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자체의 예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항생제 때문인지 설사를 다시 시작했고, 팔에 진물을 빼는 주머니를 채워놔서 팔의 거동, 나아가 신체 전반의 거동이 불편해졌으며 무엇보다 약간 돌아온 컨디션이나 의욕을 깡그리 앗아가는 바람에 식욕도 다운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17일 화요일 아침부터 식욕이 팍 다운되서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겁니다. 그 전에는 밥은 안 먹어도 커피우유라도 먹었는데 화요일엔 그마저도 안 드신다는 거죠. 원인을 알 수 없어 심리 분석을 해보고, 거기서 원인을 찾지 못하면 콧줄이라도 끼워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월요일만 되면 일요일 무렵에 갖가지 곳에서 같잖은 이야기를 듣고 와서 병맛나는 희망을 품었다가 그게 깨지면 구박하는 아버님의 X신같은 행동이 원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드는데 솔직히 병동에 가만히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기는 거라 원인은 분명하지 않았죠. 어쨌거나 수요일에 정신과에서 심리상담쪽 협진을 할텐데 보호자가 있어야 된다며 시간좀 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으니 시간대를 알려달라고 했죠.
정오 무렵에 전화가 와서 말하길 아무래도 콧줄을 꽂아야겠다더군요. 화요일 밤에 검사를 하러 왔다는데 어무이가 질문에 일절 답을 안해서 결국 콧줄을 꽂기로 했다네요. 점심에 꽂아놓은 콧줄은 꽤 고생하면서 끼웠다는데도 답답했는지 결국 빼버렸고, 수요일 밤에 다시 연결할 때는 의외로 쉽게 들어가 좋아했더니 밤새 낼름 뽑아서 결국 아침나절엔 엄청 고생을 하면서 다시 끼웠다네요, 그나마 목요일 아침에 끼우면서 고생은 정말 많이 했는지 이후로 뽑아버리는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팔은 상태가 괜찮아져서 주머니는 빼기로 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긴 했습니다만 기력이 너무 없어서 목요일은 결국 침대채 투석을 갔다 오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목요일 금요일에는 이대로 부고를 날리게 되는 게 아닐까를 우려할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콧줄로 뉴케어가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토요일이 되면서 기력이 많이 상승하여 인지나 의욕이 좀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월요일, 오늘은 휠체어를 태워 운동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내일은 종양 상태를 추적하기 위해 CT를 찍어보는 날입니다. 그러고보면 입원후에 처음 CT를 찍어볼 때만 해도 다음 CT를 입원한 상태로 찍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아무튼 난리도 아니네요.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보니 오후 4시 다 되어서야 병원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 시밤쾅 그때까지도 수술이 진행되지 않은 겁니다. 물론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아 젠장 그럼 7시 30분부터 대기시키는 건 좀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 말입니다.
그래서 재촉을 했더니만 그제사 수술방으로 내려오라 하더군요. 빌어먹을 본관으로 가서 수술방으로 내려갔습니다. 4시 55분에 시작했는데 30분쯤 걸릴 간단한 수술이라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좀 길어져 6시 20분쯤 되어서야 나오더군요. 왜 그리 길어졌나 싶어 살펴보니 진물을 빼내기 위한 관을 삽입하고 나왔더군요. 뭐 수고는 한 셈이지만 흉부외과 시발라마들!! 이라고 외치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p.s.....
1. 사실 24시간 전에 포스팅했어야 할 내용인데 이틀간 쌓인 피로로 그대로 뻗어버렸습니다.
2. 문제는 이 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식욕이나 의욕이란 측면에서 적극적인 상태가 되었길래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시밤 이 빌어먹을 수술을 하고 나오니 어무이의 식욕, 의욕이 모두 바닥을 치는 상태가 되었다는 겝니다. 젠장. 내일은 좀 상태가 호전되었기를 바래봅니다.
입원 17일차 인 5월 16일에 포스팅했듯, 투석을 위한 인공혈관 수술을 받은지도 50여일이 지난 금요일에 담당의사가 흉부외과에서 인공혈관을 보러 왔다더니만 월요일에 수술을 하겠다는 겝니다. 내용인즉 혈관과 인공혈관의 접합부에 일종의 진물같은 것이 고일 수 있는데 건강 상태가 좋다면 별 문제없이 흡수되어 리사이클 되는 게 정상인데 어무이의 건강 상태가 그 정도는 아니라서 진물이 고여 부풀어오른 상태이므로 절개부를 다시 절개하고 진물을 제거한 뒤 상황에 따라선 진물을 빼내기 위한 관을 삽입하는 방식의 수술을 할 예정이란 겁니다. 간단한 수술이므로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진행될 거라 하더군요.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는 사안인데....그러므로 월요일 7시 30분까지 보호자가 대기해주셨으면 한다는 게 문제인 겝니다. 토요일~일요일로 이어지는 주말은 (개독으로 추정되는) 간병인이 빠지는 날이라 토요일자 가사노동에 치이는 경우, 일요일에 수면부족-결핍상태로 하루를 간병질로 보낸 뒤 수면부족-결핍상태를 보충하지 못한 채로 나가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예상대로 수면결핍 상태로 7시 30분에 맞춰 병원에 나왔는데 9시가 되도 반응이 없는겝니다? 그래서 재촉을 해보니 (사실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교수님하는 긴급환자 수술에 들어갔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문제는 오늘이 휴일이 아닌, 월요일이므로 하루 종일 대기하는 게 불가능한데다 7월 9일은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바쁜 날이라 그걸 세월아네월아 기다릴 수 없는 날이라는 거죠. 결국 9시에 귀가하여 일을 처리하고 병원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마왕궁은 일평균 100~150 사이를 찍는 조용한 마이너 블로그다. 그런데 최근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시작은 6월 11일이었다. 갑자기 일 평균 조회수가 2300회 정도 증가해버린 것이다. 6월 10일까지의 포스트를 살펴볼 때 방문자가 갑자기 늘어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했었다. 어딘가에 노출된 것이라거나 해킹 고고싱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카운터 리셋을 신중히 고려할 지경이었다면 말 다한 거지. 이런 비상상황은 다행히 하루만에 종결되었다.
그리고 어제 11일의 이펙트가 방문자 그래프에서 사라지면서 정상분포로 돌아오는가 싶었는데 오늘 또 다시 2300회 정도가 플러스 되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13일 이후 일부러 포스팅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팍팍 방문자가 늘어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스러운 방문자 증가가 체크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1. 토요일밤에는 그간 식사를 못해 기력이 다운되었던 어무이가 아버님이 대전 이모님이 갖고 온 곰국 야그에 꽂힌 바람에 곰국을 공수하고 왔습니다. 의외로 잘 드시더군요. 물론 투석환자라는 점을 보자면 잘 드신다는 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만 아예 못 못는 거 보단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문제라면 불행히도 다 먹어가던 시점이라 다시 끓여야 할텐데 고민입니다.
2. 드디어 어무이의 재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려 100만원이란 거금을 쓰고 CT에 MRI 검사결과를 기반으로 하는 짓이니 효과가 있길 빌어야죠.
3. 치과 검사도 하고 왔는데 예상한 그대로의 문제를 지적하더군요. 칫솔질을 너무 건성으로 해서 관리가 안된게 절반, 건강상태가 너무 안 좋다는 게 절반, 지금 스케일링을 하면 피투성이가 될테니 무의미...하다는군요. 과연 지금부터라도 칫솔질을 열심히 하려나가 의문입니다.
4. 최근 NBA 컨파 중계를 보고 가느라, 즉 간병인이 꽤 유능하고 어무이의 컨디션도 안정된지라 나름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중이란 야그입니다. 병원 가는 게 늦어지는데 내일은 다행히 컨파를 안하는데 6월 6일이라 교수님하 안나오는 날이네요.
월요일엔 별 문제가 없이 넘어갔는데 화요일은 투석입니다. 뭐랄까 간병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외려 편할 수 있는 날이었는데 의외로 편하지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밤에 병실로 올리러 가보니 입안에 피가 하나 가득입니다. 토한 피라고 보기엔 빨간 것이 바로 출혈한 거 같은데 실제로 어무이가 칫솔질을 게을리 하기 때문에 구강 건강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가끔 출혈이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가글을 시켜보니 꽤나 많은 혈액을 물고 있더군요. 몰랐는데 투석을 할 때는 피가 굳는 것을 막기 위해 헤파린을 쓴다더군요, 헤파린은 간단히 말해 거머리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을 때 피가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입하는 물질입니다. 물론 동물의 몸에도 어느 정도 있긴 한데 이게 일정 농도 이상이 되면 상처의 피를 멈출 수 없는 겁니다. 즉 덜 아문 상처가 있으면 다시 출혈이 가능한거고, 이것이 어무이의 경우엔 비강과 잇몸인 겁니다. 그리하여 지혈 조치를 하느라 늦게 올라올 수 밖에 없었던 거죠.
하필이면 그날 따라 병실 불도 일찍 끈 바람에 옆병상 진상을 깨우기 싫어 배선실에서 식사를 시도했습니다.....만 비빔밥이 늘어붙어 먹기가 안 좋았습니다. 결국 조금 먹다가 포기하고 다른 것들을 좀 먹은 뒤 양치질을 하고 지혈도 어느정도 조치한뒤 늦게야 귀가를 했습니다.....만 문제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여섯시도 못되어 담당 간호사가 전화를 했더란 말이죠. 잠자는 동안에 피가 멈추지 않아서 어느 정도 흘러나왔고, 그 꼴을 본 간호사가 뭔가 굉장히 중대한 문제가 생긴거라고 판단하고 놀라서 전화를 한 겁니다. 전화받자마자 일어나 택시를 타고 날아가보니 일단 유혈사태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겠는데 상황이 참 그렇더란 말이죠.
아버님이 입원을 하면 간병인이 없어도 집안이 돌아가지만 어머님이 입원한 상황에선 간병인이 없는 상황이라면 환자를 돌본답시고 병원에 붙어버리면 집안의 일상생활이 완전히 정지된다는 야그입니다. 예전에 어머님이 암수술을 할 때는 돌아가신 이모님이 집안일을 어느 정도 디펜스해주셔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 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아버님을 간병용도로 투입한다는 건 환자를 죽이겠다는 이야기밖에 안되죠.
다행히 어느 정도 지혈이 되고, 환의를 갈아입히고 보니 피로가 몰려옵니다. 집안 일이 끝난 것도 아니었는데 끌려와서 하루를 더 이 꼬라지로 방치하면 수습불가 상황이 될 거고, 우마왕도 하루 3시간 수면으로 사흘을 돌리면 버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쯤 되니 옆방 진상에 대한 살의가 몰려나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병동 수간호사가 일찍 나오셨길래 면담을 요청했죠.
솔직히 우마왕네 집안은 구성원이 단촐하고, 그나마 아버님이 가사질에서 하는 비중이 "극히" 적어서 반드시 간병인을 써야 한다. 최소한 간병인을 붙여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집안이 돌아가는데 옆 침상의 진상이 자꾸 저렇게 간병인이랑 싸워서 내쫓아버리고, 소개되는 간병인마다 손사레를 칠 정도로 난리가 아니면 정말 곤란하다. 옆 병상 할머니를 옮겨달라고 할 수는 없을테니 가능하면 어무이의 병실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죠. 다행히 수간호사도 그 환자의 악명을 익히 아시는지라 어무이를 옮기는 것에 동의를 했는데.... 체크를 해보니 검사 결과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라 병실을 옮길 수 없답니다. 대신 자기가 간병인을 알아봐주고, 다행히 그 진상할머니도 병실을 옮겨달라 했으니 자리만 나면 옮기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한편 어무이는 일단 신장내과의 시각에선 서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 여전히 서지 못하고 있어서 재활의학과 교수님하의 협진을 받았는데 오늘 CT를, 그리고 조영제를 쓰는 MRI는 투석하는 내일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저런 과정들이 진행되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가더군요. 정오 무렵이 되자 수간호사 선생이 2시에 새 간병인이 오기로 했다며 이름을 알려주더군요.
마침내 2시가 되어 새 간병인이 오고 이런 저런 사항을 알려주고, CT를 찍는 곳으로 어무이를 모시고 갔다 오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뀐 간호사가 말하길 오늘 밤에 MRI를 찍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주치의에게 문의해보니 조영제를 쓰는 MRI는 투석하는 내일 찍는 게 맞답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귀가를 하기로 했죠. 밀린 빨래를 하고 수면을 보충하고..... 뭔가 먹을 걸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어제 좀 늦게 잤고, 오늘은 교수님하 안나오는 초파일이니 병원에 좀 늦게 갈 - 아시는 분 아시듯 스퍼스 - 썬더 컨파고 국내 중계를 해주니까.... 보고 갈 - 예정이었는데 아침 9시에 핸폰이 우짖습니다. 번호를 보니 간병인이더군요. 어제 아침에 자기가 필요한 거를 새벽부터 문자로 보내서 아침잠을 설치게 하더니 오늘은 아침댓바람부터 전화질이네요...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죠.
"우마왕입니다."
"안녕하세요. 간병인입니다. 아침부터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
미안한 건 아는 모양이군요.
"무슨 일이십니까?"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그만둬야 할 거 같습니다."
어라? 님 이게 뭔 소리야? 이럼 안되지!
"예? 아니 오신지 얼마나 됐다고? 더구나 초파일에 그러시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친한분의 부고가 와서 상가에 가야 할 거 같아서요."
"아 예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대체해주실 분은 어떻게? 간병인님이 연락을 해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고 연락을 다시 드리지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군요. 좀 지나 연락이 옵니다.
"혹시 직접 연락하셨냐"고 묻더군요. "아니라고, 부탁까지 드렸는데 굳이 연락까지 하겠습니까?"라고 하자 "연락을 해보니 초파일이라 당장 오실 분도 없다네요."
"그럼 몇 시까지 봐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1시 정도까진 가능할 겁니다."라더군요.
이 뭐 C8스러운.... 일이 갑자기 왜 이리 꼬이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병원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병원에 간다고 해도 갑자기 막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던 일들은 마무리하고 가야죠. 간병인이 1시까지는 봐주겠다고 하니 짬짬이 컨파는 보면서 일을 정리했죠.... 일이 꼬이려는 날이라 그러나 컨파도 3Q까진 스퍼스가 썬더에 질질 끌려가더군요. 다행히 3Q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더니 스퍼스가 역전에 성공하여 1차전을 가져옵니다. 할 일도 끝나고 컨파는 기분좋게 끝났으니 병원 고고싱을 합니다. 날은 초파일이요 시간이 시간이니 과감히 택시질을 했죠.
병원에 도착하니 막 점심 시간입니다. 간병인이 점심 시중을 들어주고 있더군요.
친한 지인의 상이라 어쩔 수 없이 가야겠다고 하길래 수고하셨다고 한 뒤 일당을 드렸습니다. 다른 곳에도 알아보는 게 좋겠다길래 연락을 했는데 초파일이라 모두 절에 가서 사람이 없다더군요. 거듭 죄송하다면서 간병인은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반전은 그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려면 부가적인 몇몇 등장인물들을 더 설명해야 할 듯 한데 옆 병상에 아주 깐깐과 자아도취의 극을 달리는 할머니 - 할머니라는 표현도 아깝다 할망구가 적당하겠다... 이후 할망구로 표기합니다 - 환자가 있습니다. 대략 5월 7일인가? 어무이보단 좀 뒤에 당뇨로 입원한 환자입니다. 이 할망구는 간병인을 안 쓰고 혼자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와보는 거 같지도 않더군요. 들어보니 꽤 오래된 환자고, 자기 말로는 혼자 거둥을 해야 살 수 있기 때문에 간병인을 일부러 두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덤으로 처음 일했던 - 일못해서 자른 - 간병인과 한번 트러블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예전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에 있던 형님뻘 되는 양반 -, 이 사람은 나이에 맞지 않게 외래로 왔을 때 병원에서 환자복 입고 있는 걸 자주 본 적이 있어서 젊은 양반이 병원 자주 오네...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엔 너무 많이 봐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요- 이 드나들어 호오 하고 있었는데 그 형님뻘 되는 양반하고 큰딸이 초등학교 친구고, 일본에서 사업하던 사람인데 혈당 문제로 입원한 건데도 젊은 사람이 자주 입원해서 담당교수가 빨리 퇴원시키고 다시 입원하던 환자였다나요? 그러던 걸 국내도 아니고 일본에서 죽을 거 같다고 온 환자를 너무 빨리 퇴원시킨다고 교수님하에게 말해줘서 그 이후로 자주 오는 거라더군요. 뭐 그렇게 말이 트였고, 어쩌다가 자기 며느리 야그가 나왔는데 자기 아들은 9년전에 결혼했고, 며느리는 지금은 모 병원 수간호사랍니다. 자기 아들 잘 내조해줄 타입이 아닌 거 같길래 아들이 결혼하는 걸 5년간 반대하다가 결혼을 했는데 결혼전엔 건장하던 자기 아들이 지금은 살이 쫙 빠져 다른 사람이 못 알아볼 지경이라며 며느리 험담을 하더군요. 뭐 고부사이에 안 좋은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며칠 전에 그 할망구의 큰 딸내미가 와서 이래저래 문병도 하고, 식사도 하고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아들 안 와보냐...고 하자 며느리가 그런데 오겠냐고.... 뻔질나게 전화만 오더니 연휴라고 여행간다고 전화가 왔다던가 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런데 그 다음날 맞은편 병상에 그 할망구가 아는 환자가 다시 입원을 한 겁니다. 그러고 그 언니하고 이런저런 야그를 하면서 자기는 휴일에 아들 며느리 오는 거 달갑지 않다... 걔들도 지 가정이 있고.... 라는 쿨드립을 듣게 되니 이 할망구 야그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란 말이죠.
맞은 편 병상의 간병인 아줌니는 예전, 2009년 11월이던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를 포스팅할 당시에 잠시 어무이를 간병해주셨던 분입니다. 그런데 아까 그 할망구가 이 아줌니 일 잘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우리 간병인이 아닌데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넘어갔는데 오늘 이 간병인 아줌니가 아주 깨는 야그를 해준 겁니다. 사실은 막 간 간병인이 상을 당해서 간 게 아니라 옆 병상 할망구가 일하는 데 시끄럽다고 멍X랄을 떠는 바람에 뚜껑이 열려서 친한 사람 상 핑계대고 갔다고 하더군요. 그 어이가 없더군요.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후 이 간병인 아줌니가 새 간병인들 - 세 사람인가 소개해줬는디 그 할망구 옆자리라는 걸 안 간병인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못 하겠다는 겝니다. 결국 6시 지나서라도 연락해주겠다던 협회도 사람이 없다고 오늘은 힘들겠다 하는데 아무래도 악명이 업계를 떨치는 모양인게죠. 아 C8 싶은게 어무이가 진상짓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쩔 수 없는데 옆의 할망구가 진싱이라 올 간병인이 없다는 건 납득하기가 쉽지 않죠. 이 할망구가 자리를 비우자 이 간병인 아줌니 말씀이 지금 위치에 있으면 저 할망구 퇴원할 때 까지 절대 간병인 못 쓴다. 자기가 맡은 환자가 수요일에 요양병원으로 간다고 퇴원한다니 병실은 옮기기 어렵지만 수간호사에게 말해서 저 할망구에게서 떨어지기라도 해야 다음번 간병인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란 말이죠. 알겠다고 하고 잠시 다른 전화를 걸기 위해 나왔는데....
더 깨는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습니다. 이 할망구가 우마왕은 좋게 봤는지 앞서 말한 맞은 편 병상의 간병인 아줌니가 일은 정말 잘하고 맡은 환자는 모레 퇴원한다니 우마왕이 직접 하루 봐주고, 그 간병인을 쓰라는 겁니다. 자신만 남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남도 자신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혹은 알면서도 무시하는 진상의 포스가 과연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세리프였습니다. 그래서 그건 좀 어렵다. 간병인 쓰는 걸 보면 아시듯 오늘이야 휴일이라 그렇지만 평일엔 나도 할 일이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죠. 결국 옆 병상 간병인 아줌니가 추천한, 내일 아침 10시부터 해줄 수 있다는 간병인을 쓰기로 했습니다.
저녁이 나와 저녁을 먹고 어무이를 휠체어에 싣고 병원 몇 바퀴 돌린 뒤 오늘은 별일이 있을 거 같지 않아 아버님이랑 귀가를 했습니다. 하얀 수건을 골라 갖고 오라고 했더니 하얀 색이라고 새 행주를 두개 갖고 오셔서 잠시 귀가하여 널부러진 집을 정리하고, 수건을 갖고 병원에 다시 가서 기저귀 교체 타이밍을 물어보니 젖으면 하긴 하지만 지금은 괜찮을 거 같다길래 일단 귀가했습니다. 어차피 집에 널부러진 이런저런 가사질도 해야 하고, 부족한 수면에 기인한 피로 문제도 있는데다 내일 병원에서 알아볼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일찍 가기도 해야 하니 말입니다. 조금 여유가 있을 거 같았던 입원 한 달째의 하루는 이렇게 사라져갔습니다.
입원 기록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별다른 일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주 3회 투석중이고, 인공혈관 수술 자체는 별 문제가 없으며, 여전히 잘 못 일어나고 계시다 정도,.... 그리고 간병인을 다시 교체했습니다. 이번 간병인 아줌니가 꽤 잘해서 맘에 들었는데 어제 잠깐 보자고 하더니 개인적인 일로 월말까진 할 수가 없으니 대신할 사람을 구하라더군요. 그래서 간병인 아줌니가 소속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대체할 분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새 간병인이 왔는데 지난 번과 달리 같은 회사여서 그랬는지 간병인간 인수인계가 굉장히 수월하게 이뤄졌습니다. 이건 다행인데 어떤 사람일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간병인을 불러 그 동안 수고하셨다고 일한 금액을 드린 뒤 그만 하셔도 된다고 말한 뒤 12시까지 짐을 빼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진상은 끝까지 진상이라고 정오까지 짐을 안 빼고 뭉개고 있다가 새로온 간병인이랑 딱 마주쳤네요. 새로 온 간병인이 이전 간병인을 보더니 나름 맘이 상한건지,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지 자긴 안하겠다고 하더군요. 글쎄 그쪽에선 어떻게 판단한 건지 알 수 없는데 아무튼 처음 이야기한 곳에선 못 보내주겠다고 하는 와중이고, 뭐라 생각한 건지 처음 하던 분을 계속 쓰라고 하는 겁니다. 젠장 그게 진상이라 바꾸려고 하는건데 멀쩡한 척 하는 거 보니 정말 짜증이 나더군요. 사실 원래 계획은 1시까지 간병인 교체를 마치고 잠시 귀가하여 노트북의 무선랜 관련을 처리하고, 오후에 복귀해서 행정적인 문제를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무산입니다.
안하겠다는 새 간병인이나 구 간병인이나 굳이 쓸 생각도 없었던지라 어차피 더 볼 일도 없을 듯 하여 다른 회사에 연결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곳이랑 금방 연결이 되었습니다. 언제까지 보내주면 되겠냐고 묻기에 언제까지 보내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여 그러라고 했는데 정말 얼마 안되어 1시까지 새 간병인을 보내주겠답니다. 그러고 있는데 구 간병인이 자기한테 뭐가 문제가 있었냐고 묻는 겝니다. 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제가 말한 거 자체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잖냐 하니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는 겝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그때 막 점심까지 나왔길래 제가 시중들테니 그만 가시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다행히도 1시가 좀 넘어서 다른 회사의 새 간병인이 등장했습니다. 전 간병인과 달리 꽤 부지런하고 붙임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오늘은 데모 버전일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죠. 며칠 지내보면 본성이 나오겠지만 아무튼 퇴원할 때 까지 별로 걱정 안해도 되는 간병인이었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오늘은 다시 대전 이모님이 오신다 하여 이모님과 함께 늦게 갔습니다. 가 보니 수술한 부위를 묶어둔 압뱍붕대는 모두 풀었고 상처의 실밥 부위에 거즈 + 밴디지로 교체해놨더군요. 교육이 있는데 20일 까지는 인공혈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팔을 심장보다 높게 둘 것, 왼팔로 힘쓰지 말것. 20일 이후로는 고무공을 쥐고 운동을 할 것 등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후 4시가 좀 넘은 무렵에 입원 14~16일차에 포스팅했던 대로 오른쪽 엄지발톱 부분의 작은 상처가 당뇨발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를 보기 위해 정형외과 외래로 가보라는 오더가 떨어졌습니다. 간병인이 휠체어를 갖고 왔길래 정형외과 모시고 가라 하니 오늘 발 소독하는 거 같던데 왜 거길 모시고 가야 하냐고 대뜸 따지고 드는 겁니다. 지가 의사도 아니면서, 하물며 돈주는 사람에게 덤비는 케이스는 처음 보는군요.
정형외과는 내가 모시고 갈테니 침대 커버나 교체해달라고 하고 휠체어로 본관 1층의 정형외과로 갔습니다. 전공의 호출이었는데 정형외과 박 모 교수님하가 친히 왕림하시어 발 부분의 상처-진물과 고름의 잔해-를 기구로 긁어내더니만 다행히 당뇨발 라인은 아닌 거 같으니 드레싱만 잘 하면 될 거 같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 병실로 올라왔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 못한다는 평에 주변이랑 마찰을 빚는 느낌이 있었는데다 수술하고 온 날 왼팔을 쓸 수 없으니 식사시중같은 걸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안하고 구경만 하는 광경을 아버님까지 봤단 말이죠. 거기에 치명적으로 의사 오더에 대해 가타부타 하며 덤비기까지 하는 걸 보니 더 이상 쓸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겁니다. 가까운 외환은행에 돈이 있었다면 바로 인출해다가 던져주고 너님 해고! 하고 잘라버릴까 싶은 생각이 머리 끝까지 들었는데 당장 외환은행에 돈이 없어서 일단 하루만 더 놔뒀다가 내일 잘라버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귀가하는 길에 간병인 전화번호를 받아다가 다른 협회에 연락해서 간병인을 보내달라고 했죠.
드디어 인공 혈관 설치(?) 수술입니다. 어제는 수술을 1번타로 할 지도 모른다 하여 일찍 와야될 것 처럼 말하더니만 막상 아침에 가보니 수술은 오후 늦게 한다는데다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주무셨다 하길래 오후에 다시 오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사람의 몸이란 것이 간사하여 병원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집 근처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졸음이 쏟아집니다.
그래서 한숨 잔 뒤 일어나 병실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병실에 도착하니 원무과에 가서 전환신청을 하랍니다. 드디어 수술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죠. 서류에 서명하고 올라오니 이송반 아자씨가 올라왔고 약간의 우여곡절끝에 수술실로 내려갔습니다. 금요일에 수술이 안된다던 교수님하가 와서 수술 내역은 이미 설명을 들으셨으니 아실테지만 전체적으로 검사하면서 진행할 것이라 2~3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하더군요. 수술실에 들어간 게 오후 3시 좀 넘어서니 아마도 오후 6시는 지나야 나올 것 같았습니다. 전신마취는 아니니 깨어난 어쩌고를 볼 일은 없겠지만 역시 장시간 벌서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6시반이 넘었는데도 나오실 생각을 아니하시는 겝니다. 오후 7시가 다 되어 호출이라도 해봐야 하나 싶을 때 교수님하가 나와서 수술 자체는 잘 되었지만 팔 정맥이 부분부분 좁아진 곳이 있어 넓히고 하느라 수술이 늦어졌답니다. 그 외엔 전반적으로 잘 된 것 같으니 두고 보자고 하더군요. 왼팔은 20일인가 21일까지인가 굽혀선 안된다고 하더군요. 즉 21일까지는 때려죽여도 퇴원이 불가하다는 이야기 - 물론 아직도 부축이 없이는 몸을 가누시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거 아니라도 퇴원이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 죠. 병실에 올라와 살펴보니 하루 종일 금식이어서 그 후유증인지, 혹은 수술중의 고통때문인지 몰라도 이빨이 왕창 들뜨고 잇몸에서 출혈이 있었는지 핏덩이가 보이더군요.
수술 자체는 잘 끝났다 하니 이제 회복을 기다리는 일이 남았습니다...만 오늘같아선 환자 보다 가족들이 뻗어버린다가 무엇인지를 실감할 수 있겠더군요.
1. 다인실이고 열닷새 정도 있다 보니 환자 로테이트가 빨라 환자들이 종종 바뀝니다. 그러다보니 옆 병상의 새 환자들에선 환자 아들내미들이 가끔 방문할 때가 있는데 오는 건 좋은데 잠자리가 바뀌어 그런가 병실이 떠나가게 코를 고는 바람에 환자들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문제가 있더군요. 마음은 알겠지만 민폐죠 그건.
2. 발톱이 길어보여서 깎아야 하나를 검토하기 위해 발의 부기를 잡아주던 스타킹을 벗기고 보니 그간 발을 제대로 씻기지 않았는지 발에서 냄새도 조금 나는 거 같고 왼발 엄지 발가락 발톱과 맞닿는 자리에 작은 상처가 있고, 진물이 나오더군요. 혹시 당뇨발의 시초가 아닌가 해서 전공의님하에게 야그를 해놨습니다. 소독은 좀 하는 거 같은데 적극적인 드레싱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3. 어제 동네 아주머니가 한 분 방문하셨는데 그 아주머니가 간병인에게 할 싫은 소리를 대신 해주신 바람에 제가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간병인이 사람은 나쁘지 않은데 간병인으로서의 능력 혹은 교육이 조금 모자란 상태여서 퇴원하는 환자 가족들이 저에게 고자질을 해주기에 오늘은 좀 싫은 소리를 할 생각이었는데 아주머니가 지적질을 다다닥 해주신 게죠. 뭐랄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다시 생각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얼마나 바뀔지는 내일부터 봐야죠.
4. 아무튼 내일은 몇 시쯤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인공혈관 수술을 합니다. 아침부터 정신이 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가자마자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병실에 올라가자마자 아무 말이 없는데 원무과에서 병원비가 얼마 나왓으니 중간정산을 부탁드린다고 해서 원무과에서 그걸 내고 왔죠. 그런데 올라오는 와중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전공의님하에게 전화가 옵니다. 다짜고짜 장기투석이 결정되었다더니 어디에 계시냐고 하더군요. 병동 14층 엘리베이터 앞에 있다고 하니 바로 오겠답니다. 의사님하 왈, 검사 결과 장기 투석을 해야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고, 그 때문에 투석용으로 심어둔 거시기 대신, 정식으로 팔에 인공 혈관을 삽입하여 투석에 쓸 것인데 오늘이나 다음주 수요일에 수술이 가능하겠냐고 묻더군요. 지난주에는 상태가 안 좋으니 심장 검사를 미루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오늘은 그런 것도 아니니 오늘 할 수 있으면 하자고 했죠. 아마도 어제 오후에 좀 더 일찍 갔더라면 교수님하를 통해 상황을 잘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버님이 같이 가자고 해놓고 늦장을 부리신 바람에 못 들었더니 바로 직격탄을 처맞은 거죠.
어무이에게 설명을 했냐고 물으니 이제 할 거랍니다.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니 심기 불편하신 모양입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안 할 수는 없는 거라 하니 납득을 하긴 한 모양이죠. 그리고 의사님하 나가 흉부 외과에 연락을 해봤는데 오늘 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으니 흉부외과에 가서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랍니다. 진행이 정말 빠르다고 생각하며 어무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흉부외과에 가서 정작 수술에 대한 설명은 저에게만 해주는 개그가 있었고, 그럼 굳이 환자가 필요했을까가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동의를 해야 한다니 어쨌거나 서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병실로 돌아와보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갑니다. 흉부외과 교수님하가 저를 찾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병실에서 기다렸죠. 좀 기다리니 교수님하 들어와 말씀하시길 수술 설명은 들으셨죠? 오늘 할 수도 있다고 했다던데 필요한 수술이지만 화급한 수술은 아니라 우선순위권이 아니므로 상황이 되면 하겠지만 기존 스케줄이 안 되면 - 즉 열었더니 예상보다 늦어지면 - 수요일에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후 3시까지 연락이 오면 오늘 수술을 하는게고, 안 오면 오늘 수술은 캔슬되고 수요일에 하겠다는 겁니다. 대략 돌아가는 걸 보니 흉부외과 교수님하와 전공의님하 사이에 뭔가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문제는 이게 병동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바로 내려가는 건지, 아닌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는 거죠.
결국 3시까지 벌을 서다가 캔슬이 확인된 다음에 귀가했습니다. 정말 본의아니게 준비도 안하고 붙들려 있으려니 그것도 나름 빡세더군요. 수요일엔 노트북이라도 들고가야겠습니다. 무선 인터넷을 쓰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하려나요...
일단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을 듯 하여 좀 늦게 가볼 생각이었는데 아침 9시에 전화가 옵니다. 병원입니다. 어무이 전화 맞냐고 하길래 우마왕 전화라고 해줬습니다. 혹시 같이 계시냐고 하더군요. 같이 있는 건 아니고 가는 중이라고 했죠. 알겠다더니 전화를 끊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아 병원으로 서둘러 들어갔죠. 그러나 병실에 도착해보니 이게 웬걸. 오늘 검사가 하나 있는데 검사실에 빨리 안 내려오니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재촉전화를 한 거 였습니다. 그야말로 낚인 케이스였죠.
그래도 오전 방문이 아주 허사는 아니었습니다. 종양내과 이승세 교수님하 말씀이 종양의 사이즈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이레사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되어 이후 추가 처방을 계속하겠답니다. (치료사례의 모르모트 확정입니다.) 불행중 다행이죠. 더욱 다행한 일은 퇴원 2주 뒤에 보자는데 만약 어무이"만" 그걸 들었으면 오늘 퇴원하는줄 알고 재촉전화를 수십통쯤 하지 않았나 싶을 위험한 발언을 같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퇴원하라느냐고 반응이 옵니다? 그래서 일어서지도 못하면서 뭔 퇴원이냐고 일단 일어서고 야그하자고 딱 잘라 말하고 저녁때 온다고 하고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오늘은 아버님의 당뇨/혈압 등등에 대한 처방을 위한 진료가 있는 날입니다. 사실 어무이도 같이 해야 하는디 입원했으니 자동연기죠. 어무이가 같이 갈 때는 세월아 네월아 다섯월아 할 정도로 복장터지는 아침을 경험하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시간 잡아먹는 어무이가 입원하고 보니 오늘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건 유일한 긍정적인 효과입니다. 아버님을 당뇨센터에 남겨두고 병실에 올라갔습니다. 일찍 간김에 교수님하의 야그를 들을까 해서였는데 현 시점에선 아직 뭔가 분명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뭐 교수님하를 봤으니 어무이를 보고 오늘 시킨 일에 대해 정보를 얻어야 하는디 아침이라 그런가 꿈나라 고고싱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따 다시 와야 할 모양입니다.
당뇨센터는 세월아 네월아 다섯월아 하던 어무이덕에 너무 늦게 예약을 했었는지, 아니면 검사가 늦어지는 건지 몰라도 비교적 빨리 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세월아 네월아 수준입니다. 11시가 되려면 아직도 꽤 시간이 남아있고, 남은 환자도 10명은 되길래 다시 병동에 올라가서 오늘 가야 할 장소를 확인하고 왔더니만 하필 그 사이에 아버님의 진료가 끝났습니다. 사실 약의 구성을 조정하고 싶었는데 우마왕은 자리를 비웠고, 아버님은 의사 앞에선 무념무상하신지 그냥 기존 처방대로 받아놓으셨더군요. 그저 먹기 편하게..만 야그하고 땡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래서 같이 들어갔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죠.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 다시 방문해보니 어무이는 오늘은 투석도 없고 하루 병원에 무념무상하게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의사님하들이야 모아놓은 데이터를 놓고 상황정리에 열심일테지만 말입니다. 입원일수가 11일차가 되니 병실 환자들도 한 사이클 바뀌었는데 전에 들어왔던 환자들은 괜찮더니만 새로 들어온 환자 일부의 행태는 영 짜증스럽네요. 모 배우의 경호원이 하던 말이 생각나더랄까나?
병원을 나와보니 방금까지 찌던 더위는 석양과 함께 사라져 으쓸한 바람이 불더군요. 그저 조금만 식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우마왕이 상태가 안 좋았는지 아침에 좀 늦잠을 잤습니다. 어차피 늦은 거 이래저래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병원에도 정오쯤에 갔습니다. 심전도 검사, 저녁의 투석을 빼면 오늘은 의외로 평온한 것 같은 하루였습니다..... 적혈구 수치가 떨어져서 내일이나 모레쯤 수혈을 한다는 거 빼면 별다른 일은 없네요. 오후 5시 지나 4시간짜리 투석에 들어가는 것을 봤고, 밥을 안 먹고 가서 저혈압으로 토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밤 9시 다 되서였나? 집에 돌아와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조카 녀석이 전화를 해서 병원인데 병실을 알려달라더군요. 사실 잘 다니는 녀석은 아니던지라 조금 의외였는데 아무튼 왔더란말이죠. 문제는 투석이 9시 반 정도에 끝날 거고, 일반 병실이라도 오후 10시 이후엔 면회를 안 받아주므로 투석갔다 나오면 아마 오늘은 일정상 면회가 곤란할 거라고 안내해줬습니다. 면회를 하려면 나중에라도 전화를 걸고 오라는 이야기를 덧붙여서 말이죠.
p.s... 며칠전부터 눈이 가려워서 모종의 염증인 듯 하여 안과에 갔습니다. 눈을 이래저래 돌려보라더니 무려 알러지성 결막염이라고 판정하고 안약을 처방해왔습니다. 그러고보면 아침에 콧물 + 기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열은 안 올라가서 으응하는 상황인데 이것도 알러지성 코감기가 아닌가 싶은 의문이 드네요.
예정대로 8시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1라운드 수면을 하고 화장실에 갔다 와서 잠이 오지 않아 그대로 깨어 있었다...가 정확한 서술이겠고, 그 덕에 버스를 타고 한 200미터 걸어서 병원에 도착했어도 늦지 않았습니다. 몇 번인가 포스팅도 했지만 집과 병원은 직선거리로는 얼마 안되는데(알맵에 의하면 직선 1.2km 정도, 실제 기동로를 따라가면 약 2km 정도 됩니다. 걸어서 약 25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되죠.) 병원에서 집에 오는데엔 선택지가 5~6가지 있지만 집에서 병원에 가려면 선택지가 딱 세가지 뿐입니다. 그 중 택시나 차를 이용한다라는 선택지를 빼면 반드시 200미터 이상을 걸어야 합니다. 혹여 운동은 될 지 몰라도 분치기를 할 때는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인 거죠.
병실에 도착하니 심장 조영검사를 위해 신장내과에서 순환기 내과로 전과한다는 서류를 쓰고 오라 하더군요. 그래서 재빨리 서류를 쓰고 왔습니다.....그런데 젠장 어제까진 조낸 급한척 하더니만 한시간이 넘어 시간반이 다 되가는데 갈 생각을 안 합니다? 9시 20분쯤 되서야 이동식 병상에 환자를 올렸고, 그러고도 20분이 더 지났는데도 안 내려가는겝니다. 그런데 참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온 사이에 이송반이 와서 내려갔답니다. 쓰바 하는 심정으로 본관 1층의 심장센터로 내려갑니다.....만 얼마나 늦었는지 병상이 들어간 흔적조차 없습니다. 아 나중에 두고두고 한소리 듣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5분쯤 지났나? 그제사 병상이 내려옵니다. 으응? 하는 심정도 잠시 우마왕은 늦었다 생각하고 격층으로 서는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병상용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서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훨씬 더 걸렸던 겁니다. 아무튼 심장센터로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별일 없을테니 잘 하고 오시라고 말해준 뒤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듣기로 검사는 1시간 정도 예정되어 있으니 심장센터 앞에 있었는데 혹시나 카테터를 4개 이상 끼워넣어야 하는 상황은 아닐까 싶은 우려감도 약간.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10분이 더 지나자 졸음이 쏟아집니다. 잠을 설친 피로와 무료함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잠을 잘 수도 없던 것이 말이 좋아 본관 1층이지 외래동에 붙어 있어 이래저래 검사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각 방의 병리사들이 환자들을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맘놓고 졸 수도 없습니다. 물론 그저 긴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10시 30분이 조금 안된 시간, 즉 생각보다 빨리 문이 열리고 교수님하로 보이는 양반이 보호자시죠? 안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합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병원, 특히 수술장이나 검사실에선 예정보다 빨리 부르는 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예상외의 일이 발생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아 씁 카테터써야 한다거나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려나보다... X대따...라 생각하면서 일어나 들어갑니다. 들어가보니 실시간으로 심장 영상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들어가 그런가 심장의 박동이 뭔가 이상해보입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교수님하의 야그는 다르네요. 일단 심혈관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는 거 같지만 심장의 수축력이 매우 낮으니 약으로 치료를 할 것인데, 심박 능력이 낮아 중풍이 쉬 올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폭탄을 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문제지만 그래도 터지진 않았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병상과 함께 올라갔습니다.
다시 신관 14층의 병실에 올라가자 본관 1층의 원무과에 가서 순환기 내과에서 신장내과로 전과한다는 서류를 다시 작성하고 오라더군요. 멍멍이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거참스러운데 절차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죠. 내려가 수정하고 올라와 기왕 새로 전과하는거 병상을 창가로 옮겨줄 수는 없냐고 한번 뻗대봤습니다....만 안된다 하더군요. 이제 10일에 종양의 상태에 관한 CT, 그리고 신장의 혈류상태에 대한 검사가 새로운 페이즈가 될 거 같습니다.
오늘은 투석이 있고 교수님하가 등장할 예정이라 간만에 좀 더 빨리 병원에 갔습니다. 사실 아이폰 5의 발매를 기다리느라 새 폰을 장만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임대폰의 임대만기 기간이 도래하고 있었는데 처리 시한이 오늘이라나요. 생각해보건대 병원에서 투석하는 걸 보고 교수님하의 이야기를 듣고 하면 정오쯤 끝날 것이고, 그 사이에 임대를 연장하거나 폰을 교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또 한가지, 아침에 받은 문자에 의하면 지인의 직계 가족 하나가 돌아가셨다 하니 톰과제리 회원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조문가능한 분들에게 함께 가자 통보해야 할 상황입니다. 덤으로 옆집에서도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바로 옆 병원(응?) 장례식장이랍니다.
조금 앉아 있으니 교수님하가 등장하시어 회진 설명을 시작했는데 사실 오늘 투석은 정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토요일 / 일요일 병원 교수님하들이 돌아가지 않는 와중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하는 예방적 조치랍니다. 그래서 지난번 투석과 달리 2시간여 정도로 진행될 예정이라네요. 그래서 만난 김에 가장 궁금한 사안, 다시 말해 차후 투석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 영구적인가, 아니면 일시적인가 - 에 대해 질문했더니 그 문제는 현 시점에선 확실하지 않고 월요일쯤 되어 전체적인 스케일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군요. 알겠다고 하고 투석실로 내려갔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투석은 굉장히 지루하게 진행됩니다. 해야하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그 지루함을 견디기가 말처럼 쉽지 않아요. 이래저래 투석기에 묶여있지 않은 보호자라는 이름의 관찰자는 투석을 보게 되기보단 밖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거나 문제점들을 고민하게 되는 이죠. 더욱이 몸의 혈액을 모두 교환(?)하기 때문에 투석치료를 받는 사람은 쉽게 추위를 느낄 수 있어서 공기가 좀 더 따뜻하게 유지되지요. 바꿔 말하면 아직은 정상적인 신체상태에 더위에 약한 우마왕에겐 이 공기가 덥고 답답하게 느껴지니 아무래도 안에 들어가 있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바깥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신장내과 전문의님하가 와서 심장조영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내밉니다.
그래 서명을 해주고 투석실로 돌아와 보니 어무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옆으로 누운 어무이의 입 근처에는 음식 찌꺼기들이 붙어있고 올려다본 투석기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혈압 수치는 80 이하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투석실의 간호사에게 상황을 말했죠. 늘상 있는 일인지 간호사들이 몰려와 상황을 확인해본 뒤 토사물을 치우는 와중에 한명이 투석시 혈압 저하가 있을 수 있고, 구토는 그 후유증일 가능성이 높다며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겠다네요. 토사물의 체액으로 젖어버린 시트는 당장 교체할 수 없으니 베게 거시기로 젖은 부분을 가리는 등의 정리작업을 합니다. 교수님하에게도 문의가 갔는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며 투석으로 유체를 더 제거하지 않고 그냥 돌릴 것이고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자세를 바꿔놓고서는 일단 조치를 취했지만 투석을 마무리하사이에 혹시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환자를 지켜봐달라는군요. 다행히 오늘 투석은 짧은 시간안에 끝날 예정이라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한 40분 정도이기도 했고 애초에 투석이 끝나고 처리한 뒤에 갈 생각이었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 혈압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더 이상의 구토는 없었는디 이 과정을 보노라니 심장조영검사를 과연 어무이가 견딜 수 있겠나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병실로 올라와 임대 기간 연장 혹은 단말기 교환을 위해 병원을 나가려는데 오늘의 병실 담당 간호사가 순환기 내과(심장내과)에서 심장조영검사를 설명하기 위해 곧 올라온답니다. 아울러 어무이 신체의 균검사에서 항생제 내성균 한 가지 나와서 격리조치를 해야 한답니다. 조치 자체는 별건 아니고 환자와의 접촉시 손을 잘 씻고 뭐 그런 야그들이죠. 어디서 나왔나를 물어보니 코에서 배양한 세균에서 나왔다는 거 같습니다. 아무튼 순환기 내과 의사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팍팍 지나고 있는데 올 생각을 안 합니다. 차라리 그냥 나갔다 돌아온 다음에 만나자고 하는게 낫겠더군요. 그래서 1시까지 와주지 않으면 3시 지나서 보자고 전해달라고 했는데 5분도 안되어 병실로 들어옵니다. 원인 설명은 들으셨냐고 물은 뒤 심장의 수축력이 일반인 대비 1/3을 약간 넘는 수준이니 심혈관 상태를 체크하여 원인을 찾고 혈관이 좁아진 부분이 있다면 스탠트를 넣어 혈관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답니다. 따라서 만일 이것이 바로 시작되면 병원에 빡 묶여있게 되죠.
문제는 방금 말한대로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검사를 하면 어무이가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는 겁니다. 더욱이 다음 날인 토요일은 어린이날이라는 압박이 강렬하죠. 그래서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나, 저렇게 발생 하나 비슷할 거 같아서 지금 당장 급한 상황이라면 해야겠지만 아니라면 차라리 환자를 안정시킨 뒤 월요일에 하는 쪽이 낫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전문의님하가 교수님과 상의를 하겠다더니 사라집니다. 이야기가 끝난 것인지 확인이 안되서 일단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를 확인해보니 가능하답니다.
병원을 나와 KT플라자에 가서 임대를 연장하고 나오려니 신장내과 전문의님하가 다시 전화를 하더군요. 혹시 오늘 하지 않을거라고 했냐고... 아니 그저 환자가 상태가 좋지 않은데 진행해도 괜찮냐고 물었고, 가능하면 안정된 상태에서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죠. (나중에 확인하니 결국 검사는 월요일에 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귀가하여 다른 일을 확인하고, 문자를 돌리고 했습니다.
병원에 복귀해보니 검사는 취소되어 월요일에 하게 될 것 같더군요. 옆 건물의 상가에 잠시 들렀다가 귀가하여 이런저런 가사노동을 하고 빨래를 꺼내려 하니 아버님이 다 빨아서 유연제만 돌릴 상황에 새 빨래감을 넣어놓아 냄새가 뱄더군요. 아 씁하는 심정으로 빨래를 다시 해야 했습니다. 빨래를 마치고 모두 널어놓으니 무려 1시입니다. 일찍 귀가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피로로 작용하는지 잠이 쏟아집니다. 그래 잠자리로 고고싱했죠.
오늘은 투석은 없고 - 다시 말해 교수님하 만날 가능성 적고 - 상태를 보는 날이라길래 그간 밀린 집안 관련 일들을 처리하고, 병원에 조금 늦게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점심시간쯤에 가려고 했는데 택배가 오지 않아 그걸 기다리네, 아울러 빨래를 정리하다보니 출발이 늦어졌던 거죠. 아침 무렵엔 그럭저럭 서늘하던 공기는 낮이 되면서 어제보단 덜했지만 만만찮게 달아오르는 것이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교보 건너편에서 시원한 병원 셔틀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가는 게 좋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병실에 도착해보니 오후 3시, 이유는 알 수 없는데 나젤의 분압이 꽤 올라가 있는게 눈에 띄었고, 잠에 취해 있었는데 보아하니 엑스레이와 심장 초음파"도" 찍어본 모양입니다. 사실 병원에 방문한 진짜 목적은 간병인 아줌니를 다시 사흘 더 쓰겠다는 통보입니다. 아직 여전히 움직임이 불편하고 몸을 제대로 못 가누시는데다 실제로 보기보다 일을 잘하니 당연한 선택이지만 말이죠.
네시 무렵에 사촌 형님 내외분이 문병을 왔습니다. 사실 사촌형수님이 오신 건 좀 의외였는데 그간 마트에서 신발 매장을 하시느라 한 삼년간 거기에 붙어 계시다가 최근에 이런저런 이유로 매장을 접었기에 시간이 남아 같이 오셨답니다. 병세 야그를 하는 와중에 심장내과 전공의님하가 와서 아까 찍은 심장 초음파에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저런 설명을 했지만 결국은 급성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검사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더군요. 굳이 필요한가 싶긴 한데 또 막상 안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한지라 그러자고 하고 넘어갔습니다.
한 시간여쯤 지나 병세를 보던 사촌 형님 내외분은 다음에는 집에서 뵙자며 돌아갔는데 어무이도 좀 피곤해하는 느낌입니다. 심장내과 전공의가 다녀간 뒤 10여분쯤 지나 이젠 좀 익숙해진 신장내과 전공의가 들어와 심장내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려 하길래 심장내과에서 전공의가 다녀가 설명을 해줬다는 야그를 해주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고 다리를 누르면 아프다고 하는데 (니네 투석관 삽입하면서 뭔가 사고를 친 건 아니냐는 의문을 담아) 어찌 된거냐? 아울러 아까 보니 산소 분압이 꽤 올라가 있던데 어찌 된거냐고 물었지요. 전공의님하가 대답할 상황은 아니었는지 교수님하에게 확인을 해보겠답니다. 즉 내일은 늦어도 9시 30분까진 병원에 와야 한다는 야그죠.
이래저래 병원에서 할일은 다 끝났으니 저녁 나절쯤에 상황봐서 오겠다고 말하고 일단 귀가했는데 귀가해보니 의외로 피곤합니다. 더위 때문인지, 피로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결국 좀 잤습니다. 깨보니 오후 8시가 넘어 있네요. 두시간 반 정도 잔 셈인가? 아무래도 어제 쌓였던 피로가 풀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안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병원갔다 온다던 아버지가 오신 모양입니다. 식사를 하신 줄 알았는데 안 드셨다고 물어보자마자 뭘 먹을거냐고 묻습니다. 일단 저녁이 준비된 상황이 아니라 저녁을 준비해 먹으면 시간이 늦어져 병원에 가기가 애매할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드시게 하기도 그렇고 하여 동네 중국집에 시켜다 먹기로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나니 아무래도 오늘은 못 갈 것 같다고 전화를 걸려 하는데 마침 어무이에게 전화가 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오지 말라는 전화더군요. 그래서 내일 일찍 가야 하니 그러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5일차는 그렇게 저물었네요.
미묘한 생리현상때문에 정확히 새벽 6시에 깨고 보니 아무리 일찍 가는 게 좋다 한들 3시간 이내의 수면으로는 오늘 일정을 소화하는 게 무리일 듯 하여 다시 꿈나라 고고싱...을 시도했으나 결국 8시 40분 정도에 일어났습니다. 50분쯤에 모 의관이 전화를 하여 이러다저러다 보니 경향신문 앞이라면서 어디냐 묻기에 지금 집에서 병원으로 가려고 한다니 픽업 고고싱을 해준다나? 약간의 접선장소 오류가 있은 뒤 모 의관의 차에 승차하여 병원행을 했습니다.
오늘은 교수님하를 만나봐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병실에 도착하니 어무이가 안 보이는게라.... 스테이션에 물어보니 투석을 하러 가셨다는군요. 음? 하는 심정으로 대체 무슨 일로 투석고고싱이냐고 물었더니 간호사도 곤란한 표정으로 자긴 잘 모르겠다더군요. 그 와중에 다행히 교수님하가 아는 척을 하더니 투석실에 가 계시고 가서 기다리면 자기도 그리 가겠다네요. 그래 투석실 고고싱..... 했습니다.
투석이라... 참.... 사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이번 주중에 퇴원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해가면서 병원에 도착했는데 그게 진짜 판단오류였던 셈이죠. 투석실을 처음 가보는지라 가서 살펴보노라니 ICU처럼 빽빽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름 헉한 느낌의 장소입니다. 다행히 어무이는 큰 이상은 없는 건지 습관대로의 자세로 투석을 하고 있더군요. 좀 더 기다리자 교수님하 등장하시더니 거두절미하고 다음 종양혈액내과 검사가 언제냐고 묻습니다. 음? 하는 심정으로 11일이라고 대답했더니 종양혈액내과에 연락해서 같이 검사하는 걸로 하죠... 하고는 다른 환자들을 보러 사라지네요.
그렇다는건 11일까진 퇴원이 어렵다는 이야긴가?라는 궁금증이 드는데 그냥 갈 수도 없어 다른 환자들 보는 걸 마치고 나오려 할 때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어째서 투석을 다시? 라고 질문해보니 일단 어제 지표들이 모두 안 좋았고, 소변이 너무 양이 적기에 투석을 하고 있으며 이레사를 쓰기 때문에 이게 신장에 얼마나 무리를 주는지 알 수 없어 좀더 지켜봐야하고, 경우에 따라선 지속적으로 투석을 하게될 가능성도 있다는군요. 사실 어무이가 제대로 운신을 못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기에....그래 알았다고 하고 일단 후퇴했습니다. 어차피 이주 내로 나가지 못한다면 엠바고 상황으로 끝낼 일이 아니죠. 친척들에게 연락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는데....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고 꽤 지났는데도 도무지 끝나지 않는 겝니다. 그래서 간호사님하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보니 4시간 걸리고 49분이 남았다더군요. ICU처럼 투석이 2시간 스케줄인줄 알았는데 하도 여기선 4시간 스케줄이라더군요. 결국 더운 방보단 시원한 병실이 낫겠기에 시간맞춰 가기로 하고 병실에 올라와보니 X-레이도 찍어야 한다나요? 내려온다던 간병인 아줌니를 말리고 직접 내려온거라 좀 그랬는데 결국 간병인 아줌니가 내려가버렸습니다.
좋은 자리 - 창가 병상- 의 환자들이 퇴원하면서 좋은 자리가 모두 비었습니다. 예전같으면 창가 넓은 자리로 옮겨달라고 하겠는데 이젠 위생비용문제 때문인지 자리가 고정된지라 바꿀 수가 없는겝니다. 사실 병동 14층에서 보는 광화문 일대의 광경이란 게 제법 그럴듯해서 기회닿으면 한번 촬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기회가 되지 않아 아쉬워하던 차였기도 하구요.
그 사이 점심시간이 되어 밥이 배식되었고, 어무이와 간병인 아줌니는 12시 반이 좀 넘어서야 투석과 X-레이 검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교수님하와 이야기도 마쳤고 일정 문제를 좀 조정해야 하는데다 친척들과 연락을 해야 할 듯 하여 어무이를 맡기고 일단 귀가했습니다.... 이후 8시 지나 다시 가봤는데 기저귀를 그때서야 갈았고, 하루 웬종일 차고 계셨다는데도 42g이 늘어난 게 전부, 즉 소변 배출량 42ml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체온에 날아가버렸겠지만 말이죠. 원래 쓰기로 한 날짜는 내일까지였으니 이제 슬슬 간병인 아줌니에게 연장근무를 해달라고 해야 할 시점입니다. 다행히 간병인 아줌니가 일을 제법 잘 하시는 거 같고 어쨌거나 일정을 고려하면 일단 6일까지 나흘간 더 해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귀가했습니다. 내일 물어봐야죠.
오늘은 8시 50분 되서야 간신히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약간 피로가 쌓였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교수님하의 치료 일정에 대한 견해를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병원으로 갔습니다....만 병실에 올라가보니 문제가 생겼더군요. 어무이가 밤부터 심심찮게 토했다는 겁니다. 처음 투석을 해본 사람들의 후유증으로 구토라던지 기타등등이 있는데 거기에 직격으로 걸렸던 거죠.
어제 말한대로 간병인이 검사를 하러 가느라 자리를 비워서 보호자가 없었다고 간호사들이 궁시렁댔나 봅니다. 환의와 시트 교환때문에 좀 짜증이 난 듯 한데 보호자가 있다고 그 과정이 줄어드는 건 아닐 거란 말이죠. 더하여 아침에 X-레이를 찍으러 가는 와중에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들어서 계속 토했다던가 어쨌다던가......
어쨌거나 안정이 되야 할 거 같아서 스테이션으로 가 계속 토하는데 구토억제제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전공의님하에게 물어보고 조치하겠다답니다. 그 사이 토사물이 들어있던 봉투를 오물 처리실에 버리고 우유를 담아갔던 새 봉투를 건넸더니 다시 좀 더 토하더군요. 구토가 일단 멈추길래 토사물을 세척하고 오니 주사를 놔주더군요. 조금 지나 안정화된 걸 확인한 뒤 일단 옷을 갈아입히고 시트를 교환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어무이를 일으켜 세워 휠체어에 태워야 하는데 어무이가 최근 무게가 무거워서 혼자 할 수 있나가 의심되더군요. 다행히 투석의 효과 때문인지 몸무게가 좀 줄어있는데다 다행히 때마침 들어온 간호사님하가 그 광경을 보더니 도와주더군요. 어쨌거나 시트를 벗기는 건 문제가 없었는데 새 시트를 씌우고 보니 아 씁 고정을 못하겠더군요. 어쩌나 하고 있는데 다른 간호사가 그 광경을 보더니 자기가 묶어주겠답니다. 다음 단계는 환의 교환, 가장 큰걸 받아왔지만 사이즈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좀 걱정했는데 투석의 효과인지는 몰라도 옷 바꿔 입히기는 어렵지 않더군요.
한숨 돌린 기분으로 시계를 보는데 이제 교수님하 나오면 일정을 들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메이데이였던 겁니다. 교수님하 오늘은 안나온답니다. 어무이가 좀 어지럽다면서 눕습니다. 돌이켜보면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제대로 수면을 못 취했으니 피곤할만도 합니다. 주무시는 틈을 타 휴게실 PC로 포스팅을 수정하는 사이 사촌동생님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딸내미 학교간 사이에 오겠다더군요. 혼자 봐야 하는데 둘이 보니 조금 편하기는 하더군요. 이래저래 보면서 여러가지 야그를 하다보니 정오가 다 되어가는데 간병인이 오지 않는 겁니다. 뭐 어쩔 수는 없죠. 사실 병원 검사라는 게 맘처럼 빨리 되는 것도 아니고 수면내시경일 가능성이 있는데 마취에서 깨도 사실 정신이 멍 하거든요. 환자를 맡겨도 되려나 싶은 일말의 불안감이 있습니다...만 위내시경이 아닌 대장내시경이니 조금 낫겠다 싶은 마음도 들더군요.
문제는 간병인이 아니라 어무이고, 주사는 다 뽑은 상태로 상태를 개선시키려면 약을 먹어야 하니... 밥을 먹긴 해야 하는데 메슥거려서 아침도 못 드셨던 분이 점심을 잘 드실수는 없죠. 아침 반찬을 더해 1/2씩 먹여보려 했으나 얼마 먹지 못하고 결국 1/4 정도 먹다가 포기했습니다. 그 사이 조카님하가 하교를 하는지 전화를 했고, 간병인 아줌니도 1시 30분 정도에 도착하길래 사촌동생은 귀가했고 우마왕은 상황을 보다가 저녁때 오기로 하고 - 이번에는 반드시 전화기를 갖고 오기로 하고 - 귀가하여 가사질을 좀 했습니다. 걱정인 것은 그 사이에 잰 산소포화도가 다시 낮아졌다는 거죠. 거기에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게 문제였고요.
저녁에 가봤을 때도 역시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모양입니다. 투석을 마치면 이론적으론 8시간 안에 소변을 적정량 봐야 하는데 여전히 소변을 못 보는 건 문제가 되는거죠. 사실 기저귀 교환할 때 좀 젖어 있긴 했는데 그렇게 많은 양이 나온건 아니라서 조금 걱정이 되더군요, 여전히 몸을 잘 못 가누시고 산소포화도도 그렇게 좋은 거 같지 않았지만 재촉한다고 나올 것도 아니고 아버님 저녁 식사 문제로 귀가했습니다...... 10시 반 정도에 가져간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그때까지도 소변을 보지 못했는데 전화를 끊고 1분도 못되어 소변을 좀 봤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조금씩 정상을 찾는거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