 2배의 접객 밀도를 각오할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사람이 많이 모이고 술이 들어가다보니 평소의 해묵은 감정들이 표출되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런 일이 크게 벌어진 바람에 새벽에 잠을 잔 게 아니라 완전히 공쳐버리는 일이 벌어지면서 다음날 접객이 과연 가능할까가 의문스럽더군요.
더 큰 문제는 다음 날 아침에 벌어졌습니다. 예전에 한동네 사셨던 연령회 부회장님이 말씀하시길 1시 이전에 장례물품 비용을 내야 하고, 5시 이전에 묘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성당의 전반적인 장례 소요비용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싼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성당이라는 곳이 종교시설이라 모든 비용을 현금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날이 일요일이라 은행의 현금을 빼올 수도 없다는 거고, 보다 큰 문제는 계약자가 우마왕이기 때문에 상주라 접객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무처리를 해야 한다는 게고, 친형제자매가 없는지라 대타를 세울 사람 또한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접객을 하고 장례절차에 전념하여 참가하거나 슬퍼하는 게 아니라 그거 하면서도 돈이 되는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더란 말이죠. 그 상황은 석물 비용 때문에 과연 제대로 맞출 수 있는가를 걱정해야 했기에 끝까지 속을 썩이더군요, (다행히 석물 비용은 월요일에 묘지사무소가 아니라 다음날 성당 사무처에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다행한 일이더군요.)
사무에 관련된 불명료함과 피로, 그리고 기타등등의 스트레스 요인들이 겹치면서 눈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더군요. 아니 어쩌면 그 당황함과 황망함을 이미 2월에 넘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잡아둔 묘자리에 관을 안치하고 흙을 덮고 석물에 대한 제반사항을 확인한 뒤 귀가했습니다. 석물은 이틀 뒤인 삼우제때 볼 수 있을 거라 하더군요,
각자의 생활에 바쁘셨을텐데도 시간을 쪼개어 장례식장에 와주셨던 분들, 그리고 문자로, 귀가후에 전화로 조의를 표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접대에 소홀함이 많았다 하더라도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