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이야기2013. 5. 29. 23:33
사건은 혼자오지 않는다. 포스팅은 그냥 한 두번 조립해보고 원인을 알 수 없어 AS를 받겠다고 생각하고 잔 것 같이 써 놨지만 실제로는 해뜰때까지 뜯었다 조립했다를 반복했었다. 어차피 부트가 되지 않는 거지 메인보드의 GPU 및 파워 LED는 정상적으로 들어오고, 조립 오류시에 나는 비프음도 나지 않는다. 아니 잘 돌아가던 녀석들을 풀어놓고 파워와 케이스를 갔다 준 뒤 케이스와 파워를 받아다 다시 조립한 상황이니 이상이 생기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PC 조립질이라는 것은 그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현실로 벌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잠을 청하기 직전의 시점에선 결국 보드보다는 케이스에 혐의가 씌워진 상황이라 박스에 포장해놓고 해뜨기를 기다리며 잠을 청했다. 아니 사실 하늘이 부옇긴 했지.

얼마나 지났을까? 눈이 딱 떠졌다. 그런데 무려 8시? 달랑 2시간도 못 잔 셈이다. 만약 AS가 지금 시간에 가능했다면 들고가기라도 할 텐데 그럴 시간도 아니다. 아무래도 플레이오프가 신경쓰였던 모양이지... 그래서 중계를 보기로 했다. 그리고 스퍼스의 멋진 빗자루질. 만일 패배했다면 AS고 뭐고 뻗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빗자루질에 힘을 얻어 AS 고고싱을 결정. 막 나가려는 찰나에 주문했던 델 모니터가 도착,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스퍼스가 빗자루질에 실패했다면 수령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질 수령해서 방에 박스를 넣어놓고 용산 고고싱.

포장한 박스를 들고 갈까 했는데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던 상태의 신체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캐리어를 가져가기로 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이게 꽤 나이스한 결정이었다. 막상 용산에 도착해보니 수입사가 보이지 않는게다. 수면부족에 무거운거 끌고 제법 헤매느라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거기에 비까지 쏟아지니 수습이 되질 않는다. 결국 자주 이용하던 모 부품 업체의 로비로 후퇴하여 넷검색질을 해봤더니... 안텍과 AONE의 AS 센터가 같은 건물에 있다. 젠장 아까 본 AONE AS 센터가 안텍 센터인 게다. 그래 다시 캐리어를 끌고 AS 센터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로 지하 1층에 내려가 상황을 설명하고 AS를 요구했더니 나는 당연히 박스채 교환....같은 걸 해주는가 싶었더니 배터리와 작은 디바이스를 들고 와서 단자에 연결해보더니만 하는 소리가 케이스 전원에는 이상이 없는 거 같고 메인보드의 누드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게다. 그러니까 케이스에 이상이 없단 말이지? 라는 생각을 하며 보드를 풀어줬더니 다시 테스트를 해보더니만 전원은 들어오는데 부팅이 안된다면 케이스가 아니라 보드에 문제가 있는 게 맞으니 케이스를 잠시 여기에 두고 보드회사 AS에 가서 를 받아보란다. 사실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조립하기 힘들었던 잘만의 대짜 CPU 쿨러때문에 보드를 뜯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던 심리상태가 보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상황을 부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변수가 문제 없다로 판명된 이상, 남은 것은 보드 뿐인 게다.

그래 보드를 들고 AS에 가서 상황을 설명해줬다. VGA와 램을 분리했다가 다른 소켓에 끼워서 검사해보고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던 AS 기사가 갑자기 혹시 분해조립 과정에 점퍼 스위치를 본 적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본 적이 없다고 하자 지금 이 보드, ASUS P8Z77-V LK는 20핀 스위치 근처에 점퍼가 하나 있는데 이게 빠져서 부트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사의 말대로 점퍼를 끼워주자 정상적으로 부트 루트를 밟아 BIOS 셋업화면으로 넘어간다. 뭐랄까 좀 더 주의깊게 살펴봤다면 굳이 AS를 오지 않고도 해결이 가능했을 일일텐데 마음이 급했던 모양인지, 아니면 새 케이스와 전원 덕에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런 소동을 벌였다는 점에서, 안텍 AS 직원에게 조금 미안해졌지만 쿨러를 뜯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그나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어쨌거나 이제 프린터와 스캐너를 쓸 수 있다!
Posted by 우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