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기상특보가 해제되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장마, 태풍. 그외)이 소멸되거나 더 이상 피해를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며칠 만에 드러난 태양의 얼굴이 반갑기도 했지만 곧 대지에 뿌려졌던 비가 증발하면서 느껴지는 눅눅함 때문에 비가 다시 오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21세기들어서 장마가 거의 힘을 못 썼다. 마른 장마라고 한 하루 이틀만 비를 뿌려놓고 스리슬쩍 사라졌다.대신에 홍수를 불러야 할 태풍이 말라붙은 하천과 댐에 물을 채워주는 바람에 외려 효자, 혹은 효녀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장마가 장마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길치 에위니아 땅이 엉뚱하게 사라졌지만 중국갔던 다른 태풍이 장마에 힘을 보태주고 다른 비구름도 세력을 규합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압박을 밀어내고 비를 뿌리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올해 태풍은 효자취급받기는 어렵지 싶다.
어느 사이엔가 다시 낙숫물 소리가, 그리고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래된 우마왕의 집은 서늘하게 식어 난방을 해봐야 하나 할 정도로 으슬거리고 있고 빌어먹을 청계천은 아직 넘치지 않아 물난리의 도시에 살게 되는 것이 아닌가를 우려해야 할 지경이다.
샐리님의 [펌] 장마의 원인(본문보기)이란 글에서 링크. 저 글을 보고 갑자기 이집트 신화의 해석이 생각나 멘트를 달았다.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6-07-16 15:26 x 이집트 신화에선 하늘의 여신 누트, 대지의 남신 게엡이기도 하지요. 뭐 현 시점에선 이집트 신화의 윈으로 보인다던지... ( ' ^')
그러니까 애초 글을 붙인 이유는 요즘 비오는 거만 봐서는 중국의 해석보단 이집트식 해석이 잘 맞는 거 같다는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밑에 달린 멘트들을 보니 뭔가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Commented by 말짜 at 2006-07-16 15:42 아하하하하하하 >_< 우마왕님 코멘트에 확- 끌리는데요;
Commented by 샐리 at 2006-07-16 22:09 푸른마음님/ 핀트를 조금 잘못 맞추신듯 ^^;; 그렇게 '하늘은 남자'라고 보는 관점이 있으므로 원글쓰신 A님이 아래쪽에다 '누가 하늘을 남자라고 했는가'라고 덧붙이신 거죠. 그러니까 "하늘이 남자라더니 요새 하는 짓을 보면 조낸 기집애구만 썅년"(...)이랄까요.
우마왕님/ 오오옹. 'ㅁ' 끌리는 해석입니다!
말짜님/ 저두요 >_<
대체 왜 제 코멘트가 끌리는 거죠? 하는 의문이 머리위까지 치고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의도확인이라도 해볼까 했지만 쓸데없는 분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싶어 패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저 님들이 오해하고 있는 건 밝혀둬야 하지 않을까 해서 글을 남긴다.
아래로 붙은 멘트로 볼 때 저 님들은 하늘이 남자라고 취급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이집트 신화체계에서 하늘신이 여신이라니 얼마나 산캐한가하는 기분으로 우마왕이 제시한 이집트 신화체계가 끌린다고 받아들였으리라.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180도 잘못된 인식이다. 왜냐하면 우마왕 자신은 그런 의도로 쓰지도 않았고, 저 신화체계에서 조차 하늘의 신이 여신이라 해서 남신보다 더 우월하단 이야긴 쥐뿔만치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동양 사상의 시작점인 중국신화 체계에선 천신이 주신에 가깝다, 하지만 인도 이집트 신화에선 하늘의 신은 주신이 아니다. 아니 심지어 별로 높지도 않고 신화 전반에 걸쳐 그닥 중요하지도 않다는게 진실이다. 잘 알려졌듯 인도 신화의 주신은 알다시피 트리나무르티(브라만, 비쉬누, 쉬바)이고 이집트 신화의 주신은 경우에 따라 빛의 신 라나 태양신 아톤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주로 언급되는 건 보이지 않는 진리, "아문", 혹은 아문이 라와 결합한 형상인 "아문-라" 다. 이 신은 유태 신화에서 야훼의 모델임과 동시에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모델이다. 다시 말해서 그 신화들의 주신은 모두가 "남신"이다.
만일 우마왕이 그러했듯 단순하게 저 글 처럼 요즘 하늘 하는 거 보니 하늘은 여신이 맞네라고 하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그것이 남자는 하늘이네 운운하는 동양사상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받아들여 하늘의 여신을 산캐한 것으로 인지하는 것이라면 좀 문제가 있단 이야기다. 결론인 즉 이런 거 까지 남자와 여자의 우열로 보는 건 그 시각이 테제건, 안티테제건 좀 우습지 않냐라는 이야기되겠다.
도때 마트에 갔다 왔습니다. 원래 마트에 가려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난 대비 - 즉 라면 한 박스라던지, 건전지라던지 과자 (아 이건 재난용이 아니라 어무이가 모 크래커좀 사오라고 하시더군요)라던지... - 뭐 이런 거를 사러 가는 게 목적이었습니다만 정작 사들고 들어온 것은 음료수라던지 탈취제라던지 제습제라던지 뭐 이런 거군요.
그러니까 재난은 남의 일....이라지만 이모님 사시는 곳이 하필 제방터진 안양천 유역인 양평동이라 모 학교로 피신하셨다고 하는군요. 이런 걸 볼 때 마다 참 비가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아니 사실은 그 비가 청계천으로 와야 하는데에...하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뭐 지금 서울시에서 추진중인 서울 지역의 2급 지방 하천들의 청계천화가 완성되면 오늘의 모습이 (비가 얼마가 오건 상관없이) "물(난리)의 도시"가 될 서울시의 미래에서 항상 보여지게 될 일상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만....
지난 월요일, 폐암 수술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면담이 있었습니다. 전주 금요일에 아침부터 찍은 CT라던지 기타 검사들을 갖고 수술 결과를 통보받는 겁니다. 뭐 인공관절센터에서 혈액속의 백혈구 수치가 높다는 소리는 안 나왔으니 나쁜 결과가 나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예상대로 수술 자체에선 별다른 이상이 없답니다. 밥을 열심히 드시고 체력회복해서 항암치료 과정을 끝내자고 하는군요. 그런데 어머니가 상태가 영 안좋습니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가셔서 컨디션이 저하된 모양입니다. 멀미라도 하시는 듯 뭔가 좀 토했거든요. 시간이 애매해서 밥도 먹지 못하고 도로 귀가했습니다. 여전히 상태가 안 좋으신어머니는 영양제라도 주사받겠다고 하더군요. 그래 동네 병원에서 영양제를 주사받고 귀가하셨습니다. 뭐 좀 괜찮아지겠거니 했습니다만......
그러나 그 날 저녁부터 난리가 아닌겁니다. 설사와 구토가 이어지더군요. 토하고선 찝찝함과 타오르는 속을 식힌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물을 마셨으니 또 토하고....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하룻밤 내내 그렇게 토하시다가 결국 다시 암센터 응급실에 가기로 했습니다.
금요일에 검사를 받았기에 X레이 몇 장 찍고 혈액검사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구토억제제와 수액을 주사받았습니다. 암센터 응급실은 매우 작습니다. 원래가 연구기관에 부설된 특수병원이라 그렇겠지만 병상에 비해 몰려오는 환자는 많습니다. 암 관련으로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오는 걸 감안하자면 좀 더 컸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히 6시쯤 되자 병상이 하나 나서 그리로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대략적인 검사결과를 들었습니다. 암에 관련된 것이 아니라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구토와 설사때문에 체내 전해질 균형이 붕괴되었다는군요. 전해질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 수액을 맞고 다시 혈액검사로 상태를 본 뒤 수액을 하나 더 맞을 것인가에 대해 결정하겠답니다.
오후 9시 무렵에 수액을 한 통 다 맞았습니다. 그리고 피검사, 결과를 보니 간신히 정상 수치에 턱걸이한 모양입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집에 가도 된답니다. 그러나 몸을 일으킨 어머니가 다시 구토 증상을 보이려 합니다. 또 눕히고 다시 수액을 하나 더 맞았죠. 11시 반 무렵에 두 번째의 수액이 다 들어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 간 사이에 어무이가 집에 가시겠다고 하신 겝니다. 뭐 병원 응급실이 병실이나 집만큼 편한 곳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수속을 할까 하면서 버벅댔습니다만 귀가시킬 차가 연결되지 않더군요.
그러나 결국 집에 가고싶은 욕심뿐이더군요. 자정 이후로도 두 번이나 구토억제제를 주사받고서야 간신히 안정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다섯시 반쯤 되서야 간신히 살려서 귀가했습니다.
원인을 보니 이게 아주 걸작입니다. 변비약 때문이더군요. 어머니는 변비 증상을 갖고 계시는데 동시에 그 나이대, 혹은 그 이전 세대의 아줌니들이 그러하듯 약을 맹신하시는 분입니다. 즉 모든 것을 약으로 해결하려 하시는 분이죠. 다시 말해 변비약을 먹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약을 더 먹는 겁니다. 그럼 약에 시달린 몸이 억지로 변을 배출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이독제독의 방법은 건강할 때는 별 문제가 없는데 지금처럼 건강이 좋지 못할 때는 가끔 완전한 거부반응으로 돌아옵니다.
7월 6일부터 항암치료할 거라고 스테미너 축적해놓으라고 했는데 있던 것도 다 작살냈으니..거참스럽네요. 아무튼 이번 일로 어머니가 뭔가 학습효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싶긴 하지만 생애를 살아온 결과를 보건데 글쎄 싶습니다.
샘승의 SPH V7400입니다. 뭐 DMB나 폰카에 큰 관심은 없던지라 무난하고 얇은, 하지만 작지는 않은 모델입니다. 이게 실버와 블랙의 두 모델이 있는데 실버가 정말 뽀다구가 없습니다. 제품 이미지사진과 달리 실버가 아니라 건메탈에 가까운 칙칙한 색이거든요. 그럼 검정은 낫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전혀 꽝입니다. 단지 검정이 선택된 이유는 딱 하나 샘승의 은색은 내구성이 좋지 못해 잘 까져서 검정색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으로 골랐단 이야깁니다.
그런데 기변한 것은 좋으나 날아간 지인들의 연락처가 문제군요. 그래서 이글루스에 오시는 지인분들께 부탁을 하나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중 제 핸펀 번호를 아시는 분들께서는 문자 한 번씩 보내주십시오. 번호는 기존 그대로입니다.
1. 병원과 함께 했던 한주. 병원과 함께 했던 한주 였습니다. 월요일에는 2004년 집을 뒤집었던 아버님 입원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던 티눈 제거 수술을 했습니다. 30분 정도면 끝날수 있는 간단한 수술입니다만 위치가 아킬레스 건 바로 아래의 발뒤꿈치인지라 쉽지만도 않은 수술입니다. 수술 치료를 위해 다음 날, 그리고 목요일까지 병원에 갔었습니다. 거기에 금요일에는 폐암 수술후 경과를 알기 위한 진찰이 있을 예정입니다. 말 그대로 한주간 병원입니다.
2. 그 와중에 어머니 마약성 진통제를 드셔서 좀 몸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며칠 아주 신이 나 돌아다니시더군요. 그리고 화요일부터 수술한 발이 왕창 부었습니다. 염증이 있을 지도 모르니 인공관절 센터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인공관절센터는 화/목요일만 외래를 받으니 목요일에나 예약이 가능합니다.
목요일에 인공관절센터에 갔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하니 골수액과 혈액을 모두 뽑습니다. 그리고 금속제 인공관절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혈관에 혈전이 쌓일 수 있으니 에코를 찍어본답니다. 일정상 다음주 월요일이 가장 가까우나 월요일에는 금요일 검사를 갖고 폐암 수술에 대한 최종적인 면담이 있게 되니 밀립니다. 결국 에코는 29일에나 찍습니다. 검사비용 22만원 비쌉니다. ㅅ-;;
수술후 처치를 위해 일산병원에 갑니다. 사실 10분 처치를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면 좀 난감하지요. 그 사이 혈액검사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다행히 염증은 아니라는군요. 아무튼 하루에 두 번 병원을 갖다오면 하루 일정이 아주 개판이 납니다. 아니 사실 한번만 가도 개판 일분전이 됩니다만...두번쯤 되면 수습이 안되죠.
3. 감기모오도 자 이쯤되면 심신이 모두 지칩니다. 날도 슬슬 더워지지만 척추를 풀기 위해서는 따뜻해야 하고 몸이 식기 위해선 바람이 필요하지요. 화요일 무렵부터 목이 간질거리더니만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옵니다. 목감기의 시초입니다. 인트로와 메인스테이지입니다.
목요일이 되서야 왜 감기로 콜록대면서 병원에 안 갔다왔냐는 소금이 쉴 소리를 합니다. 아니 한 주 동안 병원에 출동시켜놓고서 나 병원갈 시간 따위가 난다고 생각합니까? 정말 저럴 때는 부모님이 아니라 웬수"들"입니다.
허리 아파서 전전긍긍하던 작년 11월이 생각납니다. 디스크 초기 판정날 정도로 허리아프다는데 헬스 다니라고 회원권 끊겠다는 발상을 하시고 실제로 끊어오시는 분들인데요. 어쩌면 정말 전생에 뭔가 안 좋은 원한관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4. 금요일 그런 와중에 금요일에는 수술경과 검사를 위해 암센터에 갔다 왔습니다. 목요일에 동대문병원과 일산병원에 갔다가 금요일에 새벽부터 깨서 병원에 가려니 아주 짜증 만땅이군요. 거기에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결국 병원에 갔습니다. 주사 한방맞고 나흘치 약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님, 토요일 밤에 결혼식 두 곳을 모두 갔다 오랍니다. 하나는 사촌형님 딸 여위는 거고, 두 번째는 우리집 행사에 생전 와보지도 않던 육촌 누님이 딸을 여윈다나 어쨌다나....라는데 거길 가라는 겁니다. 더 웃기는 것은 사촌형님네 식장 확인하는데 빨리 와서 축의금 받아줄 수 없느냐고 하는 어이없는 소리까지 전달되는 겁니다.
정말 머리 뚜껑이 열리더군요. 아무리 개념이 없기로... 정말 인생 헛산걸까요? 사람을 부리고 싶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서 의사를 타진해야 하는게 순서 아닌가 싶더군요. 미리 날짜를 잡을 수 없는 상이라면 몰라도 미리 날짜를 잡은 혼례라면 말입니다. 그것까지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었지만 감기약 먹고 일찍 잔 다음에 그거 하라는 어머니 이야기가 더 짜증스럽더군요. 정말 내 어머니가 아니라 큰어머니 아닌가 싶더군요.
결국 직접 사촌형님에게 전화해서 거절했습니다. 나갔다 오니 이런 소리가 있는데 식장을 세 군데 가야 하므로 안된다고 했지요.
5. 토요일 감기로 해롱대면서 세 군데 식장을 헤맸습니다. 장마가 발전한다고 하더니만 날이 더 더웠던 건지 아니면 여러모로 열이 더 오른건지 정신이 없습니다. 대충 갔다가 중간에 낀 친구의 결혼식은 봉투만 전달하고 피로연은 개념없는 육촌누님네 가서 상황보고 가겠다고 했습니다만 결국 지쳐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도저히 못 움직이겠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난감무쌍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이제 6월 26일에는 폐암센터장 조 박사의 수술 최종결과를 통보받을 것이고, 29일에는 에코까지 찍어서 혈전여부 확인하게 되며 7월 4일에는 아버님 발뒤꿈치 티눈제거 수술의 실밥을 풀게 될 것이고, 26일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7월 6일에는 어머님 혈액검사후 항암치료 1Round를 하게 될 겁니다.
자고 있을 때 몸에 뭔가가 닿는 걸 싫어합니다. (뭐 닿은 것이 이성의 몸이라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아니 뭐 물론 이성도 이성 나름이라던지.... -ㅅ-;)
어제는 저녁 식사가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였는지, 날씨가 더워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둘 다였지 싶다만) 방문을 열어뒀지요. 물론 모기가 들어와 잠을 설치게 만드는 것을 싫어하므로 광역 및 지역방공망을 작동시켜주는 센스는 잊어선 안됩니다. 간만에 먼지를 떨어낸 선풍기의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쥐의 침입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시점에선 문을 닫아야 합니다. 2003 ~ 2005년에 걸쳐 6마리의 격파 카운트가 있다.)
그리고 잠의 세계로 GO! GO!
어느 순간인가 뭔가가 종아리 근처를 찌르더군요. 아니 스친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까? 방공망을 돌파한 뛰어난 모스키토이거나 개념없이 무식한 미국바퀴, 어쩌면 지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 단 한 번으로 끝나는군요. 적어도 위의 3종은 아니란 이야깁니다.
다시 잠의 세계로 빠집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번엔 관자놀이 근처를 머리카락 같은 게 스치고 지나갑니다. 반사적으로 손을 올려 털어내려 했으나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쯤되면 정체를 밝혀야 할 듯 합니다.
눈을 떠보니 귀신이 씨익 (혹은 배시시) 웃고 있을 시간은 아니므로 머리맡에 있는 3파장 등을 켭니다. 그리고 주변을 살핍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을 제공한 녀석의 정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피노키오에도 나왔던 바로 그것! 귀뚜라미더군요. 가볍게 압사시킬까도 생각해봤으나 치우기가 더 귀찮아 에프킬러 캔으로 눌러뒀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내다버렸지요. (만일 미국바퀴였으면 바로 화형이었을 거다.)
이제 병원에 가야 합니다. 2004년 집을 뒤집었던 아버님 입원 사건의 근원인 티눈을 제거할 겁니다. 2006년 여름도 2004년처럼 병원과의 전쟁으로 마무리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이를 갈 무렵이었을 거다. 아래턱 오른쪽 송곳니 뒤쪽 작은 어금니가 날 자리에 이유를 알 수 없는(이빨이 썩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작은 농양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영구치로 난 아랫턱 오른쪽의 작은 어금니만은 다른 세개의 작은 어금니와 달리 뭔가 작고 엉성한 모양이었다. 마치 정상적인 어금니의 기단 위에 약간은 작은 사이즈 한 5:7쯤 되는 미니어처를 심어놓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렇게 이빨 사이에 공간이 생긴 바람에 어금니들이 별 탈없이 날 수 있었고 심지어 가장 먼저 났던 오른쪽 아랫쪽의 사랑니까지도 절반까지는 깔끔하게 올라오는 척 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랑니들이 개판으로 나면서 큰 어금니에 스트레스를 준 바람에 왼쪽 큰 어금니들이 말 그대로 터져나가고 그 때문에 제거당할 때에도 오른쪽 아랫턱의 사랑니만은 앞쪽 어금니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고 아프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내재하고 있는 위험도가 다른 것 못지 않더라도 당장의 위협이 되지 않으면 제거 대상의 우선순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노출된 지 10여년이 흘렀다. 그러나 잇몸속으로 반쯤은 박혀 있다는 사랑니의 특성상 충치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6월 1일, 말썽피우는 어머니의 고집때문에 중앙부 뒤쪽과 오른쪽의 골짜기에서 이빨 조각이 튀어 나왔다. 뭐 물론 첫 날은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주말동안 그 사랑니는 고통과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되며 내 턱을 괴롭혔다. 만약 6월 3일이 평일이었다면 즉시 치과로 달려갔을 테지만 불행히도 휴일이었고 결국 진통제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마침내 치통으로 새벽에 잠을 깨는 경지에 이르자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치과에 들러 적절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의사는 엑스레이질을 필두로 이런 저런 짓들을 해보더니만 사랑니가 많이 썩었다면서 뽑잔다. 그래 더 이상 시달리기도 싫어서 과감히 뽑아버리기로 결정했다.
두 단계에 걸친 마취, 송곳인지 끌인지가 이빨을 밀어내는 묵직한 느낌, 이빨의 어느 부분을 잘라내는 소리와 함께 삐그덕 소리가 몇 번나는가 싶더니 최후의 사랑니는 그렇게 싱겁게 뽑혀나왔다. 아니 아픈 것 만으로 보자면 오히려 이전의 어금니 다시 씌우기할때 신경치료쪽이 더 아팠던 거 같다. (물론 고통의 정도는 오늘 밤을 지내보면 다른 평가를 내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피맛 가득한 하루를 넘긴다.
병원의 일정은 오전 12시, 3시의 체온측정으로 시작되는 환자의 상태 점검에 이어 5시부터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1. 기관지 내시경 아침이 됩니다. 여전히 기침은 안하고 있습니다. 하도 기침을 안해서 그런지 기관지 내시경으로 상태를 보겠답니다. 아침 9시에 1층에 가서 기관지 내시경을 찍었습니다. 기다리는 사이 병실에 잠깐 올라왔다가 집도의였던 조재일 박사에게 보호자가 환자 기침 안 시키고 뭐하냐고 한 소리 들었습니다. "원수가 될 각오로 기침시켜요. 그래야 삽니다."
내시경을 찍고 올라오는데 다행히도 가래라던가가 없이 제법 깨끗했던 모양입니다. 그래 병실로 올라오는데 아픈데도 기침시킨다고 불만이 대단하시더군요. 기관지 내시경을 하던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죠? 그러나 지금 가래가 없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날 저녁에 석션해서 가래를 뺐기 때문이었거든요. 그게 어무니가 건강해서 그런게 아니잖냐.. 그럼 석션했을 때도 가래가 안나와야지...라고 하자 꿍한 표정으로 입을 다뭅니다.
2. 간병인, 오늘도 못 구하다. 원고 피라밋은 무서운 겁니다. 필자의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조직홍보지 원고는 6월 2일 아침까진 넘겨야 합니다. 그래서 애초의 계획은 31일에 간병인에게 맡기고 가족들은 일단 철수해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는데 어제 간병인을 하나 돌려보냈으니 적어도 하루를 디펜스해줘야 하는 겁니다. 아무튼 피로에다 말 안듣는 어머니 덕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하나 남아있던 사랑니가 깨지고, 코피도 좀 흘렸습니다. 대략 이 추세로 하루만 더 나가면 제가 입원하게 될 듯 하더군요.
그런데 간병인을 구해주겠다던 다른 간병인을 아침에 복도에서 만났는데 오늘 올 간병인이 없다는 겁니다. 31일에 돌려보냈던 간병인이 꽤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써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다는 이야기를 붙이는데 참 그렇더군요. 물론 기본적으로 사람이 없어서 였지만 아무래도 까다로운 환자라는 낙인이 찍힌 모양입니다.
말도 안 듣고 간병인 언제 오냐는 어머니한테 답답한 마음을 담아 간병인 사이에 오고가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덤으로 같은 병실에 있던 좀 더 거동 잘하는 환자들이 듣고서 한 마디씩 더하니 기분이 좋지 않으신 듯 합니다. 물론 어머니도 나름 생각이 있으셨겠지만 어차피 세상사는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마음에 드는 재화를 찾고 싶으면 그만한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어머니는 그 점을 자꾸 잊으시는 듯 합니다. 뭐 서운하시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사실은 사실로 직시해야 하니 말입니다.
1. 일반 병실로 수술 다음날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이때까진 생각보단 경과가 좋은 거 같았습니다. 여기까진 약간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2. 간병인 돌려보내다 오후 2시 무렵에 간병인이 도착했습니다. 뭐 아시다시피 간병인의 상당수는 옌벤 출신이 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오늘 온 간병인도 옌벤 출신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 간병인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MRI 찍으러 갔다가 만난 옌벤출신 간병인과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진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고 옌벤출신은 안 쓰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써보지도 않고서 저런 멍청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습니다만 간병인은 어디까지나 환자를 도와주는 사람인지라 환자가 간병인을 싫어하면 어쩔 수 없으니 말입니다. 결국 택시비조로 2만원을 줘서 돌려보냈습니다.
3. 재활운동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혼자 누워만 있으면 다 낫는다고 생각하신겐지 어머니가 아프다고 재활운동이나 기침을 개뿔도 안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폐암 수술은 물리치료를 받고 누워있거나 하는 비교적 편안한 인공관절 수술과 달리 기침으로 가래를 배출해야 하고 가래가 나오지 않으면 운동으로 신체활동을 늘려서라도 가래를 배출하는 게 최고의 예방치료입니다. 앞서도 썼듯이 이게 안되면 최종적으로는 폐렴으로 발전하여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수술했으니 아프다는 이유와 기침을 잘 못하니 가래를 뱉어내지 못하겠다라는 이유가 겹쳐서 가만히 누워만 있으니 이게 낫느냔 말입니다. 앞서도 썼듯이 폐암은 수술이란 고비를 넘으면 재활훈련과 가래배출이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즉 사실 경험있는 간병인의 필요는 여기서 나타나는 겁니다. 환자를 덜 고생시키면서 등을 두드려 점막을 자극하여 가래를 배출시켜야 하는 겁니다. 기침해서 안 나오면 운동을 또 시켜야 하는 거구요.
하지만 개뿔도 안하는 겁니다. 결국 저녁 8시 무렵에 레지던트가 치료실로 데려다 석션을 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제법 많은 양의 가래를 뺐는데도 가래가 안 나온다며 기침을 안 하는 겁니다. 안 나오면 자극해서 가래를 배출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말이지요. 결국 그날 자정까지 운동에 등 두드리기에 별 짓을 다 해봤습니다만 가족이라서 그런지 엄살에 기대기 모드로 안하려는 것을 정당화시킵니다. 그렇게 쇼를 하는 것을 본 다른 간병인이 간병인을 하나 구해주겠답니다.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좀 더 두고봐야겠지요.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하루를 보냅니다.
1. 폐암 치료과정의 세가지 고비 폐암의 수술적 치료에는 세번의 고비가 있답니다. 가령 기기 계측시에는 지금 당장 다른 곳에 암세포가 없이 암세포가 1개인 1~2기로 나왔는데 실제로 열어보니 더 번져 있는, 3B 이후의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이러면 손을 못 대고 바로 닫을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암 수술은 예정보다 빨리 나온다고 좋은 게 아니랍니다.
우선은 수술 그 자체에서 볼 수 있는 고비. 또 하나, 많은 암 환자가 연세가 있는 노인인지라 암과 상관없는 이유로도 생명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가령 동맥경화라던지 그외 여러가지 다른 변수들이 수술이라는 강력한 외부자극을 견디다 못해 터지는 경우지요. 그래도 환자를 잃는다는 것은 같은 겁니다.
두 번째, 수술이란 고비를 무사히 넘긴다 해도 해당 조직을 절제하는지라 수술 이후의 조치도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내부장기와 달리 폐는 신체 내부기관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외기에 노출되는 기관이라서외부 세균에 오염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농을 외부로 분출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인데 이를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 기침입니다. 즉 기침으로 가래의 형태가 되어 있는 농을 뱉어내 고름이 쌓일 틈을 주지 않으면 건강하게 아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만일 가래를 제대로 배출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폐렴으로 발전하여 암수술 잘 해놓고도 폐렴으로 환자를 잃는답니다. 그러니 가래의 배출이 중요하지요. 또한 폐 운동이나 호흡법, 운동등도 비슷한 정도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은 가래의 배출, 즉 기침입니다.
세 번째, 앞서 지속적으로 말했던 예방차원에서의 화학적 요법을 무시해선 안된다는 이야깁니다. 암의 완치는 5년 후에도 암의 재발이 없이 무사히 살아있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2. 병실에서 수술실로 5월 30일, 드디어 오늘 수술입니다. 예정대로라면 2시 반에 수술이 시작되어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끝난답니다. 수술이란 항상 위험을 수반하고 있습니다만 잘 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부족한 수면시간 때문에 그 이상을 하라는 건 무리였지만요.
3. 병실 이동 다인실 환자가 상당수 퇴원해서 자리가 났는지 병실도 1인실에서 다인실로 옮겼습니다. 물론 생각같아서는 수술기간 내내 1인실에 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만 하루 15만원씩의 추가비용도 만만한 금액은 아닌지라 마음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갭이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다인실은 5인실인데 의보의 적용으로 추가적인 병실 비용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만 5인실(플러스 보호자 1명)을 기준으로 하자면 분명히 좁습니다. 암환자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러네요, 뭐랄까 4인실 정도라고 보면 딱 맞을 넓이입니다. 거기에 다른 병원에선 공용냉장고와 병실 공용 냉장고를 같이 쓰는 거 같은데 여기는 공용냉장고 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병실이 조금 더 넓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이 이상과 현실의 벽이더군요.
4. 수술실에서 중환자실로 수술이 끝날 무렵이 되니까 걱정이 되긴 하더군요, 처음에는 그 사이를 이용해서 교보에서 책을 받아올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만 막상 병실 옮기기라던지 그런 걸 해놓고 보니 그럴 여유가 안 생기더군요. 핸드폰도 연세가 되셔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바람에 전화를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뭐 조바심친다고 될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짐을 옮겨둔 뒤에도 이리 저리 돌아다닌 것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긴 했던 모양입니다. 특히나 수술 예후가 좋지못한 환자가 셋이나 있었던 지라 그 걱정이 더했습니다. 그 와중에 연락이 오지 않으니 슬그머니 걱정이 되더군요.
여섯시 좀 지나니까 마침내 기다리던 연락이 오더군요. 수술이 끝났고 중환자실로 옮겨진답니다. 중환자실에서 가족면회라는 것을 하기 전에 원무가 하나 있더군요. 원칙적으로 중환자실에 들어간다는 의미는 일반 병실에선 퇴원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을 때 일반 병실이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때문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는 병실 하나를 홀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병실을 홀드하기 위한 수속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들어가니 마취로 정신을 못차리는 어머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뭐 일단 수술 그 자체는 성공적이랍니다. 암이 다른 곳에 번진 거 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물론 그것은 나중에 검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는 문제긴 하지만 말입니다.
수술 전 면담을 통해 집도의이자 주치의가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주더군요. 우선 암의 현황 보고. 어머니의 경우, 암세포의 직경이 2.6cm, 갯수로 따지면 대략 180억개의 암세포가 모여 있는 !B 상태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좀 더 큽니다. 수술이나 기타 요법을 조치하지 않는 경우, 1B 환자는 생존기한이 11개월이랍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게 되면 생존율을 80%대로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검사상의 한계 문제에 대해 언급합니다. CT로는 직경 1cm의 암세포를 포착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PET를 쓰면 0.5cm(암세포로는 약 1억 2~3천만개)까지 암세포를 포착할 수 있고, 일단 수술을 통해 열고서 외과적으로 촉진한다면 유능한 외과의라는 전제에선 0.1cm(암세포 1천만개)까지도 인지가 가능하답니다. 다시 말해서 암세포가 그 이하의 사이즈라면 포착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때문에 지금 당장 다른 곳에 암세포가 없는 것 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더 번져 있는, 3B 상태일 가능성도 있답니다. 이 경우, 도로 닫고 화학/방사선 치료로 바꾼다고 합니다. 물론 그럴 확률은 낮다는군요.
두 번째 암의 완치라는 것은 암의 재발없이 5년간 생존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아울러 모르모트에 말한 화학적 항암요법을 병행하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 오후 2시 무렵에 시작해서 5시 정도에 끝날 "간단한" 수술이라고 합니다. 의사는 간단히 말하지만 별로 간단해보이진 않네요. 뭐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겠지요. 단지 어머니의 나이가 적지는 않은지라 연령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점을 들어줍니다. 무엇보다도 수술후 일주일간 별다른 합병증이 없다면 다음주엔 퇴원이 가능하겠지만, 만일 합병증이 생기면 상황종료될 때까지 입원입니다. 운동과 가래뱉기, 공불기등등이 중요하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공불기와 가래뱉기를 위한 기침 노하우가 떨어지네요. 좀 걱정입니다.
이전에 적은대로 22~23일 양일간 CT, MRI. Bone Scan, PET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놓고 오늘 담당 주치의인 조 모 박사와 만났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기계(새 기계가 아님에 주의)일수록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음은 황금률조차 못되는 진부한 이야기. 이대 동대문병원보다 좀 더 성능이 좋은 암센터의 CT 및 기타 검사 기계로 살펴본 결과, 현재 암은 1A가 아니라 1B라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암세포가 생각보단 조금 더 크다는 이야기지요. 그래도 1기여서 수술로 적출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완치율은 80%입니다. 즉 20%에 해당하는 경우, 종양을 적출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암이 재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2기도 수술로 적출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경우 완치율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주치의가 재미있는 제안을 하더군요.
그 전에 암의 성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우리가 암이라 말하는 악성종양은 엄밀히 말하자면 암세포들의 덩어리입니다. 암을 판정하는 방법은 X-Ray를 찍어서 뭔가 이상한 것(종양, 농양, 물주머니 및 그외 기타등등)이 잡히면 CT를 찍어 위치를 특정한 뒤, 조직검사를 해서 암인지의 여부를 판정합니다. 하지만 CT로 포착 가능한 크기는 암세포는 직경 1cm 정도, 암세포 기준으로 바꿔 말하자면 약 10억개 정도의 암세포가 모여야 포착 가능한 수준이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 이하의 크기를 갖는 암세포라면 사실 CT로는 알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암세포 덩어리를 수술로 적출하더라도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남아있던 암세포가 다른 자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다시 성장하는 것을 흔히 재발한다고 표현하는데 1기 환자의 경우, 재발 확률이 20%인 셈입니다.(2기의 경우엔 좀 더 올라가는 거죠.)
그래서 최근에는 수술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술 뒤에 예방 차원에서 화학적 항암요법을 병행한답니다. 이렇게 하면 포착되지 않는 미세암세포들을 죽여 재발 확률을 10% 내외로 줄일 수 있다는군요. 그러나 수술 후에 하는 화학적 항암요법은 환자의 몸에 부하가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수술로 체력이 떨어진 환자의 입장에선 일정대로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답니다. 때문에 환자가 체력이 남아있는 수술전에 화학적 항암치료를 먼저하면 화학요법을 일정대로 처리할 수 있어서 미세 암세포들을 제거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발 암세포의 크기도 줄어드는 메리트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수술로 종양을 적출하기도 좀 더 쉬워지기 때문에 환자에 걸리는 신체적인 부담총량도 결과적으로 줄어들고 완치 확률도 올라간다는 이야기죠.이 요법은 대장암이라던지 유방암에 대해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데 폐암에서도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임상 실험을 해보고 싶다더군요. 실험의 방법은 170명의 환자를 무작위로 화학적 항암치료를 먼저하는 그룹과 수술을 먼저하는 그룹으로 나눠 경과및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이랍니다.
1. 오늘은 예정대로 어머니를 모시고 국립 암센터에 다녀왔습니다. MRI와 CT를 찍기 위해서죠. 내일은 골격 스캔과 조낸 비싼 PET를 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일산까지 무려 8시 30분에 도착해야 합니다. 집에서 "늦어도" 7시 30분엔 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죠. 할 일은 많은데 일상에 치이고 있습니다.
1. JAM Project 싸인회 - 5월 27일(토) 오후 4시30분 SETEC 이벤트무대
2. JAM Project 공연 - 5월 28일(일) 오전11~1시 사이(아직 미정) SETEC 국제 회의장 -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4~6곡)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행사구성에서 싸인회일정은 확정되었지만, 공연은 아직 몇가지 조정이 있습니다. (공연시간, 공연에 부를 곡 등)
일단 발견된 암은 1기 초라는 것을 다시 확인받았습니다. 만일 이것뿐이라면 제거하면 될 듯 하지만 암의 특성상 이대 병원에서 했었던, 혹은 하지 않았던 암진단용 검사(CT, MRI. Bone Scan, PET)들을 모두 다 하는군요. 그 결과를 보고, 덤으로 무릎관절 수술 상황을 참고하여 제거 수술일정을 잡을 듯 합니다.
일단 검사를 해봐야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겠습니다만 폐암쪽은 당장 입원할 정도로 암쪽 예후가 급박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물론 암세포가 발견된 것뿐이라면 말입니다.) 아무튼 22~23일 양일은 암센터에서 외래 상태로 진단검사들을 하게 됩니다. 이중 방사성 동위원소를 투여, 암세포에의 침착여부를 보고 전이여부를 판정하는 PET라는 검사는 비보험 검사라서 호되게 비싸더군요. 이걸 이대병원에서 하고 암센터에서 또 했으면 아주 피눈물을 흘릴 뻔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조직검사 결과에 오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일말의 희망도 있었습니다만 일단 암센터에서도 중증환자 등록증을 다시 내주는 것이 그럴 일은 없다는 이야기라 마음이 조금 그렇습니다. 뭐 이 이상을 바라면 욕심이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그냥 이거 하나만으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대 동대문 병원에선 아마도 내일 퇴원하게 될 듯 합니다. 일단 수술한 무릎이 어느 정도 안정된데다 이제 굳이 더 있을 필요가 없거든요.
간신히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돌아가던 과정을 생각해보면 뭔가 굉장히 어이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암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 병원 문 앞에서 받은 어머니의 전화였습니다. 문제는 그 전화를 병원 문앞에서 받았다는 거고 그것을 통보한 것이 의사도 아닌 환자 본인이라는 겁니다.
보호자도 없는 상황에서 암환자 본인에게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암이더라고 통보해주는 센스는 대체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 걸까요? 아무리 수술이 상대적으로 쉬워 완치가 가능한 초기라지만 보호자에게 연락도 없이, 보호자 모르게 환자 본인에게 암으로 나왔다는 것을 통보한다는 것은 경우가 없는 것을 지나, 어이가 가출하는 느낌입니다.
만약 수술 직전이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그나마 그 때는 보호자가 있었지요,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그걸 그렇게 처리해야 하는가는 좀 의문스럽습니다.
갑자기 병원을 바꿔야겠다는 결정이 굉장히 현명한 것이었단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제 좀 자고 내일은 의사와 만나 병원 바꿀테니 자료달란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오늘, 어머니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답니다. 원래는 내일 나올 거 같다는 결과가 오늘 나왔네요. 불행히도 암이라는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양성종양일 가능성이 높다더니만 암이라니 조금 헉스한 기분이긴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양성종양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거든요. 혹시나 해서 해보는 거니...라더니만 막상 암이라니 묘한 기분이예요. 그나마 수술로 제거 가능한 작은 것이란 점이 불행중 다행입니다. 뭐 한 가지 더 다행한 점이라면 인공관절 수술이 굉장히 잘 되었다는 점 정도?
이제 이대 동대문병원에서는 암 관련은 일단락짓고 인공관절 수술을 마무리한 뒤 암에 관한 시술은 간호사인 이종사촌동생의 강력한 추천에 따라 국립 암센터로 병원을 바꾼 뒤에 그 곳에서 이뤄질 듯 합니다.
암이란 말을 들은 뒤, 아버님의 반응이 맘에 안 들었습니다. 연세 문제도 있겠고 충격의 정도란 것도 있으시다는 것은 머리로야 이해합니다만 아무튼 제 맘에는 들지는 않더군요. 나중에 내가 자식들을 기르게 될 때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아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것도 어리광이나 욕심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